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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아이는 꼭 ‘법적 부부’에서 태어나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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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아이는 꼭 ‘법적 부부’에서 태어나야만 하는 것일까?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1.01.13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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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가 체험한 현실의 벽, “비혼 여성은 아직 안 돼”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인 사유리(41, 후지타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16일 방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고 밝혔다. 사유리는 KBS 1TV ‘뉴스 9’에서 출산에 대한 행복한 심정을 전하면서,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라며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통해 출산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한국에서 비혼 출산이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비혼 출산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졌다.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를”… 응원의 목소리 이어져

[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비혼모는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기르는 여자를 말하며 일명 ‘자발적 비혼모’라고 한다.

언뜻 보면 미혼모와 비혼모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아이를 얻는 과정에서 차이점이 있다. 비혼모는 독신주의자이면서 애인과 정자은행을 통하여 아이는 낳아 기르며 가부장제를 벗어나 독자적인 호적과 성을 사용한다. 결혼이나 이혼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사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난 11월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제가 앞으로 아들 위해서 살겠다”는 글을 올렸다. 사유리씨는 “미혼이지만 아이는 기르고 싶었다. 외국의 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신의 개인방송 채널을 통해 스스로 비혼모가 된 과정을 알리며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것은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으로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 시술이 가능했기 때문에 일본에서 시술을 하게됐다” 고 밝혔다. 결혼 밖 출산에 엄격한 사회 분위기와 달리 사유리의 선택엔 축하와 지지가 쏟아졌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2400여개가 넘는 축하글이 달렸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생각과 환경이 부럽다”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나도 결혼은 하기 싫고 아이는 갖고 싶어서 입양을 생각해봤다” 등 자발적 미혼모가 된 사유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방송인 허수경, 12년 전 ‘자발적 비혼모’ 선택…사회적 편견으로 비난받아

[사진= 방송인 허수경, MBC 사람이 좋다 화면 캡처]
[사진= 방송인 허수경, MBC 사람이 좋다 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사유리에 앞서 비혼모의 길을 선택한 방송인 허수경에게도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2008년 방송인 허수경(54)은 두 번의 결혼 실패 후 비혼모의 길을 택했다. 그는 정자기증을 통해 세 번째 시험관 아기에 성공, 딸을 출산했다.

허수경은 대학 4학년 때인 1990년 결혼했지만 1997년 이혼했다. 배우이자 영화제작자인 백씨와 2000년 재혼했다. 하지만 2006년 백씨와도 이혼하며 혼자가 됐다. 허수경은 2008년 1월 정자기증을 통해 시험관 아기를 출산, 자신의 성씨를 따서 딸 이름을 지었다. 당시 허수경은 현재 사유리에게 쏟아지고 있는 응원과는 달리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허수경은 불임판정으로 마음 고생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여자로서 여자답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제일 가치 있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됐구나’라는 생각에 절망했었다”고 말했다. 딸 출산 후 허수경은 “내가 생각하는 여성의 정체성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되어 보지 않고 생을 마감하면 인생이 무의미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감사하게도 넘쳐나는 행복을 선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빠가 없다는 결핍을 채워 줄 수는 없겠지만, 두 배 세배 더 노력하겠다”며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수경이 비혼모를 선언했을 당시는 사회적 편견이 강해 ‘아동 학대 아니냐’는 비난의 시선도 있었다.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하는 것은 불법이다?

[사진=구글 이미지]
[사진=구글 이미지]

현행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신을 위한 체외수정 시술시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동의권자) 서면동의가 필수다. 비혼일 경우와 관련한 별도의 조항은 없어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 받아 체외수정 시술을 받는 것이 엄밀히 말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017년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서 “정자공여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정했다.

산부인과에서는 법적으로 부부라는 게 증명되어야 시술 비용 등 허가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정자를 기증 받은 허수경의 경우는 관련 법규 강화 전이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는 없다.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법적인 통로가 없는 ‘법률의 부재’인 셈이다.

한국, '비혼 출산' 왜 불가능한가? 해결할 과제는?

[사진=구글 이미지]
[사진=구글 이미지]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박남철 이사장은 “선진국에서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허용하는 이유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선택은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지 국가나 사회가 일방적으로 강요할 부분은 아니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라며 “국가는 비혼 독신 여성이나 난임 부부에게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위한 양질의 정자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공공정자은행 설립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공정자은행이 없는 유일한 국가로 2015년 공공정자은행 설립이 논의되었지만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비혼과 만혼이 증가하면서, 비혼 출산을 원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도적으로는 아무런 장치도,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으며 법률 공백으로서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에 제동을 걸고 있다.

국민 10명 중 3명 “결혼 안하고 아이 가질 수 있다”

[사진=구글 이미지]
[사진=구글 이미지]

한편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은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13세 이상 우리 국민이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정도인 30.7%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답은 지난 2012년 22.4%를 시작으로 지난 2018년 30.3%를 넘어선 뒤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한 사람도 10명 중 6명인 59.7%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지난 2012년 45.9%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60%에 육박했다. 우리 국민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로, 이 비율은 51.2%로 2년 전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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