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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1MUSIC] JAZZ의 풍미(風味)가 '진한 콜드 브루*'의 여운으로 남는, '엘리스 마살리스'의 또 다른 부자 앨범, 'Joe Cool's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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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1MUSIC] JAZZ의 풍미(風味)가 '진한 콜드 브루*'의 여운으로 남는, '엘리스 마살리스'의 또 다른 부자 앨범, 'Joe Cool's Blues'
  • 양태진 기자
  • 승인 2020.06.23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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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USIC for 1LIFE'를 표방, 매주 홀로 타오르는 火요일의 열정을 위해, 함께 응원하거나 적당히 식혀 줄 앨범 하나 엄선해주는 코너.

코로나19 사태로 유명을 달리한 재즈피아니스트계의 거장(巨匠), '엘리스 마살리스'를 추모하며, 그의 아들과 함께 한 명반을 소개합니다. 그 하(下)편.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평소 안다고 자부하던 재즈곡들이 뭔가 다른 연주 스타일로 돋보일때면, 오랜 풍파를 거쳐왔을 '자유'라는 컬러감이, '재즈 스탠다드'만의 고유한 색채에 거부감 없이 녹아든다.

'익숙한 흐름'이 가진 변화에의 욕망 때문일까. '벌스(Verse)*'와 '코러스(Chorus)'*만으로 구성된 당시(1920~40년대) 가장 횡행했던 이 '스탠다드' 악보들은, 곧 위대한 연주가들의 자유로운 해석을 낳기 시작했고, 그전까지 알 수 없었던 새로운 감정과 희열들로 하여금, 재즈의 역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에 가속 페달의 역할을 해 온 '엘리스 마살리스'만의 재즈 교육 내 헌신은, 그의 아들 넷 모두를 재즈 뮤지션으로 성공시켜왔으며, 특히 둘째 아들과의 각별한 앨범작업, 'Joe Cool's Blues'를 통해, 따스하면서도 쿨한 손길로 깊이 있는 명반을 만들어 냈다.

 

*콜드 브루(Cold Brew) : '우려내다'의 ‘Brew’가 ‘Cold’와 만난 합성어로, 분쇄한 원두를 상온이나 차가운 물에 장시간 우려내 쓴 맛이 덜한 부드러운 커피를 일컬음.
*벌스(Verse) : 전반적인 재즈의 구성에 있어, '코러스(리프레인)' 앞에 배치되는 짧은 전주 부분으로, 재즈가 부흥하던 초중반 시절의 뮤지컬 및 스탠더드 넘버 등의 애창곡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코러스(Chrus) : ‘반복구’, ‘후렴구’라 칭하기도 하며, 주로 '리프레인(refrain)'이라 일컫는다. 재즈곡의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한 이 부분은 총 24∼32마디 정도를 1코러스 단위로 두고, 연주 전체의 테마를 담아낸다.

 

 

현, 재즈 뮤지션들의 진정한 스승으로 영원히 기억될, 재즈피아니스트의 거장, '엘리스 마살리스'

 

지난 2001년 8월 4일, 뉴올리언즈에서 있었던, 다섯 부자의 환상적인 조화가 일품이었던 공연의 스틸컷 모음. 피아노는 물론, 아버지 'Ellis Marsalis'가 맡고있으며, 색소폰은 'Branford Marsalis', 트럼펫은 'Wynton Marsalis', 트럼본은 'Delfeayo Marsalis', 드럼은 'Jason Marsalis', 총 네 명의 아들 들이 흥겨운 리듬의 하모니를 하염없이 뿜어내고 있다. 신명나던 한 곡이 다 끝난 이후엔 온 객석의 기립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상, 중, 하단)

재즈 뮤지션의 기본 자산으로도 인정되며, 너나 할 것 없이 언제까지나 누리고픈 음악적 자유로움은 그 내면의 역량이 어느 정도 성숙되기 전까지는 적어도, 누군가로부터의 큰 가르침이 절실한 때가 찾아온다.

그러한 시기에 '엘리스 마살리스'를 논하는 건, 재즈 연주 전반의 영역 내에 범접하는데 있어 필수 관문. 가르침의 영역으로 재즈를 논할 땐, 꼭 빠지지않고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엘리스 마살리스'인 것이다.

그가 이러한 재즈 교육자로서의 굳건한 자리를 유지하기까지, 그 만의 첫 동기가 부여된 것은 보통, 1967년에서 1975년까지 'Xavier University'에서의 활동이라 일컬어지는데, 이 시기 그는, 재즈의 전 교과 과정을 검토하던 중, 뭔가 획기적인 보완과 더불어, 그에 따른 적절한 개편이 이루어져어야함에 절실함을 느꼈다고 한다.

