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일인 또는 이인 가구가 대세인 요즘. 일인분 또는 이인분 포장의 반조리 식품은 물론 신선한 과일까지 나눠 파는 시대다. 이 흐름은 자동차 산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하고 홀가분하고 단출하고 인생관에 명확한 삶을 추구하는 일인 또는 이인 가구들의 취향과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 모델을 공개하는 것이다.
여기 제법 괜찮은 모델이 등장했다. 바로 프랑스에서 물 건너 온 르노 '조에(ZOE)'다.
르노삼성은 익숙해도 르노는 좀 어색하다고? 게다가 조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고? 그럴 수 있다. 르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현재 르노삼성과 삼성은 관계가 없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 영향력이 큰 탓에 르노에서 로열티를 지불하고 이름을 유지하는 중이다.
조에는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한 모델이다. 그 똘망한 모델이 국내 시장에 상륙한 것이다. 조에는 지난 2012년 유럽 시장에 처음 공개된 이후 올해 6월까지 약 21만6000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전기차다. 보는 기준에 따라 1세대의 부분변경 또는 3세대 모델로 거론할 수 있는 조에는 지난 10여 년 르노 EV 개발 경험에 기반해 향상된 파워와 주행거리,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사양, 뛰어난 주행성능을 갖추고 소형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조에는 100kW급 최신 R245 모터를 품고 제법 경쾌하게 달린다. 136마력의 최고출력과 25.0kg.m의 최대토크를 내고, 정지에서 50km/h까지 3.6초 만에 도달해 초반의 시원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또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낮은 무게중심과 이상적인 무게 배분으로 라이드&핸들링 성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르노 조에는 54.5kWh 용량의 Z.E. 배터리를 차체의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가장 낮은 곳에 위치시켜 완충 시 309km(WLTP 기준 395km)를 달릴 수 있다. 50kW급 DC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 충전으로 약 150km를 주행할 수 있고 가정에서는 100% 충전에 9시간 25분이 걸린다.
겉모습은 르노 그룹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돼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후드의 윤곽선이 중앙에 위치한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까지 연결되면서 르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C-shape 형상의 주간주행등과 어우러져 매력적인 르노 조에 만의 앞모습을 만든다.
앞 범퍼에는 그릴과 안개등 주변에 크롬 인서트가 더해져 맨 아래까지 빈틈없이 돋보인다. 공기역학적 성능을 개선하는 동시에 입체감을 더하기 위해 사이드 에어 벤트도 장착했다. 인텐스 트림과 인텐스 에코 트림에는 구멍 뚫린 핫스탬핑 그릴에 도트 무늬를 적용해 고급스럽고 트렌디하다.
조에의 모든 트림에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와 LED 안개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에는 동급 최초로 LED 다이내믹 턴 시그널 램프가 장착돼 스르륵 거리며 소형차 이상의 감성을 뽐낸다.
실내는 최근 등장한 르노삼성 모델들과 닮았다. 10.25인치 TFT 계기반과 센터패시아에 이지 커넥트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적용된 터치방식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달았다. 모니터 아래 자동 공조장치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구성의 버튼과 다이얼로 쉽게 다룰 수 있다.
내장재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 젠, 인텐스 에코 트림에는 도어 암레스트와 대쉬보드 그리고 시트 등에 업사이클 패브릭을 활용했다. 전기차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르노의 다양한 노력 중 하나다.
조에는 이지 커넥트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멤버십 차량관리 애플리케이션인 ‘마이 르노’ 앱을 통해 운전자에게 충전 및 차 상태 정보 확인, 원격 제어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이지 커넥트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플레이리스트의 곡을 듣고, 가장 좋아하는 앱을 둘러보면서 전화 통화도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통신형 T맵을 지원해 실시간 교통 정보, 날씨, 가까운 충전소 위치 및 이용 가능한 충전기 정보를 비롯해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마이 르노 앱을 통해 배터리 잔량, 주행 가능 거리 등 원격으로 차 상태 확인은 물론 충전 및 공조 시스템 작동 등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또한, 앱을 통해 충전소를 포함한 최적의 드라이빙 경로를 제공하는 ‘EV 스마트 루프 플래너’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조에는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활용하는 히트 펌프 기술과 배터리 히팅 시스템을 적용해 영하권의 추운 겨울에도 최소 236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ECO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에어컨 및 히터 기능을 효율적으로 자동 제한하며 주행 거리를 최대한 늘인다. 또한, 기어노브를 한 번 더 아래로 당겨 주행 모드를 B-모드로 운전하면 회생제동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배터리를 적극 충전해 달린다.
전자식 변속기인 E-시프터의 원 터치 컨트롤을 활용, B-모드를 설정해 주행하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 브레이크와 유사한 감속이 이뤄져 막히는 도로나 장거리 주행에서 브레이크 페달의 사용 빈도를 줄일 수 있는 편안한 ‘원 페달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등 주행 안전을 위한 ADAS 기능은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기본 모델인 젠을 뺀 인텐스와 인텐스 에코 트림에는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과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도 추가된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인 Z.E. 보이스는 3가지 사운드 중 운전자 취향에 맞춰 골라 즐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후방카메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오토홀드 포함),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 운전자의 이지 드라이빙을 고려한 다양한 편의 기능도 품었다.
3개의 트림의 조에는 젠 3995만 원, 인텐스 에코 4245만 원, 인텐스 4395만 원이다. 환경부 국고 보조금(736만 원)과 지자체별 추가 보조금까지 더하면, 서울시 기준 최저 2809만 원, 제주도 기준 최저 2759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조에는 조용하고(주행 중에도 실내 정숙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실용적이다. 최고속도는 140km/h에 묶어 뒀지만 전기차 특유의 시원한 가속감으로 답답함 없이 가속하고 추월하고 교차로 진입이 가능하다. 한 번 충전으로 300km 이상 마음 편히 주행할 수 있다. 3000만 원 전후에 구입 가능한 가격도 보는 시각에 따라 큰 매력일 수 있다.
차체가 아담해 운전은 쉽고 전기차 특성을 살려 완성한 실내는 제법 쓸만 하다. 무엇보다 환경 친화적이다. 스마트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혼라이프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모델도 찾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