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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식당] 밀푀유나베를 혼밥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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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식당] 밀푀유나베를 혼밥하고 싶다면?
  • 김주은 기자
  • 승인 2021.02.16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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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김주은 기자)

한때 SNS를 장식한 요리 밀푀유나베. 겹겹이 쌓인 채소와 고기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서 손님 초대용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천개의 잎사귀’라는 뜻의 프랑스어 ‘밀푀유(mille feuille)’는 원래 파이의 얇은 틈 사이에 켜켜이 크림을 넣은 케이크를 지칭하는 용어다. 일본어 ‘나베(なべ)’는 냄비라는 뜻으로 냄비에 고기나 생선, 채소 등을 넣어 끓인 전골 요리를 뜻한다. 밀푀유나베는 쇠고기와 배추 등을 주재료로 한 전골 요리로 뜨끈하고 담백한 맛이 좋다.

밀푀유나베는 전골 요리이기 때문에 집에서나 식당에서 혼자 먹기는 조금 어려운 요리다. 집에서 만들어 먹자니 재료들을 하나씩 포개 썰어내고 육수를 우려내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식당에서 먹자니 가격과 양이 혼자 한 끼 먹는 것에 비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밀푀유나베를 먹고 싶다면 이곳은 어떨까? 광교에 위치한 고기한식집 ‘지브로’에서는 1인용 밀푀유나베를 판매한다. 이곳은 테이블과 자리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혼밥하기 제격이다.

혼밥할 때는 주변을 의식하는 탓에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며 허겁지겁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러 들어간 식당인데, "한 명이요"라고 말하면서 용기를 내야할 때도 있고,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손님이 많아져 자리가 없으면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 

그런 소비자의 마음을 대변하듯 이곳은 바 형태로 된 테이블에 1인용 자리가 있고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다. 자리에 앉으면 주방과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 있지만 천과 식물 화분으로 가려져 있고, 등 뒤로는 다른테이블 공간과 구분지어주는 칸막이가 있어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식사에 집중할 수 있다. 혼밥하러 온 사람도 부담없이 자리에 앉아 식사를 마칠 때까지 마음편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인용 밀푀유나베 하나를 주문하자 비교적 아담한 전골냄비에 담긴 밀푀유나베가 그에 맞는 작은 가스버너에 얹어져 나온다. 메뉴판의 설명대로 배추와 깻잎, 우삼겹이 겹겹이 쌓여 있고 그 위에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 하트로 모양을 낸 생새우 두 마리가 올라가 있다.

밀푀유나베를 찍어 먹을 칠리소스가 나오고 곁들여 먹을 밑반찬으로는 숙주나물, 어묵볶음, 볶음김치 세 가지가 나왔다. 불을 켜고 잠시 기다리자 밀푀유나베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생새우와 배추가 먹기 좋게 익으면 앞 접시에 건져서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이곳은 대표 메뉴 밀푀유나베 외에도 쌈밥, 삼겹살 등 식당에서 혼자 먹기는 가격과 양이 부담스러운 메뉴들을 1인 메뉴로 판매해 혼밥에 제격인 곳이다. 흔히 1인용으로 판매하지 않는 메뉴들이지만, 이곳은 혼밥하는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변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메뉴판에도 1인 단품, 1인 추천메뉴, 1인 삼겹살 등이 주요 메뉴로 기재돼 있어 1인 혼밥 손님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밀푀유나베만 먹기 아쉽다면 칼국수면 사리나 영양죽을 추가해 먹을 수 있다. 또한 1인 단품 메뉴를 주문할 때 치즈계란찜과 된장찌개를 추가하면 단품세트로도 먹을 수 있다. 혼자 왔다고 굳이 두 가지 메뉴를 시키지 않아도 되는 배려가 느껴진다. 

이날 1인 메뉴를 주문해 식사를 마치고 나온 김모(35세, 자영업) 씨에게 이곳을 방문한 이유를 묻자 "전골 메뉴나 삼겹살 같은 음식을 먹고 싶은데 한 끼 먹자고 멀리 사는 친구들을 부르자니 번거롭고, 그렇다고 집에서 혼자 해먹기는 재료들이 너무 많이 남아 버리는 것이 절반 이상이다. 이렇게 식당에서 1인 메뉴를 먹는 것이 돈, 시간,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라 종종 먹는다"라고 답했다.  

이곳은 코로나19 시대에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공하는 안심식당으로 운영 중이다. 안심식당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식사문화를 바꾸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각 지자체에서 ▲덜어먹기 가능한 도구 비치·제공 ▲위생적 수저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 등의 조건이 충족한 음식점을 지정한다.

특별한 손님에게 대접할 때 많이 준비하는 전골 요리 밀푀유나베. 혼자 식당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감에 따라 식당에서 혼밥하기 어려울 것 같은 생소한 메뉴를 1인 메뉴로 앞세운 식당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 여럿이 식사하기 어려운 요즘, 오늘은 혼자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1인용 밀푀유나베로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대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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