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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창업] ‘흑당’과 ‘마라’는 정말 대만 카스테라와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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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창업] ‘흑당’과 ‘마라’는 정말 대만 카스테라와는 다를까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5.1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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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프랜차이즈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유행만 쫓는 소자본 창업의 민낯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남들은 생각도 못한 아이템을 개발한다. 골목에 이내 소문이 퍼진다. 가게에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밀려든다. 미디어가 그리는 자영업자의 성공 신화다. 최근 부쩍 늘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1인 가구가 보기엔 더없이 매력적이다. 대기업에 삼켜져 기계 부품처럼 사느니 ‘내가 원하는 걸 좇겠다’는 신념도 엿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미디어의 청사진과는 딴판이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매출 절벽에 신음하고 있고, 폐업을 고민 중이다. 혹시 이 시장에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진짜 현실을 들여다본 뒤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자영업의 민낯 세번째 이야기, 반짝 아이템의 실패 사례들을 분석해봤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영화 기생충 스틸컷.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의 쾌거를 이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는 흥미로운 설정이 있다. 주인공 가족이 반지하 주택에 살게 된 이유다. 극중 기택(송강호)은 ‘대만 카스테라’ 창업에 도전했다가 망하면서 반지하로 내몰리게 됐다.

영화 속 소재로 쓰일 만큼 대만 카스테라는 대표 창업 실패 사례로 꼽힌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00년대 초반 ‘쪼끼쪼끼’란 브랜드가 프랜차이즈 주류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옛날의 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2010년 들어 벌집아이스크림은 매장 앞에 손님을 길게 늘어뜨렸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이다. 2014년엔 압구정 봉구비어를 벤치마킹한 스몰비어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2017년엔 큐브식빵·쌀핫도그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업계에서 사양길을 걷고 있는 아이템으로 통한다. 한때는 ‘대박’으로 불리던 이들 가게가 찬밥 신세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외식업종만큼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가 없어서다. ‘핫’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동네마다 같은 종류의 식음료를 파는 가게가 생겨난다. 문제는 이 변화 주기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외식 메뉴 및 트렌드 변천사’ 보고서를 보자. 2010년부터 10년간 외식 시장의 인기 메뉴와 트렌드를 정리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단위로 외식업의 유행이 바뀌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한 일 같지만, 자영업자의 관점은 다르다. 1년마다 업종을 바꿀 순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실패 사례가 많은데도 반짝 아이템이 꾸준히 생기는 이유는 뭘까. 이들 업종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진입장벽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특히 창업 과정에서 매번 난관에 부딪히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이는 매력 요소다. 튼튼한 지지 기반 없이 시작하는 일이 많은데, 실패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서다.

 
대만 카스테라의 사례를 보자. 카스테라는 다른 음식과 비교하면 만들기가 쉽고 관리하기 편하다. 재고·품질·재료 조달 구조를 단순화하기도 쉬웠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니 초보창업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비용도 일반 외식업 창업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었다. 특히 임대료 부담이 덜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홀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낮은 진입장벽은 되레 독이 됐다. 너도나도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하면서 카스테라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는 가운데 단일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쉽게 시작한 장사이다 보니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여기에 유사 브랜드 난립까지 거치면서 과다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반짝 아이템의 생명주기는 대체로 이렇다. 초보 창업자에겐 리스크가 크다. ‘이게 유행이구나’라고 느낄 쯤 골목을 걸으면 유행을 탄 가게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미 끝물일 수 있다는 얘기다.
 
2019 KB 자영업보고서[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9 KB 자영업보고서[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최근에는 ‘흑당과 마라’가 외식업계 트렌드로 떠올랐다. 흑당 밀크티는 ‘흑설탕’을 재료로 한 음료로, 대만에서 즐겨 먹는다. 흑당 음료가 달달함을 무기로 내세웠다면 마라는 코와 입을 자극하는 강한 향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마라의 매콤함은 흥행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 업종이 언제까지 호황을 누릴 지는 미지수다. 앞서 언급했듯, 유행 주기는 짧다. 유행에 따라 흥한 만큼 열풍이 식거나 부정적인 입소문 한 번으로 한순간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도 쉽다. 제품에 자신이 없다보니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도 줄어들게 된다.
 
‘2019 KB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주변에 위치한 동일업종의 다른 매장 대비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의 경쟁력 수준을 두고 ‘경쟁력이 없다(23.6%)’고 말한 자영업자가 ‘경쟁력이 있다(14.9%)’고 답한 자영업자보다 많았다. 어느 분야든 끊임없는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로 차별화해야 오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간 피땀 흘려 모은 돈을 투자해서 매장을 차리는 경우라면 새겨봐야 할 실패 사례들이다.[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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