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6 18:57 (목)
[비혼라이프] “괜찮습니다, 이번 생은 비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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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괜찮습니다, 이번 생은 비혼이라”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10.26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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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비혼남 주씨의 인터뷰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비혼을 선언했다. “평생 외롭게 살래? 나이 들면 후회한다”는 주변 지인들의 협박(?)에도 아랑곳없다. 혼자라면 아무런 구속 없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을 비정상으로 보는 폐쇄적 인식은 여전하다. 부천에서 사는 비혼남 주현우(33·가명)씨를 만나 비혼을 결심한 속사정을 들어봤다.


◇ 비혼을 결심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몇 번의 진지한 연애를 했고, 그때마다 결혼이라는 선택지와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그때마다 ‘왜 결혼을 해야 하지’란 자문에 자신 있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비혼을 선택했다기보단,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답이겠네요.”

◇ 결혼에 선입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정환경이 불우했다던지.
“아뇨, 저는 오히려 부모님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시는 걸 보면서 컸어요. 지금도 금술이 좋은 편이시죠. 덕분에 20대까지 저는 ‘아 우리 부모님처럼 나도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아야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20대 후반엔 실제로 꽤 구체적인 결혼 얘기를 주고받던 인연도 있었구요.”

◇ 그 희망을 포기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조금 철학적인 문제인데요. 제가 다른 사람의 삶에 깊숙하게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자이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죠. 아무래도 한국의 결혼은 여자 쪽이 손해를 감내야 하는 일이 많잖아요.”

비혼남 주씨.
비혼남 주씨.

◇ 요즘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부부도 많습니다.
“결혼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고, 육아 때문에 갈등하고, 가사노동이 한쪽에 쏠리는 건 여전하다고 봐요. 그건 제가 노력을 해도 쉽게 바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의 삶의 방식을 배려해면서 살아야 하잖아요. 저는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 구체적인 예를 들면요.
“저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탓에 현장을 종종 옮겨 다니는 편입니다. 집을 부천에 두고 있지만 현장이 너무 멀 땐 주변에서 숙식을 하기도 하죠. 아마 결혼을 해서도 그렇게 할 겁니다. 기본적으로 업무에 변수가 많죠. 이런 걸 함께 이해하고 공유하는 게 결혼이라지만,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왜 꼭 그렇게 해야 하죠?”

◇ 경제적인 부담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월 수익이 500만원가량 됩니다. 재산은 제 명의의 아파트가 한 채, 중고 수입차가 한 대 있습니다. 적금을 들어둔 건 없지만 5000만원가량을 주식에 투자해놨습니다. 시드머니 300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였으니, 아예 소질이 없는 건 아닌가봅니다. 뭐 이렇게 보면 결혼을 하더라도 아등바등 살 것 같진 않네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결국 혼자 사는 게 편하다는 말씀인거죠.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모든 시간이 다 나의 것이 됩니다. 또한 내가 번 것을 나만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체적인 경제생활이 가능하죠. 그렇다고 기혼과 비혼을 저울질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뭐가 더 좋다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그냥 선택의 문제죠.”

◇ 지금 주씨는 젊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쉬운데 나이 먹어서 외로워지면 어떻게 하죠.
“반려견과 함께입니다. 젊어도 사람 잘 안 만나고, 혼자 있어도 외롭진 않아요. 그리고 아마 세상이 조금씩 바뀔 거라고 봐요. 비혼이나 싱글 세대를 위한 더 많은 인프라가 구축될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 않나요. 넷플릭스를 구독한지 2년쯤 됐는데, 아직도 다 못본 시리즈가 잔뜩 남아있습니다.”

◇  제도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게 있나요.
“비혼·만혼이 늘어나고 저출산이 심화하는 추세입니다. 4인가구 중심의 ‘전통적 가족’의 모양도 바뀌어가고 있죠. 1인가구와 2인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다양한 주거 공동체와 새로운 가족 형태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법률혼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만 ‘정상 가족’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법·제도적으로도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력을 넓혀야 합니다. 그래야 더 건강한 사회로 발돋움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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