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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라이프] 비대면시대에 소외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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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라이프] 비대면시대에 소외된 사람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09.2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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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몇 년 전부터 비대면시스템이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하기 시작했고, 올해 초 발발한 코로나19는 본격적인 비대면시대를 알렸다. 사람보다 기계와 더 친밀한 사회, 누군가는 '세상 참 좋아졌다'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세상 살기 참 어려워졌다'며 탄식한다.

비대면시스템의 확산으로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에는 '키오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으로, 매장 안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직원과의 접촉 없이도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하다.

키오스크의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로 이용자들은 시간을 절약하고,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편리함'을 강점으로 내세운 키오스크는 이미 외식업, 금융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의 '편리함'을 느끼는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키오스크를 비교적 잘 활용하는 반면, 기기 사용에 능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기기와 씨름하며 진땀을 빼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245명을 대상으로 이용 중 불편한 점을 조사한 결과, '복잡한 단계'가 51.4%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이 51.0%, '뒷사람 눈치가 보임'이 49.0%, 화면의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이 44.1%였다.(*복수응답)

이 밖에도 결제수단이 제한되어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 점, 한 화면당 조작시간이 짧은 점, 주문할 상품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없는 점 등이 불편 사항으로 꼽혔다.

이는 말이 통하지 않는 기기 앞에서 느끼는 고령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령소비자뿐 아니라 어린 아이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함을 느낀다. 신장이 작거나 휠체어를 탄 경우 키오스크의 높이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아직까지 음성이나 점자가 지원되는 키오스크는 많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의 이용편의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방식은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했지만, 모두에게 편리한 것은 아니다. 비대면시대에 편리한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 디지털 소외계층이 형성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디지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디지털 소외를 문제로 인식한 여러 지자체와 기관에서는 해결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키오스크, 온라인 장보기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디지털 종합역량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서울시 서울디지털재단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로봇 200대를 노인복지시설에 보급했으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생활형 디지털 문해교육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셜벤처 주식회사 닷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화면 속 내용을 점자나 음성으로 파악할 수 있고 AI 음성인식 기능으로 주문, 결제 등이 가능하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현재 공공기관에서 시범운영되고 있으며,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비대면시스템의 정착과 확산에 불을 지폈다. 포스트코로나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비대면'이다. 거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역량은 편리한 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모든 사람들이 디지털 역량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지속되어야 한다.  

[사진=시사캐스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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