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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⑭] 희망과 소망의 단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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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⑭] 희망과 소망의 단어 ‘여행’
  • Journey
  • 승인 2020.07.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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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Journey )

 

임신 중인 친한 동생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 그녀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이번 주말에 신랑이랑 여행가~.”

얼마만의 단어이던가. ‘여행’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어색해지다니, 정말 세상은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나 역시 올해 계획되어있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인도네시아 발리, 싱가포르, 미국 나파밸리, 두바이, 프랑스 여행을 취소했다. 

올해 초 만하더라도(코로나 이전) 여행을 간다고 하면, 당연히 광활한 세상의 아름다운 여행지들을 떠올리며 다음 나의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쁨에 빠질 수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한껏 들뜬 동생에게 그녀의 여행지를 쉽게 추측하며 되물을 수 있었다.

“제주도 아니면 강원도겠네?”

동생이 놀라지도 않은 채 대답한다.

“응 제주도~. 임신하고 첫 여행이라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너무 설레.”

이제 우리에게 여행지는 제주도, 강원도, 남해안, 서해안 정도이다. 이전엔 국내여행 애호가들 중에 가끔 국토대장정을 하는 사람은 봤어도, 코로나 이후에 그런 지인들은 없었다. 

지중해, 태평양, 인도양을 가로지르며 세상을 여행하던 이들의 닉네임은 이제  ‘여행가’가 아니라 새벽이건 밤이건 쉬 오를 수 있는 산을 찾아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등산가’가 되거나, 자전거로 힙과 허벅지가 터지도록 달리는 ‘라이더’가 되었다. 또는 산과 바다, 들과 도심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골프장에서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함을 즐기는 ‘한량’이 되었다.

여권 갱신 일을 확인하고, 비자를 준비하고, 유심을 걱정하던 우리는 이제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의류와 장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장기여행 전날 냉장고를 정리하는 대신, 다음날 아웃도어 일정에 도움이 되도록 냉동실에 얼음을 단단히 얼려놓고, 배낭에 구호물품을 꼼꼼히 챙긴다.

이제는 홈파티가 일상이 되어 며칠 전에도 절친한 지인의 집에 여럿이 모여 샴페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우리가 다시 여행할 수 있다면 각자 어디에 가고 싶으세요?

3명의 표정이 동시에 화색이 돈다. 이토록 희망적인 대화주제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대장이 말한다.

“나는 파리 리츠호텔의 헤밍웨이바를 잊을 수가 없어.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린 3월의 파리에서 유일한 위안이 되었었지. 그곳에서 마시는 세렌디피티 칵테일에는 여성손님에게만 크고 아름다운 핑크 장미를 꽂아주었어. 잔을 비우고 나면 장미꽃을 뽑아들고는 방돔 광장을 지나 숙소로 돌아갔지. 그 밤, 그 비, 그 냄새를 난 반드시 다시 만날 거야.”

결의에 찬 그녀의 눈동자에 살짝 물기가 생겼다. 우리에게도 다시 희망이 또 소망이 생길 수 있다는 확신과 동시에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감정이 교차해 속이 상했다.

현재 상황에서 당신이 누릴 수 있는 여행의 기회가 생긴다면,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리고 실행했다면 주위에 당당하게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소망이 생길 수 있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자신이 항상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어필을 하기 위해서 여행을 다녀오고도 출장을 다녀왔다고 하거나, 친한 지인에게도 “좋긴 뭘~ 이제 일해야지~”라고 여행소감을 말하기도 한다.그렇게 귀한 여행을 가서 막상 제대로 즐기지 못하겠거나, 여행의 의미를 모욕할 것이라면 그냥 집에 있기를 바란다. 당신은 여행할 여유가 없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국내 여행 호황에 가는 곳마다 엄청난 인파들이 쏟아지는데, 거기에 우울한 표정의 당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 확실하니 말이다.

“그냥 집에 있을 것을 괜히 왔어.”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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