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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낯선 친구’가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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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낯선 친구’가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12.07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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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메신저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엄마! 나 계좌 비밀번호 오류가 나서 그러는데 보증금 500만원만 부쳐줘. 집주인 계좌로 바로 넣어줘!” “급해요! 지금 빨리 보내야한단 말야!”

주부 김경민씨(50대·가명)는 직장인 딸에게서 온 다급해보이는 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딸이 알려준 계좌번호로 돈 500만원을 송금했다. 마침 딸이 새 자취방을 구하고 있던 터였고, 말하는 방식도 평소의 딸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후 딸에게 전화를 걸어 “돈 보냈다”고 말을 했더니 딸은 돈을 보내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어리둥절한 말만 한다. 김경민씨는 뒤늦게서야 ‘메신저 피싱’에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돈은 사기범에게 넘어간 뒤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메신저 피싱’도 증가하고 있다. 대면 만남을 자제하고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대화하는 일상이 확대되면서다. 메신저 피싱은 보통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가족 또는 지인을 사칭하며 긴급한 상황이니 돈을 보내 달라고 하는 식이다. 휴대전화 파손을 강조하기도 한다. 가족이나 지인이 피싱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수법이다.

메신저피싱 피해현황.[자료=금융감독원]
메신저피싱 피해현황.[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신저 피싱 피해 건수는 올해 9월까지 67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31건보다 14.6% 늘었다. 피해 금액은 297억원으로 60억원이나 증가했다. 메신저 가운데에는 카카오톡을 이용한 피싱 사례가 가장 많았다. 전체 메신저 피싱 중 카카오톡을 통한 피해 비중은 2018년 81.7%, 지난해 90.2%로 집계됐고, 올 들어 9월까지는 85.6%였다.

금감원은 “가족이나 지인이 문자 또는 메신저로 금전이나 개인정보 등을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유선 통화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원격조종 앱 등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할 수 있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앱 설치를 요구받을 경우 무조건 거절하라”고 당부했다.

일부에선 “당하는 사람이 멍청한 거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국민 대다수는 이런 피해가 딴 세상 이야기쯤으로 여긴다. 메신저피싱 유행하기 전 보이스피싱이 극성을 부릴 때도 그랬다. 하지만 착각이다. 조직적인 피싱 사기단의 경우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특정인을 노리기도 한다. 아무리 예민한 사람이더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보이스피싱 실제 피해 사례.[자료=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실제 피해 사례.[자료=금융감독원]

정부와 금융회사가 근절대책을 수차례 내놨지만 피싱 사기는 수법을 바꿔가며 사람들을 농락하고 있다. 특히 가파른 속도로 발달한 IT기술이 날개를 달아줬다. 그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던 셈이다. 한 보이스피싱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본적인 수법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유형은 두가지다. 감언이설을 하거나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범죄 수법이 중요한 게 아니다.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하면 범죄자는 그 대책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산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3~4번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다.

이런 사기를 근절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조직의 특성상 추적과 검거가 어렵기 때문이다. 피싱의 몸통조직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 총책임자 역시 해외에 머문다. 국내에는 대포통장 모집책과 빼돌린 돈을 찾는 인출책밖에 없다. 조직의 몸통에 해당하는 총책을 검거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범죄의 사전단계에 해당하는 대포통장의 개설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회사가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이스피싱이 발생해도 금융회사는 이렇다 할 책임을 지지 않아서다. 이대로 놔둔다면 우리는 거짓말이라는 걸 생각할 틈도 없이 또 덫에 걸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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