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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⑱] 당신의 결혼은 그리고 연애는 만족스러우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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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⑱] 당신의 결혼은 그리고 연애는 만족스러우신가요?
  • Journey
  • 승인 2020.09.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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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칸트는 만족의 대상을 다음의 셋으로 나누었다.
 

“쾌적한 것, 좋은 것, 아름다운 것”
[판단력비판]


 

당신은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가 유쾌한가요? 또는 좋고 아름다운가요?

L은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다. 아내와의 불화로 이혼을 하고자 했으나 아내의 반대로 별거는 하되 이혼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혼의 사유는 성격차이,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아내가 이혼에 합의하지 않았다. 그는 다툼이 있었던 수년 전부터 별도의 아파트를 구해 별거생활에 돌입했고, 아이들을 위해 여전히 아내에게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다. 그는 별거를 시작한 뒤 2년째가 지나면서 우연히 운명적인 여인을 만났고, 1년 가까이 뜨겁게 사랑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유부남인 남자 그리고 이혼은 했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의 연애는 녹록치 않았다. 그는 나를 만날 때마다 그녀와의 추억을 읊조리며, 태어나서 이렇게 사랑했던 사랑이 없었다고 한탄한다. 뭐가 그렇게 좋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엇을 하던 즐겁고 자연스러워. 그리고 그녀는 작고 사랑스러워서 보호해주고 싶어.”

그토록 달콤하던 중년의 연애는 결국 싱글맘의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끝이 났다. 커가는 아이들의 육아에 전념하느라 L의 데이트 신청을 거부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그가 원하는 일정들에 합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에 보다 지친 L은 그녀를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사랑을 종결시킨 불만족 이유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이다.


K는 재혼 후 3년째인데 세상에서 집에 들어가는 게 제일 곤욕스럽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재혼을 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아픔도 경험한 뒤, 또다시 중대한 결정을 한 것 일 텐데 어째서 두 번째 결혼마저 이토록 괴로운 것일까?

삶의 질도 높고, 사회적 위치나 풍족한 취미생활 등 부족할 것이 없는 K씨는 말한다.

“지금 내 아내와 재혼을 결심한 이유는 살림도 야무지게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현모양처 같아서야. 첫 번째 아내는 그에 비해 굉장한 미인이었지만 살림도 일도 안했거든. 지금 아내의 문제는 현모양처인데 재미가 없어. 내 일에 관심도 없고 그냥 듣기만 해. 공통관심사나 취미도 너무 다르고 집에 들어가면 너무 심심해.”

이들의 부부 관계가 불만족스러운 빈껍데기가 되어버린 이유는 ‘행복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 때문이다. 아내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데, 남편은 그보다 더욱 깊은 소통과 나눔을 원한다.


M은 비혼주의자이다. 
결혼을 한창 꿈꾸던 그녀는 얼마 전 비혼을 선포했다. 

“나는 혼자 살기로 결심했어. 더 이상 누군가와 함께 살 것인지 고민하는 일을 멈춘거지.”

사실 그녀는 한 남자와 4년 정도의 연애를 하다가 몇 달 전에 헤어졌다. 헤어진 남자는 한 가정을 이끌기에는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했고, 결혼을 하면 몸이 불편한 노부모님을 모셔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부족한 부분이 명확한 반면에 그는 항상 다정다감했고 여러모로 그녀와 아주 궁합이 잘 맞는 단짝 친구 같은 남자였다. 결혼을 한다, 안한다, 모르겠다 등의 말이 수년을 오가다가 결국 그와의 이별 뒤 비혼주의자로 결심을 굳혔다.

“굳이 결혼을 안 하겠다고 못 박을 이유가 있나요?” 라고 물었을 때 그녀의 대답은 너무나 명료했다.

“굳이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보다, 이 편이 내 삶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돼.”
 
분신 같던 반쪽이 사라져버린 그녀는 외로워보였다. 가끔은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듯 시큰시큰 아프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시큰거리는 외로움보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해야 하는 삶이 더욱 괴롭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나에게 쓸쓸한 눈빛으로 말했다.

“어차피 오래 못 가.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하거든. 내 스스로가 만족되지 않는데 누구와 행복할 수 있겠어?”

그녀의 결혼에 대한 불만족의 감정은 ‘삶의 우선시되는 가치의 기준’이 오롯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
‘행복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 
‘우선시되는 가치의 기준’

이 다양한 감정들은 비단 결혼이나 연애뿐만 아니라, 만족스럽지 않은 삶의 여러 가지 상황에서 우리의 고민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일정부분 타협하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정도면 훌륭하다.’라는 말을 하고, ‘가성비가 좋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오롯이 자신의 모습, 상황, 감정에 만족하시나요?

하루는 날씨가 매우 더웠다. 정조는 침실 남쪽 건물에 머물렀는데, 처마가 매우 짧아 한낮이 되자 해가 뜨겁게 내리쬐었다. 신하가 "이 방은 협소하여 한여름이면 더욱 불편합니다. 건물을 별도로 짓자는 청은 비록 윤허를 얻지 못하였으나 서늘한 곳으로 옮겨서 여름을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러자 정조는 "지금 좁은 이곳을 버리고 다른 서늘한 곳으로 옮기면 또 거기에서도 참고 견디지 못하고 반드시 더 서늘한 곳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만족할 때가 있겠는가. 만약 이곳을 참고 견디면 바로 이곳이 서늘한 곳이 된다. 이것을 미루어본다면 '만족할 줄 안다(知足)'는 말이 적용되지 않을 곳이 없다. 그러나 학문의 공부와 나라를 태평하게 다스리는 것의 도리만은 조그만 완성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된다고 하면 안 된다. 더욱 힘써 정진하면서도 언제나 부족함을 탄식하는 생각을 가져야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만족할 줄 안다는 것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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