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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3040 울린 싸이월드 폐업 논란...추억 속으로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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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3040 울린 싸이월드 폐업 논란...추억 속으로 사라지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6.0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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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소셜네트워크, 가입자 수 3500만명 돌파
도메인 주소 만료 기한, 올해 11월 12일
폐업만은 막아달라...국민청원 잇따라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 =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처]
[사진 =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에 SNS 붐이 있기도 전에 이미 대한민국에선 시대를 앞서간 서비스, 싸이월드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3040세대에겐 청춘의 일상을 남길 수 있는 소중한 디지털 공간이었습니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플랫폼에 밀리면서 쇠락의 길을 걷긴 했지만, 당시의 인기는 엄청났죠. 이 싸이월드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폐업 지정을 받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곧 서비스가 없어질 전망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사진과 다이어리를 포함한 각종 기록들입니다. 3040세대의 애환이 담긴 이 디지털 자료도 함께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잘 나가던 싸이월드의 몰락이 씁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부모세대에게 독립해 1인 가구로 현재를 사는 3040세대에겐 누구에게나 가슴 뭉클한 ‘고향집’이 있습니다. 바로 싸이월드 미니홈피죠.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우리나라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꼽힙니다. 지금은 SNS의 대명사가 된 페이스북 창업(2002년)보다 빨랐죠. 개인 홈페이지 형태로 운영됐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정성스레 가꿔본 경험은 3040세대라면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한때 가입자 수 35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했었으니까요.
 
당시엔 꽃다운 청춘이거나 학생이었던 이들은 가상 캐릭터인 ‘미니미’와 가상공간 ‘미니룸’을 치장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미니홈피에 방문할 때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BGM)을 무엇으로 정해두느냐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죠. 이 플랫폼에서 쓰는 결제수단인 ‘도토리’는 사이버머니의 대명사였습니다. 이용자들은 실제 돈을 주고 구입해야 했죠. 사진과 다이어리도 참 열심히 업데이트했습니다. 그땐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찍고 편집해서 바로 올릴 수도 없었죠. PC에 사진을 저장하고, 세심히 시잔을 수정해가면서 추억을 쌓았습니다.
 
이렇게 미니홈피를 열심히 꾸몄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일촌’에게 뽐내기 위해서죠. 친구를 뜻하는 ‘일촌’ 기능은 요즘 SNS의 기능인 ‘팔로잉’과 비슷합니다. ‘일촌 공개’ 기능을 이용해 일촌을 맺은 친구들에게만 보이게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싸이월드의 영광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업이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SNS 플랫폼이 국내 이용자를 대거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PC 중심의 서비스에만 의존하다 뒤늦게 모바일로 개편한 건 싸이월드의 뼈아픈 실책으로 평가됩니다.

어찌됐든 새로운 SNS 플랫폼이 난립하면서 싸이월드는 점차 이용자가 감소했고, 모회사가 어려번 바뀌면서 회생 시도가 있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한번 놓친 기회이자 빼앗긴 주도권은 다시 찾을 수 없었습니다. 트렌드를 잘 읽지 못해서,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하며 다음 시장을 준비하지 못한 탓이죠. 지금은 3040 세대의 추억 저장소로만 남게 됐죠.
 
흥미롭게도 최근 싸이월드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최종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인데요. 현재 싸이월드는 홈페이지 접속은 되지만 로그인이 제대로 안 되고 있고, 되더라도 사진 등 미니홈피 게시물들은 보이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지고 보면 망해가는 회사가 결국 폐업의 길을 걷게 된건데, 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걸까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답은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 사진백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송두리째 소중한 내 청춘의 여러페이지를을 잃어버리게 될까 노심초사입니다. 돈이라도 지불해서 찾고 싶은 사람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사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단순히 망한 디지털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폐업이 되면 싸이월드에 남은 소중한 기록들까지 없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국민청원에 올릴 정도로 간절한 3040세대의 추억 지키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싸이월드에 올린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이용자에게 있고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싸이월드 측에서 일방적으로 사이트를 폐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이 나오곤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싸이월드의 도메인 주소 만료 기한은 올해 11월 12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이후 운영자가 이를 다시 연장하거나 운영권을 팔아 사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사실상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존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싸이월드의 쓸쓸한 말년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3040세대가 많습니다. 한때는 절대 강자였던 SNS서비스가 한순간에 몰락한 것도 곱씹어볼 문제입니다. 혹시 모릅니다. 10년 뒤, 20년 뒤엔 페이스북이 이런 고초를 겪을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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