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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타이틀 언제까지 달고 있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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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타이틀 언제까지 달고 있어야 하나요”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0.07.0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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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87.7% ‘취업 준비 중 번아웃 경험’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출처: 웹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  캡처
출처: 웹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 캡처

다소 잠잠해지는 듯 했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취업 시장도 얼어붙었다.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로 기업들이 공개채용의 기회조차 주지 않아 취준생들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1년째 취업준비 중이라는 취준생 박모(28)씨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으로 일반적인 취업준비가 아닌 다른 형태의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면서 “경험자가 있으면 조언이라도 들어볼 텐데 처음 겪는 코로나로 누구하나 명확한 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 더 힘들다”고 밝혔다. 이처럼 취준생들은 앞으로 나아질 것이란 희망 보다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심각한 구직난 …“올해 취업 결국 못하는 건가”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7)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며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주위에서는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준비하라고 하지만 공백기가 길어지면 그만큼 취업하기 힘들어질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걱정”이라며 “나이생각 안하고 어디 인턴자리라도 들어가서 경력이라도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처럼 취업에 떨어지는 낭패감보다 지원서를 넣을 기회조차 없다는 사실이 더 힘들다”고 전했다. 사실 요즘엔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일자리조차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기업에 원서 넣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정모(30)씨는 “학업을 중단하기 싫어서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까지 다니다 군대갔다오니 코로나19가 발생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나름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 엉망이 된 기분”이라며 속상해 했다. 그는 “어린 나이도 아니고 수입 하나 없이 언제까지 백수로 지내야 하나 겁이 난다”며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도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라 손을 벌리기는 더욱더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출처: 잡코리아]
[출처: 잡코리아]

작년 하반기 69.9% 직원 채용 대비 19.1%포인트 감소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 분위기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715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시장 전망과 채용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8%가 ‘신입 및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작년 하반기 69.9%가 직원을 채용한 것에 비하면 19.1%포인트 감소했다. 하반기 직원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업도 22.1%에 달했으며 ‘하반기 취업시장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응답자의 81.3%가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채용이 더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채 줄고 수시채용 늘고…취준생은 더 불리해져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타격이 장기화돼 추가로 신입을 뽑기 부담스러운 입장을 밝히며 공채를 진행하던 LG그룹, KT, 현대차 등의 대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때문에 올해 취준생들은 기업에 지원하는 기회도 줄어드는데, 채용 방식마저 불리하게 돌아가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취준생들은 어느 정도 계획을 알고 대비 할 수 있는 공채와 달리 수시는 언제 공지가 뜰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한 학생은 “수시채용이라고 하면 솔직히 안 뽑을 수도 있고 뽑아도 공채보다 적게 뽑을 것 같다”며 “기존과 다르게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렵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취준생 박모씨는 “많이 뽑는 건 둘째 치고 채용 계획을 사전에 명확히 알려줬으면 좋겠다”면서 “취업문이 언제 열릴까 학수고대하며 여기저기 사이트에 기웃기웃하는 생활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지원할 준비가 안 돼 있어도 채용 공고마다 일단 지원서룰 넣고 보는 ‘묻지마 지원자’도 예년보다 늘고 있다. 사람인이 올해 채용을 진행한 기업 531개사를 대상으로 ‘묻지마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82.3%가 묻지마 지원자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묻지마 지원자가 증가했는지에 대해서는 40.5%가 ‘늘었다’고 답했다.

비대면 방식의 화상면접...어떻게 준비하나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공채가 있다고 해도, 준비 과정 또한 쉽지 않다. 화상면접 등 언택트(비대면) 방식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이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는데 평소 하던 구직 준비 외에도 화상 면접, 온라인 시험까지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5월 말 최초로 온라인을 통해 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한 이후 대림산업, SK텔레콤, CJ 등 여러 기업이 대면 면접을 화상으로 대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3월부터 진행 중인 모든 채용에 화상면접을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의 화상면접은 지원자가 집에서 노트북, 데스크톱 등을 통해 면접관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다.

취준생들은 비대면 채용 방식이 4차 산업혁명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인식하면서도, 화상으로 나누는 짧은 대화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지 의문을 갖고 있다. 면접이라는 것이 첫인상과 말하는 태도 등을 기본으로 보는 자리인데 화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사실 취업 시장의 이런 변화들은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니다. 대규모 공채 방식에서 벗어나 직무별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2~3년 전부터 있었다. 다만 코로나19로 공채가 막히고, 대면 면접과 시험이 어려워지면서 이 같은 채용 트렌드가 더욱 빠르게 전개된 것이다.

취준생 87.7% ‘번아웃’… 주요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

[자료 : 잡코리아]
[자료 : 잡코리아]

한편, 취업준비생 10명 중 9명은 취업 준비 도중 번아웃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번아웃은 ‘타버리다’, ‘소진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에너지가 방전된 것처럼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증에 빠지는 증상을 의미한다. 

취준생들이 번아웃을 경험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번아웃을 경험한 취준생의 69.0%가 ‘취업준비 비용, 생활비 등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속 공채 취소·연기, 수시채용 등 기약 없는 채용환경’도 60.8%로 2위에 올랐다.

이어 ‘부모님 등 주변 지인들의 관심과 기대(47.6%)’,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42.6%)’, ‘해도 해도 부족한 스펙(42.1%)’이 차례로 번아웃을 느끼게 하는 이유 5위권에 꼽혔다. 이밖에 ‘장기간 취업준비로 인한 무력감, 체력부족(41.4%)’과 ‘거듭되는 탈락, 실패의 경험(38.7%)’, ‘이미 어떻게 할 수 없는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34.3%)’, ‘나 자신에 대한 확신 부족, 자존감 부족(29.8%)’, ‘지인들의 취업 성공에 따른 압박감, 열등감(16.0%)’, ‘서류전형, 면접, 인적성, NCS 등 주요 전형 과정(12.2%)’ 등도 취준생들이 번아웃에 빠지는 주요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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