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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시대] 알파고 5년 뒤 … AI 얼마나 침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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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시대] 알파고 5년 뒤 … AI 얼마나 침투했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3.1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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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6년 3월,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으로 들썩였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때문이다. 알파고가 딥러닝(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며 지능을 키우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전략 패턴까지 공략하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결 이후 국민의 AI 관심이 높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인공지능 시장규모.[자료=한국신용정보원]
인공지능 시장규모.[자료=한국신용정보원]

이 때문인지 최근 들어 멀게만 느껴졌던 AI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98억 달러(21조7899억원)였던 세계 AI 시장 규모는 단 1년 만인 2019년 262억 달러(28조8331억원)로 무려 32.1% 커졌다. 보고서의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2025년엔 시장 규모가 1840억 달러(202조4920억원)에 이를 것이다.

기업들의 발걸음도 바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AI 기술을 적극 응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AI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국내 기업 1000곳 중 AI 기술을 도입한 곳은 3.6%에 불과하지만 도입 기업 중 77.8%가 ‘AI 기술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AI 기술을 도입한 이후 매출이 증가했다는 기업도 50%에 달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AI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다.

가장 눈에 띄는 업계는 유통업계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쇼핑몰 플랫폼을 통해 사진만 찍으면 해당 제품 혹은 유사 상품 알려주는 ‘스마트렌즈’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상품을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고, 질문하면 답변까지 해주는 ‘챗봇’ 기술도 AI가 기반이다. 아직 고객 유입 효과가 적다는 한계가 있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학습능력도 향상되는 AI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업 미래는 밝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AI는 핫이슈다. 장기적으론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관심이지만, 당장 실생활에서 접목할 만한 기술도 제법 있다. 가령 현대차그룹은 최근 한층 향상된 자연어 명령 기반으로 차량의 다양한 기능과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커넥티드 카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고객들이 주행 중 음성인식을 통해 차량 제어, 내비게이션 및 시스템 설정, 차량 매뉴얼 정보 검색 등의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업계에서 AI가 쓰이고 있다.

가전 업계에서도 AI 접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인원 컨트롤이 가능한 세탁기와 건조기에 AI 기능을 결합해 사용자 습관에 따른 맞춤형 세탁・건조 기능을 내놨다. LG전자는 자사 에어컨 제품군에 자동 청소를 비롯해 진화한 AI 기능을 새롭게 제공했다.

인공지능 응용 분야.[자료=한국신용정보원]
인공지능 응용 분야.[자료=한국신용정보원]

AI 기능을 채용에 도입한 기업도 있다. SK그룹은 SK그룹 모든 계열사는 채용시 자기소개서 분석기인 에이브릴 AI채용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빠르게 선별하는데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몇몇 대학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AI가 전면에 드러나 활약하는 분야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기술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2020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4.9%에 머물러 있다. AI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점유율 30.7%)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빅데이터가 없으면 성장하기 어려운 게 AI 산업인데, 국내는 데이터를 쌓아두는 게 쉽지 않아서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제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수많은 바둑 대국 기보가 없었다면 이세돌 9단에게 패했을 것”이라며 “알파고의 승리는 빅데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AI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양질의 빅데이터를 쌓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AI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IT업계 관계자는 “딥러닝 기술은 활용할 만한 분야가 많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다”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을 먼저 지원하는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기피하는 사회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딥러닝은 확률·통계 등 수학적 기초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모든 프로그래밍 개발자가 AI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감안하면 AI 전문가를 둘러싼 수요·공급의 불균형 문제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

국내엔 여전히 법적 윤리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초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선보인 AI 채팅 봇(bot) ‘이루다’의 서비스 종료 사례는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이루다’는 실제 커플의 대화 내용 100억건을 학습해 스스로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인종차별·음담패설 등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내용을 거르지 않고 학습한 게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가 일부 유출됐다는 논란마저 더해지자 스캐터랩은 출시 1주일 만에 이루다 서비스를 접어야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2020년 12월 3대 기본원칙과 10대 핵심요건을 담은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확립했지만 현장에 적용하기엔 지나치게 추상적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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