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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욜로] 싱글족 3인의 슬기로운 재난지원금 소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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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욜로] 싱글족 3인의 슬기로운 재난지원금 소비생활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6.03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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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2132만 가구, 총 13조4282억원. 5월 4~31일 기준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가구의 숫자와 지급 액수의 총액이다. 가구 기준으로는 전체 가구의 98.2%, 액수 기준으로는 94.3%가 지급됐다. 사실상 대부분의 가구가 정부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셈이다. 지급된 지원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재난지원금으로 울고 웃는 1인 가구 3인의 소비생활을 살펴봤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김종훈 회원님이 보유하고 계신 체크카드에 40만원 상당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충전, 0만원은 고용보험기부금으로 기부됩니다. 충전과 기부 금액의 변경 및 취소는 불가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회원님의 주소지가 속한 지자체의 대상 가맹점(대형마트, 백화점, 유흥업소 등 일부 가맹점 제외)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소 무역업체에 다니는 싱글 김종훈(가명·34세)씨는 문자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4월부터 임금이 70%만 지급되고 있었는데,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가뭄의 단비 같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3월 중순부터 오전 근무만 하고 있다. 전염병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일감이 끊긴 탓이었다. 김씨는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카드에 꽂히니 신기할 따름”이라면서 “큰 돈은 아니지만 당장 생활비에 보탤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지급 현황[자료=행정안전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지급 현황[자료=행정안전부]

신청도 생각보다 간편했다. 개인 인증 뒤 정보 몇개만 기입했는데, 2분 만에 신청이 완료됐다. 그것도 모바일을 통해서, 터치 몇 번으로 끝났다. 지원금이 지급된 건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김씨는 “정부가 했던 일 중에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됐던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급 속도가 빨랐다”고 곱씹었다.

김씨는 5~6월과 7월을 나눠 각각 20만원씩만 소비할 계획을 세웠다. 회사 분위기를 보면 앞으로 일감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에선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곤 있지만, 수주계약을 따내야 할 외국의 경우 아직도 상황이 나쁜 국가가 많아서다. 소비도 식료품 등 필요한 생활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동네에 있는 중형 슈퍼마켓도 꽤 괜찮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그간 주로 인근의 이마트에서 장을 봐왔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은 이마트에선 쓸 수 없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의 목적을 내수 소비 진작과 지역 소상공인 지원에 두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선 사용을 막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형마트에선 보기 힘든 지방 특산품도 판매하고, 낱개 제품 위주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농수산식품은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앞으로도 즐겨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행정안전부]
[자료출처 : 행정안전부]

40대 미혼남성인 이현우(가명)씨 역시 지원금 덕분에 재난 같은 상황에서 위로를 얻었다. 앱 개발자인 이씨는 메뚜기처럼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니다 최근 복지나 처우가 괜찮은 스타트업의 부서장을 맡게 됐는데,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국내 여행 플랫폼 서비스였다. 외국인의 발길이 끊긴 지금은 이곳저곳에서 후속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회사에서 사실상 C레벨급 책임자이다 보니 월급도 제때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지원금을 받은 덕분에 회사 미래를 걱정하는 직원들과 오랜만에 술한잔 기울 수 있었다”면서 “이 악몽 같은 사태가 언제 끝날 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래도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이처럼 지원금 덕분에 숨통이 트인 김씨와 이씨와 달리 대학원생 장지훈(가명·34세)씨는 지원금의 덕을 받지 못했다. 지급 가구 기준이 국민건강보험에 따라 나뉘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부만 해온 탓에 제대로 직장생활을 해보지 못한 장씨는 대구에 거주하는 부모님 가구의 피부양자로 편입돼 있었다. 피부양자란 가족 중 직장가입자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을 뜻한다.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건보 가입자와 다른 지역에 따로 사는 자녀도 한 가구로 본다”고 발표했다.

주민등록 등본상 장씨는 1인 가구로 분류돼 있고, 소득이 없음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졸업을 앞두고 있었지만, 기업들의 취업문이 굳게 닫히면서 장씨는 발만 구르고 있다. 장씨는 “거주지 기준으로 1명씩 지급하는 지자체의 지원금은 받았지만, 건보료 지급 기준 가구로 계산되는 정부 지원금은 받을 수 없었다”면서 “사실상 부모님과 떨어져 있고, 손을 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게 아쉽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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