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1 16:43 (수)
[Journey의 싱글라이프-㉙] 여자 나이 45살! 'WOMAN'이 아닌 'HUMAN'
상태바
[Journey의 싱글라이프-㉙] 여자 나이 45살! 'WOMAN'이 아닌 'HUMAN'
  • Journey
  • 승인 2021.02.28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나의 서른 초반 즈음에 만난 40대 초반의 그녀는 너무나 당당하고 멋진 여자였다.

여자건 남자건 동생들 열 댓 명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도 항상 큰 언니로써 밥을 사고 술을 사고 용돈까지 주는 멋진 사업가 언니.

언제나 우리 모두의 큰 언니이자 어른이었던 그녀가 건강검진을 다녀온 오늘, 본인의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어 보이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난 이제 여자가 아니라,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싱글라이프로 승승장구하며 멋진 날들을 살아온 그녀가 50살이 된 올해. 그녀는 폐경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에 미쳐 몸을 너무 혹사한 나머지 건강에는 여기저기에서 중증 이상의 적신호가 왔고 그것은 건강검진을 통해 적나라하게 증명되었다. 아직도 무려 피검사와 암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이미 열 손가락 정도는 쉽게 셀 수 있을 정도의 각종 병마들이 그녀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날카롭고 예민했던 그녀의 눈빛과 빠른 말투, 냉소적인 어투는 온데 없이 사라지고, 겨우 폐에서 밀어 내보내는 숨소리 섞인 목소리는 웃음소리마저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하다. 못된 말이 나올 법한 시점에는 아무 반응 없는 눈빛으로 대체했고, 연신 하품을 하며 퉁퉁 부운 몸을 겨우 가누었다. 

그녀가 기력 없는 눈을 겨우 들며 진지하게 말했다.

“살아보니까...여자로써의 나이는 45살까지인 것 같아. 50살이 되어보니까 알겠더라.
여성으로써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감정과 에너지는 사라지고, 폐경이 오고, 호르몬이 바뀌면서 정서적으로도 너무 슬퍼. 아마 갱년기도 함께 겪고 있는 것 같아.“

내가 45살이 되려면 이제 3년이 남아있다.

그녀의 가장 멋졌던 40대 초반의 나이인 지금의 내가 10년도 채 안되어 저런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슬픔과 함께 정신이 번쩍 뜨였다.

‘건강검진을 정밀로 다시 받을까? 몸에 좋은 약이 뭐가 있지?
뭐든 좋은 거 먹고 운동하고 나 건강하게 늙을래‘

지인 중 환갑인 남성분이 계신데, 불현 듯이 그분이 올 초에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너도 이제 나이가 많다. 여자는 45살이면 끝이야. 마음껏 즐겨!”

너무나 성차별적이고 무례한 발언이라고 생각이 돼서 발끈하며 그를 다그쳤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말했는데, 여자가 45세가 넘으면 연하를 만나도 40대고, 50살이 넘어가면서 연하는 사라지고 만나는 남성의 나이가 60~70대로 훌쩍 넘어간다는 것이다.

“42살이면 지금 여자로써 끝물에 있는 거야. 살다보면 알게 돼.
젊을 때 그렇게 좋아했던 와이프도 이제는 그냥 동거인일 뿐이야.
하긴 넌 여태 결혼 안했는데 능력 있으면 안 해도 괜찮구...”

기분이 엄청 나쁠만한 이야기인데 왠지 모르게 진지해졌다.

결혼을 빨리해야 된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데, 과연 생물학적으로 임신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어디까지일까에 대해 진지해진 것이다.  

37살 때, 한 살 차이의 친한 여동생과 냉동 난자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때가 생각난다. 현명한 그녀는 그 대화 이후 즉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한다는 산부인과를 찾아가 난자를 냉동했다. 이미 5년 전의 이야기다.

며칠 전 만난 그녀는 여전히 미혼이고 결혼에 대한 계획도 간절함도 없지만, 혹시나 모를 때가 다가오더라도 안심이 된다고 했다. 갑자기 냉동 난자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던 내가 머쓱해졌다.

여자 나이 45살, Woman이 아닌 Human이 되는 것일까?

성별을 불문하고 젊고 건강한 나이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꾸고 다스리며 살아가면, 한마디로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면 노화를 늦추고 갱년기와 같은 호르몬 변화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었던 그 날처럼, 여자에서 사람이 되는 날, 적어도 아프고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 아닌 건강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내가 말하는 ‘건강’의 의미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의 삼박자가 고루 발란스를 이루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더 이상 여자가 아닌 인간이 되기 전까지, 나의 건강삼박자의 발란스를 얼마나 탄탄하게 만들어갈지 고민해본다.

 

[사진=픽사베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