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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⑳] 헤어진 우리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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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⑳] 헤어진 우리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나요?
  • Journey
  • 승인 2020.10.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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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최근 지인들과 가까운 지역으로 국내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차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지에 도착했고 예정된 일정을 치러냈다.

우리의 계획대로 며칠간 우리는 맛집도 가야하고 관광도 해야 하고 밤에는 술도 마셔야 한다.

혹시나 사소한 일들로 감정이 상하거나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라도 하면 이 여행은 지옥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린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서로 40년~5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른 삶을 살아온 이 여행 멤버는 일상의 한 끼 정도의 식사를 하던 사이에서 일상을 함께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여행 첫날, 피곤한 체력 외에는 비교적 문제없는 하루가 지나고, 둘째, 셋째 날이 되자 즐거움은 즐거움대로 각자 누리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느라 불필요한 에너지들이 소비되기 시작된다.

너무 가까이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느라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개인의 성격, 버릇, 가치관들이 드러난 것이다. 상대를 무조건 존중하리라 마음먹고 시작한 여행이지만, 그들의 안 좋은 버릇이나 마음에 안 드는 가치관까지 좋아할 만큼의 내공은 없는지라, 표정이 바뀌고 기분이 상한다.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다. 모두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는다는 것은 여행 파트너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 때 마다 이것이 마지막 연애이기를 바랐던 나는 지나친 긍정으로 인해 매번 너무나 큰 실수를 해왔다. 바로 상대에게 무언가를 작정하고 기대했던 것이다.

“이 사람은 나만 사랑할 거야.”
“이 사람은 온화하고 자상한 사람이야.”
“이 사람은 착한 사람이야.”
“이 사람은 아주 책임감이 강하니 먼 미래에도 가정에 헌신할거야.”

이와 같이 어리석은 기대감 리스트에 ‘기대 한 줄’이 늘어날수록 한 사람씩 내 인생에서 사라져갔다. 누군가는 나를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도 사랑했고, 누군가는 세상 온화하다가 수가 틀리면 악마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누군가는 착하고 소심한 얼굴 뒤에서 치졸하고 괴팍한 성미가 남부럽지 않았고, 누군가는 책임감은 강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를 지켜낼 능력이 없었다.

서로를 깊게 알아갈수록 보기 싫은 모습, 나쁜 모습을 알게 되고 더 이상 참아지지 않거나
참지 않기로 결정할 때 이별이라는 결말이 난다.
 
사람을 깊이 알기에 가장 좋다는 연애, 여행, 골프, 돈 관계 등을 통해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게 된다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씁쓸하게도 ‘내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관계’들을 정리할 타이밍은 마치 사계절처럼 때때로 나를 찾아오고 이별을 서두르게 만든다.
 
상대가 연인이건, 친구건, 지인이건, 가족이건 인간관계의 정리가 필요한 시기가 되면 단호한 결정이 내 인생을 일단락 청소해주고 새로운 관계가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방을 내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관계정리의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는 ‘이별’이라는 푯말로 시작하지만, 출구를 나가면 이내 ‘새로운 만남’이라는 푯말이 나를 기다린다.

헤어진 연인, 절교한 지인, 자식을 버린 부모, 회사 돈을 횡령한 직원, 직원을 단칼에 해고한 사장. 그들 사이에 수많은 상처들을 시간이 지난다고 치료해주나? 모든 헤어짐은 상처고 흉터는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에는 꽤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 영구적 상처도 있다.

자신이 상대에게 준 상처는 가볍게 잊고 넉살좋게 좋은 사람인척 보고 싶다고 다시 손을 내미는 낯짝이 두꺼운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대게 세상에서 ‘뻔뻔한 놈들’이라고 불린다.

본래 한번 내다버린 쓰레기는 다시 집으로 들이는 게 아니라고, 정리된 인연을 시간이 지났다고 다시 주워 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궁극적으로 정말 중요한건 내게 닿은 인연을 충분히 귀하게 여겨야지, 기분으로 정리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인간관계가 기분일 수는 없는 것이다.
과연 헤어진 우리들은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던가?

불교의 ‘시절인연’이란 말에서 인간의 인연이란 부처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했듯이, 좁고 머나먼 인생길, 아무 말 하지 않지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인생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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