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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JOB] 매서운 고용 한파에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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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JOB] 매서운 고용 한파에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몰렸다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1.02.0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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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직장” 청년층 10명중 8명 안정성 위해 공무원 준비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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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했던 취업난이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되면서 청년층이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로 몰리고 있다. 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을 한다고 해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안함과 코로나와 같은 변수로 인해 시험에만 합격하면 연금까지 보장되는 공무원을 선택하는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법한 우수 인재까지 모두 공직사회가 흡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공무원 시험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퇴사 걱정 없는 최상의 직업은 ‘공무원’

[사진=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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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지망생 박모(27)씨는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졸업 후 여행사에서 1년 정도 일한 경력이 있는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늘 불안했다”며 “코로나로 일한 기간보다 집에 있는 날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 큰 여행사라 ‘일하는데 문제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해외여행의 길이 막히다보니 그만 두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하고 서로 간 눈치만 보게 됐다”면서 “이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나 싶어 가장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하고 퇴사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유모(23)씨는 “현재는 대학생이지만 지금부터 공무원 준비를 하지 않으면 졸업 후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내야하니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고 있다”면서 “부모님께서 공무원이 퇴사 걱정 없는 최상의 직업이라고 조언해주셨고 나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10명 중 8명은 “공무원 시험에 관심 있어”

[자료=잡코리아]
[자료=잡코리아]

지난해 10월 치러진 2020년도 지방공무원 7급 공개경쟁 임용 시험에는 3만9397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69.73대 1이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직군별로 다르지만, 이처럼 최근 최소 수십에서 높게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학생, 취업 준비생 10명 중 8명 이상은 공무원 시험 일정을 기웃거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대학생·취업준비생 1962명을 대상으로 ‘취준생 공시준비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7.4%는 ‘현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48.4%는 ‘앞으로 공시를 준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공무원 시험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14.2%에 불과했다.
 
“고3 때 영어 6등급→최연소 7급 공무원”…만 20세 주무관 합격기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록 화면캡처]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록 화면캡처]

지난해 10월 1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연극영화과 졸업생 출신 7급 공무원 최연소 합격자 23세 김규현 주무관이 공무원 시험 합격기를 털어놨다.

그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85.4:1의 경쟁률을 뚫고 22살에 합격했는데 생일이 안 지나서 기사에는 만 20살이라고 나갔다”고 밝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공무원의 장점으로 “내가 안 잘리는 것”을 꼽은 김규현 주무관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이유에 대해 “휴학을 한 뒤 9급 공무원을 준비했는데 3번 다 떨어졌다.

시간이 남아서 7급 공무원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아빠가 ‘7급 시험에 붙으면 드림카를 사주겠다’고 약속해 사진을 걸어두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창시절에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고3 수능 모의고사 때 수학도 6등급, 영어도 6등급을 받았다”면서 “이걸 마지막으로 시험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열심히 했다. 필기와 면접 3단계를 꼼꼼히 치르고 공무원에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공시에 모두 쏠리면 소비도 생산도 위축될까 걱정

현재 2030세대는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 공기업 시험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사태로 우왕좌왕 하는 일자리들이 생기면서 ‘공무원이 최고’라는 의견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입지는 탄탄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공시(공무원시험)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비경제활동인구는 2011년 537만4000명에서 2016년 498만 명으로 1년 간 7.3% 감소했다.

그러나 공시족은 같은 기간 18만5000명에서 25만7000명으로, 38.9% 늘었다. 지난해 공무원 공채시험에 30만 명이 응시하면서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지방공무원 시험은 24만 531명이 593개 시험장에서, 지방교육청 공무원 시험은 5만 5338명이 109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는데 평균 경쟁률은 지방공무원이 10.4대 1, 지방교육청 공무원은 13.6대 1로 나타났다.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1차 시험 때는 1만 2000여명이, 순경 공채시험에는 5만여 명이 접수해 가장 높은 응시율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공시족들은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시험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만을 지출, 국가적 손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 연구원은 17조1430억 원을 공시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사회 전체적 관점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시험 준비에 그 능력을 집중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판단된다”면서 “공시족이 증가한 근본 원인은 경제 내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무원 1명 뽑는데 3334명 ‘우르르 지원’

[사진=웨이보]
[사진=웨이보]

한편, 중국 역시 지난해 국가공무원 시험 신청에 2019년보다 7만 명이 증가한 150만 명이 몰려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정적 직업을 선호하는 분위기와 높은 취업 문턱 등으로 인해 중국에서도 공시족 바람이 부는 양상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 궈카오(國考) 신청에 150만 명이 지원,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54.16대 1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많은 응시자가 몰린 곳은 국가통계국 광둥조사총팀 둥관 업무실 1급 관원으로, 1명 뽑는데 3334명이 몰렸다. 이처럼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높아진 이유는 지난해 코로나 19사태로 대규모 실업 등이 발생하면서 중국 청년들 사이에 안정적 직장에 대한 인식이 커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문턱에 졸업을 앞둔 중국 청년들 역시 대거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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