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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욜로] 결혼적령기가 사라진 시대, 노총각·노처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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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욜로] 결혼적령기가 사라진 시대, 노총각·노처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04.29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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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나 비혼주의자야!'

10대 때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숨기고자 고개를 푹 숙였을 지 모른다. 10대의 나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미래 배우자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느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과 중지 손가락의 주름으로 미래 배우자를 예측하곤 했다. 당시 중지 손가락의 주름 한 개는 우리의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차대한 일이었다.

20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나의 환상은 다행히 깨지지 않았다. 드라마와 영화, 팬픽은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환상의 촉매제가 됐다.

당시엔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인생플랜을 계획했지만, 25살을 기점으로 확고했던 내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인상 좋은 한 남성을 만났다. 이야기도 잘 통했고, 첫 만남치고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 한 마디가 나에게 큰 부담을 안겼고, 그 날 그와의 만남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저는 최대한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집에서도 빨리 결혼하길 원해요."

이른 나이에 결혼을 꿈꿨던 나지만, 막상 '결혼'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그와의 시작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첫 소개팅은 인연을 찾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그 후,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한 달간 줄타기하듯 썸을 이어오다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된 날, 그는 "우리 쭉 연애만 하자"라며 어렴풋이 '비혼'에 대한 생각을 내비췄다.

이상하게도 그의 말은 관계의 시작에 있어 마음 속 부담을 줄여줬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큰 위기 없이 3년째 이어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기간동안 서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내뱉지 않았다.

오히려 당사자가 아닌 주변에서 '결혼 생각 없느냐'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

결혼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확실히 변했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적령기는 결혼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수반하는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때이다.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삶을 지향하는 현재의 나로서는 결혼을 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어른들은 단순히 사랑만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 결혼이라고 말한다. 심리적, 경제적 여유 없이 선택한 결혼은 사랑도, 사람도 변하게 할 뿐이다.

흔히 명절만 되면 듣게 된다는 '결혼 언제하니?'라는 질문, 그리고 '노총각·노처녀'와 같은 호칭은 현 세대와 맞지 않다. 

젊은 세대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있어 신중해졌고, 이는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다.

'나 비혼주의자야!'

20대 후반이 된 지금 타인으로부터 같은 말을 듣게 된다면, 그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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