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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굿즈가 로또? 유통가 흔드는 ‘굿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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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굿즈가 로또? 유통가 흔드는 ‘굿즈 전쟁’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08.26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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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유통업계에 떠오르는 마케팅이 있다. 바로 ‘굿즈(Goods) 마케팅’이다. ‘굿즈’는 아이돌·영화·드라마·소설·애니메이션 등 문화 장르 전반에서 사용되는 단어다. 소속된 특정 인물이나 그 장르 및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주제로 제작된 상품과 용품을 뜻한다.

이들 제품은 아무 때나 살 수 없고 아무 데서나 살 수 없는 한정판으로 팔리거나 증정되는 게 특징이다.

한정판 굿즈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소비자를 보는 건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처럼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사은품을 제공하면 집객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타벅스 굿즈는 많은 온라인몰에서 되팔리고 있다.[이미지=구글 캡쳐]
스타벅스 굿즈는 많은 온라인몰에서 되팔리고 있다.[이미지=구글 캡쳐]

이 마케팅의 효과를 가장 잘 체험한 브랜드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다. 지난 5월 e-프리퀀시 사은품으로 선보인 ‘서머 레디백’ ‘서머 체어’는 ‘없어서 못 주는 사은품’이 됐다. 무려 17잔의 음료를 구매해야 했는데도 소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벤트 후반에는 사은품을 얻기 위해 새벽마다 스타벅스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스타벅스 21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장우산은 2만5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순식간에 품절됐다.

스타벅스의 굿즈 마케팅 성공은 다른 커피 브랜드의 자극제가 됐다. 할리스커피는 지난 5월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손잡고 체어·파라솔 세트, 쿨러백, 폴딩카트 등 캠핑 용품 3종을 출시했다. 이중 체어·파라솔 세트는 출시 첫날 품절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자료=번개장터]
[자료=번개장터]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6월부터 피크닉 테이블을, 던킨은 7월 31일부터 덴마크의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콜라보레이션한 폴딩박스를 선보였다. 이들이 내세운 굿즈가 ‘캠핑 용품’이란 점에서 스타벅스의 영향을 부정하기 힘들다. 최근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 대신 한적한 곳을 찾아 캠핑 또는 ‘차박’ 등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캠핑 용품 수요도 덩달아 급증한 덕분이다. 

사실 굿즈 마케팅의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맥도날드다. 과거 맥도날드는 ‘해피밀 세트’를 구매하면 ‘슈퍼마리오’ ‘미니언즈’ ‘스누피’ 등의 인기 캐릭터 피규어를 제공했다. 해피밀 세트가 아동 전용 타깃임에도 각각의 캐릭터 마니아들이 몰려 구매하는 ‘대란’이 반복될 때가 많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만화나 장난감 등을 좋아하는 다양한 분야의 마니아층 소비자가 많다”며 “이들은 경기 침체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과감하게 지갑을 열고 상품 정보를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고 있어 유통기업들에겐 불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굿즈 마케팅에도 씁쓸한 면은 있다. 바로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본래 제품은 뒷전이고 굿즈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굿즈를 얻기 위해 마시지도 않을 커피를 구입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예스24가 출시한 빙그레 아이스크림을 모티브로 한 이색 서머 굿즈.
예스24가 출시한 빙그레 아이스크림을 모티브로 한 이색 서머 굿즈.

가령 스타벅스의 예를 들어보자. 사실 이벤트 기간 동안 17잔의 커피를 다 마시긴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다 마시더라도 굿즈가 다 소진될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굿즈를 위해 커피를 사는 경우가 많아진다. 한 매장에서는 커피 300잔을 시키고 17개의 사은품을 챙겨간 고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99잔의 커피는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은품이라는 목적과 달리 리셀러가 판치는 것도 문제다. 취향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브랜드 굿즈 중고 거래 및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가장 인기있는 굿즈 제품은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으로 집계됐다. 데이터 집계 기간 동안 ‘레디백’ 키워드 검색량은 약 25만건이었으며 실제 거래는 약 2500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000회 이상 검색되고 22건이 거래된 셈이다. 문제는 이들의 가격이다.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의 중고가는 10만원대, 던킨 폴딩박스는 4만~5만원대까지 치솟아 논란이 됐다. 굿즈 열풍에 각각의 브랜드 제품이 도구로 쓰이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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