 

재즈 교육자, '엘리스 마살리스'의 활동 모습 모음. 실제 앙상블 수업과 더불어 이론 수업에도 그만의 열정을 불살랐다.(상, 중, 하단)

이후, 탁월한 재즈교육가로서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날리기 시작하는 때가, NOCCA(New Orleans Center for the Creative Arts)에서의 교육 활동이라 전해지는데, 바로 이곳에서부터, 오늘날 재즈씬을 주무르고 있는 정상급 재즈 뮤지션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거장, '엘리스 마살리스'의 이름 또한 세상에 더욱 각인되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그 인지도가 입증된 수많은 아티스트들 중, 그의 아들, 윈튼과 브랜포드는 물론이요, 델피오 마살리스, 그리고 앞서 '상(上)'편에서 언급했던 '해리 코닉 쥬니어'와 더불어, '테렌스 브랜차드', '도널드 해리슨', '캔트 조던', '마론 조던', '니콜라스 페이튼' 등이 '엘리스 마살리스'가 키워낸 대표적인 재즈뮤지션들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제껏 거쳐온 수많은 대학을 비롯해, 음악협회로부터 온갖 교육 상을 수여받기도하는 '엘리스'는 1985년에 발표한, 'Homecoming'에서 부터 현재 소개할 앨범, 'Joe Cool's Blues'와 이전 '상'편에서 소개했던 'Loved Ones' 등 자신의 아들들과 협연한 앨범 모두를 성공시키면서, 현대 들어 가장 존경받아 마땅한, 모던재즈계의 커다란 등불로 재즈씬을 환히 밝혀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들과 함께 찍은 '엘리스 마살리스'의 다소 젊은 시절 사진. 좌측부터 '엘리스 마살리스', '윈튼 마살리스', '브랜포드 마살리스', '제이슨 마살리스'.(상단)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에 출연한 '마살리스' 가문의 모습. 이 날은 '윈튼 마살리스' 없이, 좌측 상단에서 부터의, '제이슨 마살리스', '델피요 마살리스', '엘리스 마살리스', '브랜포드 마살리스'가 쇼호스트와 환담(歡談)을 나누고 있다. '제이 레노' 바로 앞에 앉은 첫째 브랜포드는 예전 ‘투나잇쇼’의 밴드를 이끌기도 했으며, 가수 스팅과의 순회공연과 더불어 '스파이크 리' 감독의 재즈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동명 주제곡을 연주하기도 했다.(하단)

그러던 중, 올해 들어 난세의 형국이 극으로 치닫던 어느 시점, '엘리스 마살리스'는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및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그가 입원한 뉴올리언스 병원을 오가던, 그의 여섯 아들 중 (재즈 뮤지션이 아닌) 셋째 아들 '엘리스 마살리스 3세'와 첫째 아들 '브랜포드 마살리스'를 통해, 세상을 떠나보낸 슬픔을 전하기에 이른다. 그의 나이 향년 85세.

미국 음악을 중심으로 문화 전반을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 ‘아메리칸 루츠 (American Routes)'의 진행자, '닉 스피처'는 고인 '엘리스 마살리스'에 대해 “재즈 음악계의 진정한 '코치'로 그가 운동복을 입고 휘파람을 불 때면, 그의 모든 아들들을 연주를 시작했다”며 그를 애도했고,

'라토야 캔트렐' 뉴올리언스 시장 또한 “고인은 전설이었다. 우리가 뉴올리언스 재즈의 원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며, “스승이면서도 아버지, 우상이란 단어만으론 그가 보여준 예술과 그 기쁨, 경이로움 모두를 묘사할 순 없다”며 '엘리스 마살리스'의 업적을 치하했다.

 

 

젊은 시절의 '엘리스 마살리스'(상단)와 그를 추모하는 영상에서 남긴 상당 부분 동일한 포즈의 스틸컷.(하단)

결국, 그가 남긴 음반만이 영원히 그의 빈 자리를 밝혀줄 것이기에, 이번 그 두번 째 시간으로 '엘리스 마살리스'의 나머지 앨범, 그의 둘째 아들, '윈튼 마살리스'와 함께한 또 하나의 '부자' 산물을 소개한다.

정상급 재즈 트럼펫터로서의 면모를 전 세계에 각인시켜 온 '윈튼 마살리스'는 '뉴욕 링컨센터'의 재즈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으로서 활약해옴은 물론, 미국 재즈의 대표적 정통파 아티스트로, 국내에도 수차례 내한 한 바 있는 실력파 재즈 뮤지션이다.

그런 그가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를 대동하여, 위대한 미국 문화의 상징 중 하나로도 대변되는 TV카툰 <찰리 브라운> 속 재즈를 들고나와 1995년 당시의 재즈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었던 것이다. 

