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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가상화폐, 신기루인가 오아시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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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가상화폐, 신기루인가 오아시스인가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6.17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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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블록체인의 세상이 오면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는 힘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진정한 기축통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던 2017년에 쏟아진 장밋빛 전망이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도 비트코인은 활용 가능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 다른 가상화폐들도 마찬가지다. 이슈에 따라 급등락이 반복된다는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엔 음란·도박 불법사이트 결제수단으로 꼽히면서 대중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물건을 사면서 현금으로 지급하는 건 옛일이 됐다. 지금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는 일이 적다. 먼저 신용카드가 결제수단의 ‘왕’이 됐다. 현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거추장스러움을 얇은 플라스틱 카드 한장이 대체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불편했나보다. 핀테크의 일종인 각종 ‘○○페이’면 웬만한 제품을 살 수 있다.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인터넷·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카드 없는 결제를 원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페이’의 다음 타자로 가상화폐를 꼽는다. 가상화폐만큼 드라마틱한 흥행을 거둔 결제수단이 없어서다. 먼저 가상화폐의 성장 과정을 훑어보자. 2017년 5월 21일.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시세가 2천달러를 돌파했다. 1월만 해도 900달러 남짓이었는데 넉달 만에 몸값이 두배 넘게 뛰었다.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쏟아졌고,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나라(일본)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추이[출처: 구글]
비트코인 가격추이[출처: 구글]

당연히 비트코인의 미래를 두고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특히 추구하는 가치인 ‘탈중앙화’가 매력적이었다. 창립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거대 투자은행의 탐욕과 중앙은행의 무력함이 빚어낸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비트코인을 창안했다. 비트코인의 수식은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과 같은 발행자가 없다. 중간관리자 역시 없다. 그럼에도 안전하게 거래내역을 저장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다. 암호화된 데이터 블록고리를 거래에 참여한 모든 컴퓨터에 분산·저장해 서로 대조하게 만들면, 개인과 개인이 안전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대체할 혁신적인 아이템이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가격도 고삐가 풀린 듯 치솟았다. 2천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7개월 뒤인 2017년 12월 18일엔 최고가인 1만9666달러를 기록해 10배나 값이 뛰었다.

몸값만 뛴 게 아니었다. 비트코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화제가 됐다. 백수에서 수백억원 자산가가 된 청년들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심심찮게 들렸고, ‘존버(기를 쓰고 버틴다는 은어)’ ‘가즈아(가치 상승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은어)’ 등 유행어가 파생됐다.

열풍은 담론으로도 번졌다. 비트코인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측하면서 실제 투자에 뛰어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혹자는 가상화폐의 급등세를 두고 “거품이며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실명제 도입을 시작으로 규제의 고삐를 죄었다. 정부 규제 때문인지 이후 가상화폐 열풍은 잠잠해졌다. 두 사람만 모이면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입에 올리거나 가상화폐 시세표에 골몰하던 과거와 지금은 다른 양상이다. 무엇보다 가상화폐 투자로 크게 벌겠다는 ‘한탕주의’가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가상화폐는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믿을 만한 결제수단이 된 걸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최근 미성년자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일명 ‘n번방’ 사건의 주도자와 가입자가 가상화폐로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암호화폐의 특성인 ‘익명성’ 탓에 신상 추적이 어려울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로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가상화폐를 악용하는 사례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가상화폐와 결합하면서 그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가상화폐를 추적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크웹 등에 범죄자가 올린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기반으로 추적할 수 있어서다.

여전히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6월 15일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9천달러 초반대를 보이고 있다. 6월 초 1만 달러를 넘어섰다가 다시 곤두박질쳤다. 비트코인은 지난 2월 코로나19 발병 초기 올해 최초로 1만 달러를 넘겼다가 다시 3월 들어 4천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내일이면 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결제수단을 맘 놓고 믿고 거래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장담할 수 없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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