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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창업] 자영업자의 민낯, 치킨집은 아무나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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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창업] 자영업자의 민낯, 치킨집은 아무나 하나요?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5.12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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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남들은 생각도 못한 아이템을 개발한다. 골목에 이내 소문이 퍼진다. 가게에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밀려든다. 미디어가 그리는 자영업자의 성공 신화다. 최근 부쩍 늘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1인 가구가 보기엔 더없이 매력적이다. 대기업에 삼켜져 기계 부품처럼 사느니 ‘내가 원하는 걸 좇겠다’는 신념도 엿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미디어의 청사진과는 딴판이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매출 절벽에 신음하고 있고, 폐업을 고민 중이다. 혹시 이 시장에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진짜 현실을 들여다본 뒤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자영업의 민낯 두 번째 이야기, 치킨집 사장님 장씨의 비애를 들어봤다.


30대 청년사업가 장씨는 1년 전 자영업자가 됐다. 그가 고른 종목은 사업에 실패하거나 퇴직 후 가장 많이 하게 된다는 ‘국민자영업’, 바로 치킨집이었다. 그 역시 지인과 동업한 회사가 말썽을 부려 자영업계로 몰린 케이스였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한 탓이었을까. 초반 6개월은 매출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반년 전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홀에도 손님이 몰리고 배달 콜 숫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장씨 가게가 벌어들이는 월 평균 매출은 2200만원.
 
쏠쏠해 보이지만 지출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출에서 절반이 넘는 1200만원이 본사에서 재료를 제공받는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가끔씩 뿌리는 홍보용 전단지 비용과 화재보험 등에 100만원가량을 쏟고, 본사보증금 100만원, 매장임대료 80만원, 매장관리비 60만원 등이 고정비다. 저녁 홀 장사를 도울 아르바이트의 임금 120만원까지 더하면 장씨는 월 1660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여기에 치킨집 차리느라 고금리 대출도 받아 월 150만원의 원리금도 상환 중이다. 이런저런 비용을 내고나면 장씨 손에 떨어지는 돈은 한달에 390만원에 불과했다. 월급쟁이 평균 3634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지만, 장씨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부부가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출산 등 미래 설계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숫자다. 이마저도 최근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이대로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걸까. 다급한 마음에 장씨는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권 전문가들을 만난 장씨는 엉뚱한 얘기만 들었다. 가령 개성 있는 간판과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치장한 SNS 전용 가게로 업종을 바꿔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야 입소문을 타고 가게 앞에 손님이 줄을 서게 될 거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번뜩이는 감각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란 점에선 뚱딴지같은 충고처럼 들렸다.
 
 
무엇보다 추가 인테리어 투자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뜩이나 재무부담이 적지 않은 장씨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임대인을 설득하는 것도 난제였다.
혹자는 맛으로 승부를 걸라는 조언도 건넸다. 하지만 이 역시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한 장씨에겐 해당되지 않는 얘기였다. 원래 요식업계에 종사했던 것도 아니고, 지금은 본사의 레시피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뒤로 하고 장씨는 고민에 빠졌다. 고객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박이 난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뉴스 속 얘기다. 그런 사례가 장씨의 사례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폐업을 할 것인가. 그 역시 선택지가 아니었다. 아직 장사를 한지는 1년 밖에 안됐지만 장씨 나름의 영업 철학은 생겼다. 퇴근길에 치킨 한 마리 포장해가는 단골들의 모습을 보는 데서 흡족했다.
 
2018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 보고서[신용보증재단중앙회]
2018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 보고서[신용보증재단중앙회]

장씨는 발상을 전환하기로 했다. 매출이 오르는 것에 목숨을 걸기보다, 어떻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수익이 뻔한, 아니 되레 줄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에서 지출부터 통제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한국 자영업계는 한계상황이란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쟁도 치열한 탓에 뾰족한 해법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골목상권의 가게가 다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장씨의 치킨집은 그 답을 찾아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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