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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정인이 사건 원인이 입양?…"편견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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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정인이 사건 원인이 입양?…"편견 확산 우려“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1.01.22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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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 국민을 분노케 만든 ‘정인이 사건’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의 의미와 무게를 돌아보게 된다. ‘#정인아_미안해’와 ‘#우리가_바꿀게’ 해시태그 물결에 담긴 애도와 다짐은 피해아동을 입양하고 학대한 양부모와 세 번의 기회를 놓쳐버린 경찰 대응에 대한 격렬한 비판으로 드러났다.

◆ 시민 70여 명, 양모 호송차 지나가자 ‘사형’ 연호
 

“아침 7시 KTX 타고 왔어요. 너무 떨려서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대구에서 첫차를 타고 온 김모씨(36)씨의 눈가는 이미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다. 그는 정인이 사건의 아동학대 가해자인 양부모의 이름과 ‘사형’이 적힌 손팻말을 서울남부지법 앞 도로를 지나는 차량을 향해 연신 흔들었다. 13일 양부모의 첫 재판이 진행된 서울남부지법 앞에는 오전 8시께부터 김씨처럼 사건에 분노한 시민 70여 명이 몰려들었다. 참가한 이들 대부분 30·40대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죽어야 할 사람은 정인이가 아니다”, “국민들이 사형을 선고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7살짜리 아들과 함께 법원 앞을 찾은 한 여성은 “아이 손가락에 가시만 들어가도 부모는 가슴이 찢어진다”라며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만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게 사람인데 어떻게 입양한 아이를 저렇게까지 잔인하게 학대할 수 있는지, 인간이길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정모씨는 “정인이와 같은 개월의 아이를 기르고 있다”면서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사랑받고 곱게 커야 할 아이가 학대의 고통 때문에  마음 놓고 울 수조차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입양가족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위축된다”

[사진=구글 이미지]
[사진=구글 이미지]

그러나 문제는 ‘정인이 사건’이 아동학대가 아닌 입양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입양 가정을 향한 편견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양 가정이기 때문에 폭력이 발생했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입양가정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이 잦아졌다.

이러한 시선은 입양 가족 부모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두 명의 입양 자녀를 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과 가정을 꾸린 입양부모와 예비 입양부모들이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인이 사건이 입양의 문제인 것처럼 사회에 회자되고, 많은 언론이 그 방향으로 방송을 하면서 입양을 준비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주변의 가족들이 지금 ‘이런 시기에 어떻게 입양을 하냐’며 만류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된다”고 덧붙였다.

‘입양모’ 신애라 “정인이 사건, 입양 아닌 아동학대로 봐야”

[금쪽같은 내새끼 화면캡처]
[금쪽같은 내새끼 화면캡처]

배우 신애라 역시 공개적으로 두 명의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신애라는 11일 방송된 KBS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해 “정인이가 입양이 됐기 때문에 입양 얘기가 불거지는데 사실 친생부모의 아동 학대가 숫자로만 보면 더 심하다”면서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입양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 준비가 됐는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모가 느끼는 스트레스나 고통, 불안을 아이에게 해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것 역시 학대”라며 “그렇기 때문에 학대가 일어나는 상황을 주위에서 잘 지켜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를 낳아도 봤고 키워도 봤는데 신생아의 경우엔 느낌이 진짜 똑같다”며 “그런데 돌 지난 아이들을 입양하면 조금 다르고, 조금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생아를 바로 입양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10건 중 8건은 부모가 집에서 학대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이나 복지를 해치는 것이다. 아울러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직접적으로 신체에 가하는 행위는 물론, 아이를 강하게 흔들거나 물에 빠뜨리는 등 완력을 사용해 신체를 위협하는 행위 등 모두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정인이 사건처럼 아동학대 대부분은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4만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만 13~15세의 아동이 전체 23.5%로 가장 높았고, 발생 장소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전체의 79.5%로 가장 높았다. 아동 돌봄 기관인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도 7.5%에 달했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가장 많았다(2만2700건, 76%). 하지만 피해아동 발견율은 3.81%에 그쳐 아직도 수많은 아동들이 보호 사각지대에서 학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로 사망에 이른 아동은 42명이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0~1세의 아동이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신생아와 영아가 학대에 의한 사망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의 정인이’ 아동학대 대응체계 행정력 강화해야

[사진=구글 이미지]
[사진=구글 이미지]

정인이 사건에 대한 공분이 일면서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하지만 형량을 높이면 증거 확보 등 실무상 입증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공소제기가 위축될 수 있고, 유죄 판결을 받기도 어려워진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학대 가해자들로부터 무분별한 소송을 당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개선하고 보호해야 하는 지점이다.

경찰에서는 시·도 경찰청 단위에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아동학대범죄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대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장 조사원들의 권한을 보다 강화한다는 법령의 근거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조사원이 갔을 때 부모가 강력하게 거부할 경우 아동을 구조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했다”며 “부모가 반대해도 그 반대를 물리치고 학대 아동을 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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