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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벌레떼의 습격을 막아라 “초기 박멸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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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벌레떼의 습격을 막아라 “초기 박멸만이 살 길”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0.08.01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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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 탓에 이상 번식 늘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미국 무당벌레떼[사진=구글이미지]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로 예년보다 벌레 숫자가 늘어나면서 주민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조기 고온현상은 애벌레에서 성충, 유충으로 이어지는 곤충의 세대 순환 기간을 줄이고 있는데 도심과 도외에서는 대벌레, 매미나방, 노린재가 창궐하고 있다. 매미나방의 경우 여의도 면적의 20배가 넘는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정부는 관련 민원이 폭주하자 3주가 넘도록 방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벌레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벌레 숫자가 증가하는 초기에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관리 가능한 부분이라고 적당히 넘어갔다간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산림청 등 주무 부처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이들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커질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노래기와의 전쟁’…주민들 골머리 앓아
충북 보은군 회남면 조곡1리에서는 밤마다 어른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검은 벌레 수백 마리가 집 담벼락부터 현관은 물론, 방 안까지 출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39가구가 모여 사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벌레떼가 습격한 건 한 달여 전으로 벌레의 정체는 지네처럼 다리가 수십 개 달린 ‘노래기’다.

[자료=KBS 뉴스화면 캡처]
[자료=KBS 뉴스화면 캡처]

사람을 물거나 농작물을 훼손하는 등의 큰 피해는 주지 않지만, 징그러운 겉모습 탓에 해충으로 인식되어 있고, 살아있는 노래기를 건드리면 몸통을 둥글게 말면서 악취를 풍기기 때문에 ‘벌레계의 스컹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런 노래기가 가구마다 수백 마리씩, 하루에만 수천 마리가 이 마을에 출몰하며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들은 곳곳에 살충제를 뿌리고, 건물 구석구석 기어 다니는 노래기를 찾아 박멸했지만, 밤이면 어김없이 노래기의 습격을 받는다.

햇볕에 약한 노래기가 낮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습한 곳으로 숨어들어 개체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밤이 되면 수천 마리가 다시 등장해 주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노래기가 이처럼 이상 번식하는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5월부터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초기 박멸 안했다가는 위협 해충 될 수도
국립산림과학원 남형우 박사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돌발해충을 초기에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대처에 실패하면 해충으로 자리잡아 지속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나무재선충도 1988년도에 크게 증가했는데 당시 주요해충이 아니라고 방제에 힘쓰지 않았다가 지금은 위협적인 주요해충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봉산의 한 정자(이재오 전 의원 트위터 캡처)

지난 7월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10개 시·도 6183㏊(헥타르)에서 매미나방 유충이 발생했다. 서울 여의도의 2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산림청 실태조사 결과 지역별로는 ▲서울 1676㏊ ▲경기 1496㏊ ▲강원 1203㏊ ▲충북 759㏊ ▲인천 618㏊ ▲경북 387㏊ 등 면적에서 매미나방 유충이 발생했다. 전라남북도와 경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매미나방이 퍼져나갔다.

매미나방은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성충으로 7∼10일 가량 산다. 나무나 가로등에 무더기로 산란한 알집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유충이 가지고 있는 털이나 성충의 날개에 붙어있는 가루가 피부에 묻으면 두드러기나 빨간 반점이 생길 수도 있다.

“온난한 날씨로 월동한 알의 치사율이 낮아져 벌레 폭증”
전문가들은 매미나방이 갑자기 폭증한 이유로 “지난 겨울이 너무 포근했기 때문”이라며 “온난한 날씨로 월동한 알의 치사율이 낮아졌고, 살아남은 알들이 폭발적으로 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3.1도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돌발 해충이 창궐하면서 전문방역업체를 찾는 문의 전화도 평년보다 늘었다.

세스코 기술연구 관계자는 “1년 중 여름이 가장 신고 건수가 많은 계절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평년과 비교해서도 건수가 더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수돗물 유충 사태와 관련해서도 개인뿐 아니라 각종 기관에서 의뢰가 밀려와 업무량이 과중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지자체와 산림청은 현재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림청은 현재 200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돌발해충 제거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해외에서도 ‘무당벌레떼, 바퀴벌레떼로 경악’
이처럼 벌레떼 습격은 해외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지역에서도 몇 해 전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당벌레떼가 모여들어 화제가 됐다. 콜로라도 제퍼슨 카운티의 한 산악 지역에 수많은 무당벌레떼가 모여들어 숲의 나무들을 뒤덮을 뿐 아니라 주택으로 기어들고 사람들에게도 옮겨 붙어 큰 소동을 빚은 바 있다. 현지 주민들은 “지역에 있는 호수로 인해 습기가 많고 나무들의 잎사귀가 무성해지면서 무당벌레가 갑자기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벌레떼[사진=구글이미지]
미국 위스콘신주 벌레떼[사진=구글이미지]

LA한인타운 웨스턴길의 한 식당에서는 개미떼가 출몰해 업주를 당황시켰다. 업주는 “건물이 좀 오래되다 보니 개미들이 매일 줄지어 진을 치고 있다”며 “박멸 차원에서 터마이트 회사에 문의했더니 2~3일 작업에 비용으로 800달러 이상을 요구했다”며 “개미 처리 비용은 3000스퀘어피트 규모 이상은 400~6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개미를 차단하지 않을 경우 금전적으로 더 큰 부담을 불러온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베트남, “하루 20여 곳 작업해도 벌레 잡기에 턱없이 부족”
최근 베트남 남부지역에서는 우기로 접어들면서 화상 벌레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호치민 병원에는 하루 100여 명의 화상 벌레 환자들이 몰려들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환자들은 주로 얼굴, 목, 손과 다리에 염증과 물집이 생기는데 그 이유는 ‘청딱지개미반날개’ 때문이다. 이 벌레는 피부에 닿기만 해도 화상과 비슷한 염증과 통증을 일으켜 주로 ‘화상 벌레’로 불린다. 

미국 바퀴벌레떼[사진=구글이미지]
미국 바퀴벌레떼[사진=구글이미지]

이는 꼬리에서 분비되는 ‘페데린’이라는 독성 물질 때문인데 코브라의 독보다 15배나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치민시 관계자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도 없이 계속 소독작업을 진행한다”며 “하루에 20여 곳을 돌며 작업하는데도 벌레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에 자연생태공원이 늘어난 데다 주거밀접지역이나 상가지역도 많아 대대적인 방역은 쉽지 않다”면서 “기후이상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벌레떼가 출몰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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