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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㉔] 비정상 결혼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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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㉔] 비정상 결혼 청문회
  • Journey
  • 승인 2020.12.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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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사귀다 = 서로 얼굴을 익히고 친하게 지내다

내게 한 모임이 있다. ‘사람을 사귄다는 의미는 바로 이런 것 이겠구나’ 싶을 정도의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코로나19가 주춤했던 그날, 올해의 마지막 모임이라 예상되는 얼마 전 우리의 만남은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웠고 한결 가깝게 느껴졌다. 코로나19를 의식하여 미리 예약해둔 분리된 공간에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사귀는 사이’들인 우리는 각자의 사생활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와 의사를 표시하고, 청중들은 이에 간간히 질문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마치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꽤나 진지하고 진솔한 분위기가 되었다.
 

4명의 멤버 중 3명이 미혼, 한명이 기혼인데 우리의 대화는 근황 이야기에서 결국 연애와 결혼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본래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남들의 연애 이야기에 더욱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법! 유부남이 말의 선두를 잡는다.

건장하고 자신감 넘치던 유부의 화려한 젊은 시절...업무상 출장이 너무 많아서 일 년의 반은 외국에서 지냈다고 했다. 그리고 수없이 타는 비행기 안에서 이상형에 가까운 스튜어디스 여성을 만나 집요한 구애 끝에 결국 사귀게 되었단다. 간절히 원했기에 더욱 뜨거운 사랑을 불태웠다고 하는 그는 어느 순간 연인으로 익숙해진 그녀가 불만을 토로했다고 했다.

“오빠는 나를 왜 만나?"

이 말 속에는 수많은 함축적 의미가 있었다. 통역하면 ‘나와 단지 성적인 관계 외에는 진지한 미래를 꿈꿀 생각은 없느냐’는 의미를 내포한다.(이런 통역이 가능한 한국말과 한국사람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지금도 좋은데 왜!”

퉁명스럽게 이렇게 말하고 난 후 그는 얼마못가 그녀와 헤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에 몇 차례 연애 끝에 만난 여인과 결혼해서 현재의 가정을 유지하며 살고 있는데, 가끔 화려했던 싱글시절의 그녀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비정상 결혼 청문회에서 이를 듣고 있던 청중들은(싱글 3명) 불꽃같이 달려들어 그를 타박했다. 

“그럼 아직도 그녀를 그리워하면서 몸은 아내랑 산단 말이에요?”

“아내는 가족이야. 의리의 관계. 예전의 그녀는 애인이었고. 뜨거운 기억만 남아있지. 이 둘의 온도가 많이 다르잖아? 결혼이란 그런거지.”

결국 그는 시들해진 가정생활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대신 일적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업무에 충실했고 그 결과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탄탄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유부남인 그는 각종 대외활동, 사교활동 등을 통해 가족의 구성원이 아닐 때,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때 가슴이 뛰는 열정을 느낀다.

싱글 1번은 유능한 변호사인데 결혼은 싫고 아이는 반드시 키우고 싶다는 비혼주의자이다.

“결혼이 왜 싫어요?”

라고 묻자 그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오빠 언제 들어와? 오빠 밥 먹었어? 내가 왜 이런 말을 매일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해요!”

그는 자신의 삶을 사귀거나 결혼했다는 이유로 일일이 간섭받고 알려야 하는 삶이 끔찍하다고 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망으로, 그 아이가 세상을 살면서 힘들거나 부족하지 않게 모든 서포트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지금 벌고 있는 돈은 미래의 내 아이를 위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하며, 결혼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만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것에는 반대했다. 

사실 그의 단호함과 명쾌한 자녀 양육의 계획을 들으며, ‘이런 아빠라면 아이가 정말 잘 자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가 한국 사회에서 결혼 없이 출산과 양육을 하고 싶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에 대비하여 얼마나 철두철미한 계획을 짜고 있을까 싶다. 근래 모 연예인의 비혼 출산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연예인이기에 유독 주목을 끌었을 테지만, 실제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비혼주의자인 그는 남들에게는 비교적(?) 정상적이어 보이는 것들 즉, 서로 모든 사생활을 알아야 하는 연인관계나 부부관계의 부당함과 비합리성을 증오하고, 자유와 함께 완벽한 책임감과 존중이 뒷받침되는 관계를 원한다.

싱글 2번은 안정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고, 시간적 여유나 여가 또한 충분히 즐기고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뚜렷이 결혼을 할 이유도 없으나 안 할 이유도 없다는 주의다.

“좋은 사람 나타나면 결혼하시겠어요?”
 

“물론이죠! 그런데 어디 나타나겠어요? 여태 연애를 얼마나 했겠어요. 남들이 다 결혼한다고 나 역시 비루한 남자와 결혼해서 평생 징징대느니,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일하고 즐기면서 사는 것에 충분히 만족해요! 이 안정감을 뛰어 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겠죠.”

참으로 싱글여성의 보편적인 마음을 대변하는 대답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긴 어떤 나라에서는 평생 결혼에 실패한 중년 여성이, ‘남자에게 더 이상 상처 받느니 차라리 나를 떠나지 않을 반려견인 골든 리트리버와 결혼을 결심했다.’는 세상이니...

비혼주의자는 아니나 비혼이 될지도 모르는 그녀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안정된 자신의 삶을 뛰어넘는 실질적 기반과 마음의 열정이 있을 때에 비로소 누군가와 함께 살 이유가 성립된다고 믿는다.  

언뜻 보기에 일반적이지는 않아 보이는 지극히 정상인 사람들. 심지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이 지성인들의 대화를 끝내고자 나는 청문회를 정리했다.

“자!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정과 의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여러분은 정말 성공하신 겁니다. ‘어떻게 되겠지.’, ‘어쩌다가 늦어버렸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그랬지.’와 같은 두루뭉술한 의식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합니까!

유부께서는 비록 가슴은 뛰지 않겠지만 안정적인 가정에 감사하시고, 싱글1번께서는 부디 자유와 열정을 모두 허락하는 운명의 짝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싱글2번께서는 지금 누리는 편안한 세상을 훨씬 뜨겁고 열정적으로 만들어주실 분을 반드시 만나시길 바랍니다.“

결국 결혼생활, 비혼생활, 싱글생활 모두 내가 정해놓은 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유부남이 아내와 금혼식(50주년)을 치루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랑하오.”라고 할지도 모르고, 비혼남이 아이 둘과,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레스토랑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누구보다도 응원하는 싱글녀는 먼 훗날, 세상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으며 사랑하는 남편과 전원주택에서 아름답게 늙어갈지 모른다.
   
모두의 바램. 그것은 꿈이지만 꾸는 순간 계획이 된다. 

모두의 계획이 부디 성공하길 바란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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