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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장마의 그림자] 여름 제품이 운다...긴 장마에 여름 가전기기 매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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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장마의 그림자] 여름 제품이 운다...긴 장마에 여름 가전기기 매출 하락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8.14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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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독한 장마였다. 통계도 이를 증명했다. 올여름 강수량은 관측 역사상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 6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국 강수량은 879.0㎜를 기록했다. 역대 2위다. 평년(470.6∼604.0㎜)보다 275㎜나 비가 더 내렸다.

강수일수를 기준으로는 37.8일을 기록했다. 종전 1998년(37.8일)과 같았다. 기준을 한 해로 넓혀보면, 올해 1월부터 8월 10일까지 1193.5㎜의 비가 내려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보통은 825.9㎜ 수준이다. 장마기간이 길었을 뿐만 아니라 폭우도 잦았다. 최근 22일(7월20일~8월10일) 동안 전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220개 지점에서 하루 150㎜ 이상 강수량이 기록된 날이 15일에 달했다. 문제는 아직 장마가 끝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에도 비가 더 내릴 경우 8월 전체 집계로 역대 최고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잦고 많은 비는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가령 농경지 침수에 따른 시설재배 어려움이 결국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농작물 가격이 폭등한다. 실제로 농축산물 도매가격지수는 지난 5월 110.5에서 7월 114.7로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배추 도매가격은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6월 포기당 2472원에서 7월 3474원, 8월 상순 4113원으로 상승했다. 8월 상순 가격은 지난해보다 84%나 오른 수치다. 무 도매가격 역시 개당 6월 1165원, 7월 1132원, 8월 상순 1276원으로 올랐다.

사람들의 생활도 변한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선 전년 동기 대비 대형마트(-4%), 편의점(-2%) 등이 역성장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위가 실종된데다 장마로 인해 온라인으로 고객 이탈도 이어진 점이 매출에 타격을 줬을 거란 분석이다. 반면 홈쇼핑 채널은 활짝 웃었다. 현대홈쇼핑의 올 2분기 취급고는 1조20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CJ오쇼핑과 GS홈쇼핑, 롯데홈쇼핑 실적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일궜다.

집에서 간편하게 음식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배달 시장 역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이 지난달 마지막 주와 이달 첫 번째 주 주문 건수를 살펴봤더니 작년 동기 대비 46%나 증가했다. 주문 분야별로 살펴보면 카페·디저트가 132% 증가해 작년의 2배를 넘어섰다. 이어 야식 49%, 한식 48%, 분식 39%, 패스트푸드 37%, 족발·보쌈 32%, 치킨 31%, 중식 30%, 피자 21% 등의 순이었다.

미니의류 건조기[사진=신일전자]
미니의류 건조기[사진=신일전자]

가전기기 판매량 순위도 달라진다. 여름철 대표 가전기기는 에어컨이다.

에어컨은 더울수록 잘 팔린다. 실제 에어컨 시장은 2017년 250만대에 달하는 사상 최고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2018년과 2019년까지 3년으로 연속 가전업계 효자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 내린 역대급 폭우가 에어컨을 효자 상품에서 밀어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7월 에어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했다. 전자랜드에서도 7월 에어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온라인 마켓에서는 에어컨 매출이 더 줄었다. G마켓의 경우 7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를 기록했다. 벽결이형보다 가격이 비싼 스탠드형 판매는 81%나 급감했다.

반면 ‘습기’와의 전쟁을 치러야하는라 제습기와 건조기, 스타일러·에어드레서 등의 제품은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7월 제습기와 건조기 판매는 각각 23%, 33% 늘었고, 의류관리기는 294%나 증가했다.

유통업계의 전체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이커머스, 홈쇼핑 업체들이 가을과 겨울에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류 상품들을 일찌감치 판매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평소보다 덥지 않은 날씨로 가을 상품 수요가 높아지는 데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 시장을 신상품들로 환기시킨다는 전략이다.

금융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대표적인 여름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의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빙과류 및 냉방·여행·영화 등 여름철 특수가 기대되는 업종에 속한 12개 종목의 주가는 올해 6월 들어 8월 11일까지 2개월여 동안 평균 7.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9.2% 뛰어오른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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