 

'윈튼 마살리스'가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와 함께 정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Joe Cool's Bluse' 앨범의 자켓 사진. 그런데 정작 이 둘이 함께 연주한 곡은 들어 있지 않다. 다만, '빈스 과랄디'의 원곡을 뺀 나머지 모든 곡은 '윈튼'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범의 Track Listing은 다음과 같다. 1.Linus & Lucy / 2.Buggy Ride / 3.Peppermint Patty / 4.On Peanuts Playground / 5.Oh, Good Grief! / 6.Wright Brothers Rag / 7.Charlie Brown / 8.Little Red-Haired Girl / 9.Pebble Beach / 10.Snoopy & Woodstock / 11.Little Birdie / 12.Why, Charlie Brown / 13.Joe Cool's Blues (Snoopy's Return) 전곡은 'Melon(멜론)'을 비롯, 여타 뮤직 어플을 통해 (유료로) 다운받아 들을 수 있다.

'Charles Schultz's' Peanuts의 원작 만화 캐릭터들에 기반한 이 앨범 전곡은 아이들을 위한 재즈교육에도 힘쓰오던 '윈튼'만의 노력이 깃든 앨범으로,

첫 곡 'Linus & Lucy'를 시작으로 '윈튼 마살리스 Septet'만의 흥겨운 리듬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세번째 곡, 'Peppermint Patty'로 이어지며, 다섯 번째 'Oh, Good Grief!'에서는 제목 그대로의 멜로디 라인을 감상해 볼 수 있다. 일곱번 째, 'Charlie Brown'에서는 '엘리스 마살리스 트리오'의 안정화된 리듬감이 깨끗한 피아노 선율과 더해지면서, 극 중 '찰리 브라운'의 신나는 발걸음 등 여러 에피소드 내에서의 활약상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홉번째 곡 'Pebble Beach'는 흥겹고 가벼운 드럼 베이스에 익숙한 '엘리스'의 피아노 멜로디라인이 얹혀지면서, 곧바로 스윙 리듬을 오가던 흥겨움은 금세 마무리된다. 이후 열한 번째 'Little Birdie'로 이어지는데, 이 곡은 특별히,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델피요 마살리스'가 참여함으로, 보컬(Germaine Bazzle) 또한 함께 어우러진 조화로운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어린 시절, '윈튼 마살리스'(좌측)가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우측)의 피아노 선율에 자신의 트럼펫 연주를 더하고 있는 영상 스틸컷.

사실상, 여기까지 언급한 곡들은 당시 TV카툰 <찰리 브라운>의 에피소드별 테마 음악으로서, '빈스 과랄디 (Vince Guaraldi)'의 재즈 원곡 음악을 제대로 재현해 낸 것이다.(Linus & Lucy는 제외.)

 

상단의 두번 째곡, 'Buggy Ride'를 지나, 네 번째 'On Peanuts Playground'는 한번 쯤 <찰리 브라운>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떠올려 볼, 친근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후 여섯 번째, 'Wright Brothers Rag'에 이어, 여덟번 째 곡, 'Little Red-Haired Girl' 또한 역시, 윈튼 마살리스만의 감각이 돋보이는 곡으로, 열번째 곡 'Snoopy & Woodstock'에선 마치 '우드스탁'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표현을 상징하듯 콘트라베이스가 오프닝을 담당하면서, 이후 스누피만의 유머코드를 '윈튼 마살리스'만의 방식으로 유도해 내고 있다.

열두번 째, 'Why Charlie Brown'과 열세번 째 'Joe Cool's Blues'는 '윈튼 마살리스'만의 트럼펫 선율을 통해, 원작 캐릭터들의 내면에 당도, 마치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삶을 휘파람 불며 이야기 하는 듯한, 놀라운 경험을 가능케 하고 있다.

 

"어린 시절, TV에서 재즈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은, <찰리 브라운>이 방영할 때 였습니다. 전 항상 이 만화 속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그 '빈스 과랄디' 음악은 언제나 행복과 희열을 안겨주었습니다. 물론, 저의 아버지도 '찰리'를 알고 계셨지요."

 

- 윈튼 마살리스 (Wynton Marsalis)

 

 

마살리스 재즈명가의 가족 사진.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이슨 마살리스(드럼), 윈튼 마살리스(트럼펫), 델피요 마살리스(트럼본), 브랜포드 마살리스(색소폰), 그리고, 엘리스 마살리스(피아노)의 모습.

어린 아이로선 다소 놀라운, 어른 못지 않은 내면화된 시선으로, 나름의 철학을 사유해 가던 '찰리 브라운'. 그는 삶에 깃든 희망 뿐 아니라, 삶을 향유할 줄 아는 강아지 '스누피'와 함께, 더 큰 세상과 마주하기 직전의 설레임을, 이 앨범에 담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윈튼 마살리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오랜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유머로, 이젠 저 멀리서 미소짓고 있을 단 한 명의 아버지 재즈피아니스트, '엘리스 마살리스'를 추억하며, (슬퍼도 언제나 곁에 두는 '재즈Blues'처럼) 조금씩 흩어져 가던 세월의 단상(斷想)들도 언젠간 다시 만날거라는, 다소 어린 아이같은 설렘을 담아 이 글을 마친다.

Rest in peace, noble Sir.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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