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58 (금)
비대면 시대가 만든 사각지대, 소외한 사람들
상태바
비대면 시대가 만든 사각지대, 소외한 사람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10.21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시각장애인 웹 접근성 심각"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포스트코로나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비대면'이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면하지 않고도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 요즘, 쉽고 간편한 일처리에 사람들은 만족을 표한다.

하지만 비대면 서비스가 모든 사람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늘면서 장애인들이 겪는 생활 속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국세청에서 추진하는 '홈택스 2.0' 사업은 납세자의 신고 ·납부 절차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간편하게 납세할 수 있는 홈택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국감에서 음성지원 이용시 홈택스 관련 항목을 선택했을 때 정확한 명칭이 아닌 엉뚱한 설명이 나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대면 서비스와 연결된 '키오스크' 무인단말기도 날카로운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무인단말기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손으로 화면을 만지면 음성 안내가 나오지만, 메뉴 선택과 카드 삽입, 영수증 발급 위치를 알 수 없어 시각장애인들은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화면이 넘어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정보 취약계층(장애인·노인 등)의 접근성 보장에 관한 '2019 무인정보단말기 정보 접근성 현황조사'에 따르면 접근성 수준은 평균 59.82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설치 장소별 접근성 수준을 보면, 정부 및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은행·환전 무인정보단말기가 74.8점, 민원·안내는 70점이다. 이에 반해 음식점·카페·패스트푸드점은 50.5점, 주유소·충전소·주차장은 52.7점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민간 영역에서의 정보 접근성이 열악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비대면 서비스가 모든 사람들의 생활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된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8월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기술발달에 따른 범주 확대 가능성을 바탕으로 민간 영역까지 무인정보단말기와 응용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 및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비대면 경제 가속화에 따라 대대적으로 디지털 포용 정책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민간 영역에서 장애 당사자 입장에 맞춘 비대면 서비스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표준과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어 "모든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 제공 방안들도 계획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포스트코로나시대를 준비하며 세상이 분주하게 흘러가고 있다. 메워지지 않은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빠른 변화 속에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변화를 위한 변화가 이뤄져야 할 때이다.  

[사진=시사캐스트/픽사베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