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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살아있다] 인공지능, 새로운 예술의 획을 긋다 #Dream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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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살아있다] 인공지능, 새로운 예술의 획을 긋다 #Dreamscape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12.3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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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종현 작가, 1월 12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Dreamscape 전시 선보여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인간이 지닌 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을 인공지능(AI)이라 한다. 지난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당시 세계는 인공지능을 주목했다. 그리고 어느새 인공지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우리 일상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예술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을 응용한 예술 전시회가 곳곳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 중인 지종현 씨는 인공지능 'StyleGAN2'가 제작한 12점의 작품으로 'Dreamscape'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데이터베이스는 총 2만4천여 점의 시대별·장르별 회화작품으로, StyleGAN2는 주어진 데이터베이스를 스스로 학습해 유사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여기에는 '머신 러닝'이라 불리는 직관적인 학습 원리가 적용된다.

StyleGAN2 알고리즘은 '생성자'와 '감별자' 모델이 서로 경쟁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트레이닝 초기단계에서 생성자 모델은 데이터베이스와 무관하게 랜덤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임의로 생성된 이미지는 흑백 모자이크와 유사한 모습을 띤다. 감별자 모델의 임무는 데이터베이스의 이미지와 생성된 이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인간이 그린 회화작품과 생성된 모자이크 이미지는 차이가 뚜렷하기에 감별자 모델은 두 이미지 구별법을 비교적 빠르게 습득한다. 하지만 트레이닝이 진행됨에 따라 감별자로 하여금 헷갈리게 하는 생성 이미지들이 등장하고, 감별자가 오답을 고를 때마다 생성 이미지의 특징값이 다시 생성자에게로 전달된다. 즉, 생성자 모델은 데이터베이스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지만, 감별자 모델을 헷갈리게 하며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회화작품(데이터베이스의 이미지)과 생성 이미지의 간극이 좁혀지고 감별자 모델의 정답률은 떨어지게 된다. 감별자 모델이 회화작품과 생성 이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시점에 다다르면 1회분의 트레이닝이 종료된다. 일반적으로 머신 러닝을 할 때 수천 번에 걸쳐 이와 같은 트레이닝이 반복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들은 축적된 트레이닝 데이터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종현 작가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StyleGAN2의 특징 중 하나는 머신 러닝에 있어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됐다는 점이다. 전적으로 인공지능이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는 극히 드물다. Dreamscape 시리즈는 예술가의 의도를 최소화시킨 결과물로서 지종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공지능도 인간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라는 기술적 측면을 넘어 더 넓은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누가 그린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지종현 작가는 "전시된 작품은 미술사 거장들과 프로그래머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예술가인가'라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예술가보다는 도구에 더 가깝다. 인공지능은 예술가가 다루는 붓이며, 데이터베이스가 물감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답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의도한 방식에 의해, 인간으로부터 제공받은 데이터로 결과물을 만들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을 예술보다는 기술의 결과물이라 여기게 된다. 하지만 18세기 초 카메라가 발명됐을 당시 사진 자체가 예술이 아닌 기술로 받아들여졌다는 점, 이후 카메라의 발명이 전통 미술과 현대 미술을 구분짓는 변곡점이 된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지종현 작가는 "작업을 하며 작동 방식이 인간의 무의식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우리의 경험과 기억이 무의식을 구성하면서 상황에 따라 발현되듯, 디지털화된 이미지와 소리, 텍스트 등 인간의 기록은 인공지능의 무의식을 구성하는 셈이다. 인공지능이 그려낸 작품들은 이러한 무의식의 발현이다. 작가는 낯섬과 낯익음이 공존하는 무의식의 풍경을 담고자 했다.

지종현 작가의 Dreamscape 전시는 오는 1월 12일까지 Art Space Qualia(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진행된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예술로 볼 수 있는지, 작품의 저작권은 누가 행사할 수 있는지 등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것이다. 과연 무엇이 정답일까?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몫이다.

[사진제공=지종현 미디어아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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