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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경제] 10등급에서 1000점 만점으로 … 서민경제 숨통 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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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경제] 10등급에서 1000점 만점으로 … 서민경제 숨통 틔울까?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2.19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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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바뀌는 신용관리 제도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직장인 김형원(35·가명)씨는 지난해 12월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용평가사에서 매긴 김씨의 신용등급이 7등급이었기 때문이다. 은행 직원은 “신용점수 664점(7등급)으로 6등급 신용점수 하한선 기준(665점)과 별 차이 없지만 대출 승인 기준이 6등급으로 돼 있어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은행과 2금융권에선 7등급 이하면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 고리를 받는 대부업체나 비제도권 금융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부턴 김씨도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승인 여부와 한도, 금리를 계산하는 기준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김씨와 같은 서민에게 대출은 ‘양날의 검’이다. 대출을 받으면 ‘자금 숨통’이 트이지만 그 과정에서 온갖 수모를 겪는다. 특히 신용이 낮으면 턱없이 높아지는 금리가 서민들의 목을 조인다. 그만큼 개인 신용 관리의 중요성은 크다. 과거 개인 신용은 ‘1~10등급’으로 나뉘던 등급제로 운영됐다. 신용등급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가 달랐는데, 최저등급과 최고등급간의 대출이자율이 약 6~7배 정도 차이가 나기도 했다.

신용점수 조회화면 변화.[사진=금융위원회]
신용점수 조회화면 변화.[사진=금융위원회]

하지만 올해 1월부턴 신용 관리 제도가 바뀐다. 등급제가 아닌 ‘1000점 만점’의 점수제다. 마치 계단처럼 한 단계 오르내릴 때마다 차이가 컸던 신용 등급이 완만한 경사로로 바뀌는 셈이다. 대출이나 카드 발급을 할 때 평가 기준이 더 세분화돼 기존 등급제에 불리했던 금융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을 공산이 크다.

가령 김씨와 같은 7등급 상위권자는 6등급 하위권자와 신용점수로 보면 큰 차이가 없는데도 대출 심사나 카드 발급 때 불이익을 받았는데, 이런 불합리한 요소가 개선된다는 얘기다. 그간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신용 7등급 이하는 무조건 대출을 금지해왔다.

점수제 전환 전후 변화 예시.[자료=금융위원회]
점수제 전환 전후 변화 예시.[자료=금융위원회]

신용점수에 반영되는 평가 항목도 대폭 바뀐다. 무엇보다 신용을 평가할 때 비非금융 비중이 늘어나게 됐다.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꼬박꼬박 납부하면, 신용점수가 올라가는 식이다. 반대로 연체하면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

앞으론 체크카드 소비 패턴도 신용점수에 반영된다. 매달 30만원 이상 첫 6개월 동안 사용하고, 이후 6개월 동안 일정액 이상을 꾸준히 쓰면 사용액에 따라 4~40점의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다. 신용카드는 꾸준히 일정액을 쓰고 갚으면 점수 상승폭이 체크카드보다 크다. 하지만 90일 이상 연체되면 장기연체로 분류되고 신용점수가 크게 깎인다.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더 받으려고 1~10월에 신용카드를 쓰고, 11~12월에 체크카드를 몰아쓰면 신용점수의 상승폭이 줄어들 수 있다. 일정액을 꾸준히 쓰지 않은 것은 안정적인 소비패턴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대출 잔액과 대출 금리도 신용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 점수는 매년 4월 1일 전 국민의 신용 점수 분포를 통해 산정·변경된다. 개인신용평가사들이 이 시기에 등급별 법령상 비율을 적용해 다시 기준 점수를 만드는 것이다.

신용카드 발급 기준도 바뀐다. 1~6등급에게 발급했던 신용카드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576점, 나이스평가정보 기준 680점 이상에게 발급된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 대상은 6등급 이하 차주에서 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 이하, KCB 기준 700점 이하로 변경된다. 중금리 대출 시 대출 한도 우대 기준 점수는 기존 4등급 이하에서 나이스 859점, KCB 820점 이하로 바뀐다.

서민 입장에선 금리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사들이 등급보다 세분화된 점수에 따라 개인별 대출금리 할인 수준을 정할 수 있어서다. 금융연구원은 점수제 도입으로 약 240만명이 연 1% 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신용 점수는 과거의 신용등급과 달리 금융회사의 참고 지표로만 활용된다. 과거에는 신용평가사가 신용점수를 토대로 신용등급까지 산출해 금융회사에 제공했다면, 이제부터는 신용점수만 산출해 금융회사의 자체 위험 판단을 돕는 자료로 제공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이 각자 평가모형을 크게 개편하고 세분화한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대출 규모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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