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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코로나 딜레마에 빠진 이커머스 업계 "터질 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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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코로나 딜레마에 빠진 이커머스 업계 "터질 게 터졌다"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6.0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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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집단감염, 근무 방식부터가 문제
사람 위한 공간 아닌 물류 위한 공간
환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곤경에 빠진 가운데,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업계가 있다. 바로 이커머스 업계다.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필요한 물품들을 온라인에서 구입했다. 마침 업체들은 재빠른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바뀌었다. 불어난 물량을 무리하게 소화하다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진앙지로 지목되면서다. 코로나 딜레마에 빠진 이커머스 업계를 진단해봤다.


3월 온라인쇼핑동향, 통계청

“물류센터요? 넓기만 할뿐, 닭장이랑 다를 바가 없죠. 한눈에 봐도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느낌이 나니까요. 어떤 현장에선 냉난방 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기 일쑤에요.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컸죠. 그런데도 눈 하나 깜빡 안 했을 겁니다. 당장 몰려드는 물량 처리하느라 정신없었을 게 뻔했겠죠. 숨쉬기도 힘든데 마스크도 안쓰는 직원이 수두룩했을 겁니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한 청년의 토로다. 물류센터는 국내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앙지로 떠올랐다. 특히 부천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한 확진자는 29일 기준 1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3일 해당 물류센터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엿새 만이다. 쿠팡은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쿠팡 뿐만이 아니다. 지난 24일 마켓컬리의 서울 장지동 상온1센터 물류센터에 출근한 일용직 근무자가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업계에선 물류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확산되는 이유로 근무 방식을 꼽는다. 이곳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가 어렵다.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어서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물류를 위한 공간이다 보니 시설도 열악하다. 창문이 전혀 없어 내부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도 많다.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A씨는 라디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근무 환경이 영하 20도부터 상온까지 같이 존재하다 보니, 빠르게 움직이면서 마스크가 젖는 경우도 있고, 마스크 끼고 있으면 가만히 서 있어도 호흡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호흡을 위해서 잠깐 내리고 있는 경우도 있고 거의 안 쓰시는 분들도 계시다.” 근무 중에는 마스크를 썼다고 해도 휴게실, 흡연실에서는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물류센터의 특성상 단시간 내에 집중적인 노동이 이뤄지는데 직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거나, ‘아프면 쉬기’ 같은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집단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위험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와 함께 생활 방역수칙의 준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의 초기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가령 쿠팡의 경우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물류센터를 폐쇄하지 않고 방역 후 정상가동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선 불안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배송 물품을 통한 감염 가능성 때문이다. 방역 당국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이는 전성기를 앞두고 있던 이커머스 업계에 큰 악재다. 당초 이커머스는 코로나19 사태의 수혜업종으로 꼽혔다.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가 온라인에 몰리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온라인쇼핑 총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11.8% 증가한 12조5825억원이었다. 이중 모바일쇼핑의 거래액은 8조4673억원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업계는 ‘로켓배송’ ‘샛별배송’ 등으로 불리는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 시스템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는 3~4월이 진가를 발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백화점, 쇼핑몰 등을 방문하기 꺼리는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다양한 물건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런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물류센터나 배송현장에 과부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고객과 약속했던 시간에 물품을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이자니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면 제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이커머스 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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