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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 부총리도 못 구하고, 줄 서서 제비뽑고…‘전세 신풍속도’ 정부는 “기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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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 부총리도 못 구하고, 줄 서서 제비뽑고…‘전세 신풍속도’ 정부는 “기다리라”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0.10.1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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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임대차3법이 지난 7월말 시행 된지 두 달 남짓 밖에 안 지났지만, 전세시장은 매물부족과 가격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며 요동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억대로 뛰는 전세가격을 내고서라도 입주할 전셋집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를 구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알려지자 지난 10월 16일 열린 국토교통위의 국토부 국감에서 ‘전세난민이 된 홍남기 부총리’를 빗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꼬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임대차2법 전세시장 재편 ‘매물급감·가격껑충’

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전세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가장 크게는 전세 매물 자체가 급감하며 소위 ‘전세 난민’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전셋집에 살던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기존 살던 집에서 2년을 더 지낼수 있어 다행이지만, 임대인들은 4년치(2+2년) 인상폭을 염두해 전세보증금을 올리고 있고,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들만 억대로 오른 전세보증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은 지난 8월부터 시작해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집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1798개 중 1299곳(72%)은 전세매물이 5건 이하로 조사됐다. 총 9510가구 규모로 전국 단일단지 최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도 최근 전세 매물이 달랑 6건에 불과한 상태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부르는 게 값인데, 계약갱신 매물을 빼고는 새 전셋집이 없어 가격을 높일 매물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직주근접 지역인 마포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마포구 아현동의 4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총 전세매물은 10여개에 불과하다.

매물이 없기 때문에 전세가격도 신규계약 때마다 오르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소형평형인 전용 59㎡ 전세보증금은 임대차3법 시행 이전에 6억대 였지만 10월들어서는 이미 7억원을 넘어섰다.

■줄서서 전셋집 구하기도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울 강동구에서는 전세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번호를 받고 제비뽑기를 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의 한 아파트 현관 앞에서 10여명이 줄을 서서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제비뽑기로 최종 계약자를 선정했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특정 단지의 상황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는 중개업소가 대기 번호를 받고 전세 매물을 소개하고 있다. 

전세난민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자신이 사는 전셋집에선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자신이 소유한 집 처분은 세입자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는 A씨의 사연을 아냐”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묻든 장면이 연출됐다 김 장관은 “새로운 집을 알아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이 주인공이 마포에 사는 홍남기씨의 사연”이라고 받아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세대란을 성토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세대란을 성토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마포 사는 홍남기 국감서 이슈로

상황이 심각해 지는 가운데서도 정부의 인식은 “기다리라”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대란을 지적하는 국토위 소속 의원들의 질타에도 “임대차3법이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챙기겠다”며 “지난 1990년에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때도 시장이 안정되는데 5개월 정도가 걸렸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30만호를 속도감 있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정부의 인식과는 괴리가 크다. 시장에서는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대란이 이어지며 반전세와 월세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달까지 한 달 보름간 성사된 전월세 거래는 17건으로 이중 11건이 월세를 낀 반전세 거래였다.

결국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행된 임대차3법이 전세보증금 폭등과 월세 부담을 부추기며 세입자의 가처분소득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 “추가대책 이제는 고려해야”

이제는 전문가들도 “정부가 임대차법 개정 과정에서의 조급함을 인정하고, 전세대란을 풀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또한 국감 현장에서도 전세매물 부족을 지적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국감장에서 들려준 인터뷰 음성에서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전세 매물이 제로다. 1년 전에 비하면 가격도 5억~7억 올랐다”, “지금 매물은 없고요” 등의 하소연이 어어졌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은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는 인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충분한 검토 없이 임대차법 개정안을 추진한 것이 화를 키웠다”며 “적절한 공급대책 없이 수요를 옭아매면 시장이 왜곡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임대 위주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지만 이은 일반 수요자들과의 괴리가 크다. 특히 이번 전세대란을 부른 중요한 이유는 임대차3법이기 때문에 이제는 추가대책을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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