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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라이프] 여전히 효율적이고 고급스러운 '메르세데스-벤츠 E 220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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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라이프] 여전히 효율적이고 고급스러운 '메르세데스-벤츠 E 220 d'
  • 이병진 기자
  • 승인 2021.02.15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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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트렌드는 변하기 마련.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환경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디젤의 시대가 있었다. 이제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기름값이 좀 더 들더라도 구입비와 관리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조용하고 안락한 가솔린 엔진과 친환경차가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디젤의 장점과 매력은 다분하다. 2016년 등장한 10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로 돌아온 신형 E-클래스. 그중 E 220 d가 보기 좋은 예다. 부분 변경은 변화의 폭이 적다. 하지만 이번 E-클래스는 제법 크게 바뀌었다.

기존 V자 형태의 프런트 그릴이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A자 형태로 바뀌었다. 동시에 헤드 램프도 달라졌다. 이전보다 길어지고 날카로워졌다. 더불어 기능도 좋아졌다.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 기능이 포함된 멀티빔 LED 헤드 램프다. 참고로 E 220 d AMG 라인에는 기본이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밝기와 시야각으로 앞 길을 비추고 마주 오는 차가 없을 경우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이 650미터까지 시야를 확보한다. 뒷모습도 더 팽팽하고 다부지게 변했다. 새로 디자인해 트렁크 안쪽으로 파고든 분할형 테일램프다. 

디젤 파워트레인 모델 중 기존에 없던 AMG 라인이라 디자인이 보다 더 트렌디하고 스포티하다. 보닛 위 불룩한 2개의 파워돔과 하이글로시 소재의 블랙 트림이 들어간 앞 범퍼, 19인치 AMG 5 트윈 스포크 알로이 휠이 기본 적용돼 스포티한 맛을 더한다. 

실내는 겉모습에 비해 변화의 폭이 적다. 패널 하나에 들어찬 12.3인치 풀 컬러 디지털 계기반과 터치 모니터는 여전히 시원하고 선명하고 고급스럽다. 실내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은 3스포크 D 컷 스티어링 휠이다. 새 스티어링 휠은 림 앞뒤에 정전식 핸즈-오프 감지 기능을 갖춘 센서 패트를 품고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놓는 등의 물리적 움직임 없이도 운전자의 개입 여부를 차가 인식하고 반응한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휠 스포크의 터치 버튼으로 직관적이고 손쉽게 다양한 기능을 다룰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다루듯 손가락으로 스르륵 훑고 누르는 방식은 대단히 편하고 반응이 빠르지만 섬세한 조작은 연습이 좀 필요하겠다. 

파워 트레인은 2.0 터보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춘다. 2016년 10세대 등장과 함께 세상에 나온 OM654 디젤 엔진은 194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 최대토크를 낸다. 깜빡이며 지시를 기다리는 듯 반응하는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실내로 파고드는 디젤 특유의 갈갈거림이 없지는 않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실내 정숙성을 위해 방음과 방진에 신경 쓴 흔적도 역력하지만, 이 엔진은 마찰 저항을 줄이고 다양한 기술을 더해 진동과 소음을 줄여 만든 디젤 엔진이다. 공회전 시 진동과 소음은 합격이다. 가솔린 엔진만큼 정숙할 수는 없지만 질감이 좀 더 짙고 묵직할 뿐 더 시끄럽다고 할 수는 없다. 직분사 터보가 대부분인 요즘 가솔린 엔진도 정숙하지는 않으니까. 이제 정숙성을 논하려면 전기차를 선택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을 왼쪽 끝까지 감았다 오른쪽 끝까지 풀어본다. 2.3회전이다. 다루기 편하고 무난한 핸들링 감각에 살짝 날카로움을 더했다.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무게로 원하는 딱 그만큼씩 앞머리를 틀어댄다.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적정선을 찾아 세팅을 완성하는 능력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낸다. 경쾌하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두툼한 토크가 낮은 rpm에서 부드럽게 차체를 밀어댄다. 급가속을 하면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려 과급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출력이 멈칫하는 터보 레그가 약간 느껴지지만, 아쉽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준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일반적이고 일상적으로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 조건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수준이다. 194마력에 40.8kg.m 토크는 핸들링 감각과 무게만큼 무난하다.

출력이 매콤하거나 토크가 팡팡 터지며 광포하게 가속하는 자극적인 맛은 없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꾸준하고 부드럽게 힘을 내고 반응한다.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한 E 220 d를 경험하면서 가장 흡족했던 부분은 승차감이다. 기본적으로 안락하고 부드럽다. 묵직하고 진득하게 도로를 타고 달린다. 네 타이어가 끈끈하게 아스팔트를 붙잡고 언제든 든든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고 너울 파도에 둥둥 떠있듯 불안하지 않다. 과속방지턱이나 이음매를 지나면 어느 만큼의 높이와 깊이인지 알 수 있는 수준의 탄탄함도 지녔다. 그 충격을 걸러내 시트 위 몸으로 느껴지는 거침이나 지저분함이 없다. 세월 속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성숙해져 완성도 높은 좋은 차의 보기 좋은 감각이다. 

S-클래스와 더불어 E-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주요 모델이다. 프리미엄 독일 가족 세단의 감성품질과 상품성에 디젤 고유의 효율성까지 겸해 즐기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큰 물줄기를 거스를 순 없지만, 흡족한 출력과 효율을 두루 겸비한 능력 좋은 디젤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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