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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살아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충남 작가 소장전 《낯익은 해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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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살아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충남 작가 소장전 《낯익은 해후》 개최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11.05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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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충남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느긋하고 담담하다, 그러나 묵직하고 깊은 울림이 있다'

충청남도의 보편적 특징이 예술에 고스란히 담겼다. 충청남도 출신작가들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충남 근현대 미술의 주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낯익은 해후>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전 이상범, 고암 이응노 등 21명 거장의 한국화·서양화·조각·사진·영상·설치 등 70여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해당 작품들은 세계 100대 미술품 컬렉터이자 미술가인 시킴(CIKIM)김창일 아라리오 그룹 회장이 지난 1987년부터 40여년 동안 직접 컬렉션해 아라리오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1950년대 작품부터 근작들까지 아우르는 본 전시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대 흐름 속에서 발현되는 여러 고민을, 한국화 전통에서부터 시작해 서양화와 조각을 거쳐 사진과 영상으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펼쳐보였다.

적적하고 고요한 마을, 자연, 그리운 고향 등에 대한 느긋하고 담담한 시선이 포착되지만, 정직하게 직시된 시선의 끝에서 작가들이 살았던 당대의 시대정신과 그들의 치열한 고민이 오롯이 작품에 녹아들어 작가들의 묵직한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전시는 충남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한국화 거장들로부터 시작된다.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표현된 한국의 자연, 민초의 삶이 강하고 절도 있는 붓의 움직임과 대비되며 조화를 이루는 이상범의 작품 ▲짐승, 꽃, 나무 등을 세필채색화로 즐겨 그린 조중현의 작품 ▲겨울 풍경과 초가집을 독특한 수묵필치로 향토적이면서 감각적으로 표현한 김화경의 작품으로 이어지며 근대 한국 산수화의 흐름이 펼쳐진다. 하얀 여백 위를 역동적으로 가로지르는 인간 군상들을 표현한 이응노의 작품들을 거쳐가며 근대 한국화의 지필묵 전통이 현대적으로 해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국화의 현대적 수용은 먹이 번지며 퍼지는 효과를 활용해 한국화에 추상을 더한 민경갑과 이종상의 작품을 통해 잘 드러난다. 이어 한국화의 지필묵 전통을 실험적으로 확장해 신체를 매개로 하나의 호흡을 구현한 한 획의 상징을 현대적으로 풀어 낸 김순기의 작품으로 한국화의 긴 호흡이 마무리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리운 풍경을 그려낸 이종무의 작품으로 시작된 서양화는 근대적 관습에서 벗어나 개성을 강조하며 현대로 나아가려 했던 장욱진의 작품, 고향과 농촌, 농민의 정서를 푸근하게 표현한 신양섭, 이를 조금 더 현실적인 관점으로 접근한 이종구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작품에서는 느긋하면서도 대상을 향한 깊이있는 시선이 두드러진다.

한편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민중의 목소리를 담은 사회비판적 작업으로 당대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낸 임옥상의 작품은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조각에서의 현대적 시도는 60년대 이후 새로운 표현들을 시도한 강태성, 백현옥의 작품 속에서 가족, 여인 등 인물을 표현하는 차별화된 실험으로부터 발견된다. 나아가 노상균의 작품에서는 전통 매체를 벗어난 매체적 확장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사진의 모태가 되는 두 작가 박영숙과 황규태는 60년대 초기 현대 사진에서부터 디지털 사진으로 연결되는 실험적 사진의 여정을 보여주며, 전시의 마지막은 중견 작가 홍원석의 회화와 김웅현의 영상, 설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작가들의 정체성과 문제 의식을 과거와는 사뭇 다른 매체와 소재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렇게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느긋하지만 강렬한 충남 작가들의 긴 여정이 마무리된다.

전시 <낯익은 해후>는 내년 4월 4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진행되며 관람 시간은 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다.

이번 전시는 과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되는 예술과, 그 안에 담긴 충남 특유의 정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70여 년을 가로지르는 여정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의연하게 살아온 충남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고요 속의 흥취를 느껴보자.

[사진=시사캐스트/아라리오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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