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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글로벌 호텔체인도 우는데 에어비앤비 어떻게 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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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글로벌 호텔체인도 우는데 에어비앤비 어떻게 웃었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1.1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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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비앤비 실적 반등의 비밀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020년 5월 에어비앤비의 상황은 심각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전체 직원의 25%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포할 정도였다. “2020년 매출은 2019년 절반에도 못 미칠 것 같다. 전 세계 7500명 직원 가운데 1900명을 정리 해고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여행객이 발길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핵심 수익모델은 ‘집 소유주’와 ‘여행객’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거다. 감염병이 에어비앤비의 돈벌이를 가로막았다. 언택트를 강조하는 코로나 시국에 잘 모르는 타인의 공간을 공유하는 건 난센스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숙박업계에선 다음과 같은 소문이 돌았다.

“에어비앤비의 신화는 이제 끝이다. 고급 호텔이 철저한 방역 지침을 강조하는데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시대다. 감염 위험이 더 큰 공유 숙박을 이용할리 없다.”

반년이 지난 지금, 에어비앤비는 비관론을 비웃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0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900억 달러(약 97조원) 수준이다. 글로벌 1위 호텔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420억 달러)과 2위 힐튼월드와이드(290억 달러)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도 큰 수치다. 기업공개(IPO)를 성황리에 매조지었다. 에어비앤비의 주가는 상장일인 12월 10일에 공모가(68달러) 대비 112.8% 급등한 144.7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2021년 1월 들어 15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숙박예약 현황.[자료=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 숙박예약 현황.[자료=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가 뉴욕 증시의 문을 성공적으로 두드릴 수 있었던 배경엔 ‘탄탄한 실적’이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3분기 매출 13억4233만 달러, 영업이익 4억1873만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16억4576만 달러) 18.4% 감소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치다. 1분기(-3억2548만), 2분기(-5억8321만) 연속 적자를 내다가 반등했다.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따른 ‘반짝 실적’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3분기, 이 회사는 영업으로 돈을 벌었다. 에어비앤비의 분기별 예약건수를 보자. 2019년 4분기에 7580만건에 달하던 예약건수는 코로나19가 모습을 드러낸 2020년 1분기 5710만건으로 감소했다. 이어 팬데믹이 선언된 2분기엔 2800만건으로 전년 동기(8390만건) 대비 반의 반토막이 났다. 그러다 3분기엔 6180만건을 기록하면서 회복 추세를 보였다.
 
업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3분기 영업이익(2억5200만 달러)은 에어비앤비의 3분기 이익(4억1873만 달러)보다 적었고, 힐튼월드와이드의 순이익은 적자(-7900만 달러)였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업체 익스피디아의 3분기 순손실은 2억2100만 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에어비앤비 혼자서 승승장구한 셈인데, 이유가 뭘까. 숙박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에어비앤비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거대한 물결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했다. 전세계가 이동을 통제하긴 했지만, 관광의 욕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에어비앤비는 그 틈을 파고들어 소비자의 니즈를 공략했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대기업 호텔 체인에서 볼 수 없는 유연한 대처였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대표적인 게 ‘근거리 여행 수요 공략’이다. 에어비앤비는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를 사는 지역 인근의 숙소를 소개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고객이 실제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가까운 지역으로 여행에 나서면서 이 전략은 효과를 거뒀다. 에어비앤비의 여행거리별 예약 건수를 보면 중거리 여행(50~500마일)과 단거리 여행(50마일 이하)은 2020년 6~9월 내내 전년 동기 대비 예약건수가 증가했다.

에어비앤비에 28일 이상의 장기투숙 예약건수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5월(460만건)’ ‘6월(470만건)’ ‘7월(510만건)’ ‘8월(550만건)’ ‘9월(540만건)’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는 이 회사가 코로나 시대의 새 여행 트렌드로 떠오른 ‘장기 투숙 열풍’에도 잘 올라탔다는 얘기다. 에어비앤비는 ‘장기 숙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숙박 여행’을 장려하는 프로모션이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노트북을 들고 거리 두기가 가능한 한적한 지역을 찾아 은둔하듯 생활하는 ‘한달 살기’ 여행이 열풍이었다”면서 “밀집형 시설인 호텔보다 독채 형태의 에어비앤비를 선택하는 고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의 미래는 더 밝다. 자가격리 등의 조치를 완화하는 이른바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는 국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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