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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방역지침 논란] 엿가락 지침 내놓고 국민들 탓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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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방역지침 논란] 엿가락 지침 내놓고 국민들 탓하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12.14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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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올들어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지침’에 생계가 뒤흔들렸다. 고위험시설에 갑작스레 추가됐다가 슬그머니 해제됐고, 개인 칸막이가 있는데도 음식 섭취를 막았다가 풀어주기도 했다. PC방 업주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내려준 방역 가이드라인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따랐지만 위험해보인다는 이미지 때문에 감염자가 늘어날 때마다 항상 PC방이 여론의 타깃이 됐다”면서 “하지만 막상 PC방에서 감염자가 쏟아진 적도 없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니 억울할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일관성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은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를 한탄에 빠지게 만든다. 납득할 만한 기준이 없는 데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요즘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의 실행 방안에 따르면 2단계부턴 모든 카페의 매장 영업이 금지된다. 사람들이 앉은 채로 장시간 대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번과 달리 프랜차이즈·개인 상관없이 제한했지만 이번에도 ‘형평성’ 논란을 피하진 못했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카페 중 음식을 파는 곳은 매장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다. 

다만 이들 카페에서도 디저트나 음료만 주문할 경우엔 매장을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파스타·샐러드 등을 급하게 메뉴에 추가하는 카페가 곳곳에서 등장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음료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는 ‘본질’은 같은데도 서류상 ‘업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방역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라서다. 

가령 요즘 서울 주요 거리에서 사람이 붐비는 가게는 패스트푸드점과 브런치 카페뿐이다. 샌드위치가 주 메뉴인 브런치 카페에는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 도란도란 대화 나누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 역시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 일반 카페에 비해, 가격만 비쌀 뿐 팔리는 메뉴나 좌석의 형태는 다를 게 없는데도 말이다. 

지난 8~9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2.5단계를 한차례 겪었음에도 또다시 논란이 이는 건 이번에도 방역지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모든 카페’에 착석 금지 명령을 내려놓고 식사대용 음식이 가능한 일부 업태는 허용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 식사대용 음식이 대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음식과 디저트를 구분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차 대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룸카페·동물카페 등 특수한 형태의 카페는 여전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성업 중인 이들 카페와 달리 매장 영업을 못하는 개인 카페 업주들은 줄어든 손님에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민청원 게시판엔 다음과 같은 하소연이 올라왔다. “피자집에서 피자 먹고 커피 마시면 괜찮으나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빵 먹는 건 안 된다는 논리는 정당한가. 사회적 재난에 버금가는 이 안타까운 시기에, 다 같이 힘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의 오락가락한 기준과 대책 없는 영업 제한에 따른 한쪽의 희생이 무슨 의미인가.”

‘오후 9시’라는 매장 운영 제한 시간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가 ‘모임과 약속을 최대한 중단시키기 위해’ 임의로 정한 시간이라서다. 자영업자들은 “업종별, 판매품목별로 손님이 오는 시간에 차이가 있는데 9시에 일괄적으로 매장을 닫으면 손해가 크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9시 전후로 사람이 더욱 몰리는 풍선효과에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대본은 이번 3차 대유행이 “지금까지의 유행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장기적”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 분을 확보해 이르면 2021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백신을 보급한다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면 4차 대유행이 몰려올 수도 있다. 중대본은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민의 자발적 노력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오락가락 방역지침’을 내놓고도 국민에게 방역의 책임을 지운 셈이다. K방역이라며 자신들의 성과를 자찬할 때와는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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