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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비혼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싱글라이프', 장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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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비혼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싱글라이프', 장점은?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1.03.2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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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위한 결혼’이 아닌 내 삶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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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결혼 없이도 행복한 ‘싱글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을 일컫는 ‘비혼 주의자’라는 용어도 새로 생겼다. 미혼, 기혼이 아닌 비혼(非婚)을 선택한 사람들은 주체적인 삶을 통해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라는 능동적인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 결혼을 못하니 비혼이라고 말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사람들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비혼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을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누군가의 배우자’가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선택

[사진=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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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지나(27)씨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비혼을 선택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나이가 더 들면 마음이 바뀔 거라며 좀 더 신중하게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그는 “여고에 입학해 여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여성이 사회로부터 어떤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며 살았다”며 “이를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좀 더 깊게 배우기 위해 대학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나와 결혼은 맞지 않는 제도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며 “결혼이란 것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옷을 입어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아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제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의 사회적 지위가 ‘누군가의 배우자’가 아닌 ‘나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주저 없이 비혼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결혼을 위한 결혼’은 위험해…유연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연구원 공지현(38)씨는 처음부터 비혼을 동경하지는 않았다. 남자에 대한 관심이 많지는 않았지만 남자친구도 꾸준히 사귀어 왔고 아이도 좋아하니 당연히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결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사랑하는 남자는 없었고 점점 나이가 들다보니 ‘결혼을 위한 결혼’은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사라지니 삶에 있어 좀 더 많이 유연해 질 것 같았다. 간혹 ‘나이가 많아서 결혼을 못하니 비혼이라고 말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사람들의 조롱에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사람들의 생김새와 성격이 모두 다르듯 삶의 모습이 일률적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나름 탄탄한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내가 번 돈과 여가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지만 아끼고 저축해 3년 안에 집장만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젊은층 늘어나

[자료=잡코리아]
[자료=잡코리아]

이처럼 청춘들 사이에서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라는 이유 등으로 비혼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출판 시장을 살펴보면 코로나 쇼크 이후  비혼을 주제로 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자들은 코로나 이후 거대한 유동성 버블이 우리 사회의 가족 구조와 삶의 방식을 뒤흔들고 있다며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가 더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외국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인모(36)씨는 “코로나 이후 회사 생활에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편이라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회식이나 저녁 약속 등이 거의 취소되면서 회식 때마다 들었던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더 이상 받지 않다보니 스트레스가 싹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퇴근 후 저녁 시간엔 맥주를 마시며 좋아하는 닌텐도 게임을 하며 행복하게 보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혼주의자 변호사 김진수(44)씨는 “굳이 한 사람과 연애하면서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결혼할 생각은 없다”며 “결혼해서 아등바등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아이들 학원비에 학비, 결혼비용 등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봉이 꽤 높은 편인데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눈치 보지 않고 주식에 투자하거나 펀드에 가입할 때 억 단위로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해외여행 등을 할 수 없지만 나중에 은퇴할 나이가 되면 괌이나 하와이 등지에 별장처럼 지낼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친구들과 부담 없이 골프를 치며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회가 비혼 주의자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51.2%로, 10년 전인 2010년(64.7%)에 비해 13.5%가 낮아졌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보다는 확실히 결혼에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줄었다고 한다. 10년 넘게 많은 싱글들을 봐왔다는 결혼정보업체 매니저는 “삶을 살다 보면 늘 변동 사항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무조건 결혼을 하지 말아야지’나 ‘무조건 결혼을 해야지’하는 생각보다는 그저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고 미래를 위해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결혼은 누군가에게는 분명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안하면 그만인 선택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언제든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기혼과 비혼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사회가 비혼 주의자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모든 2030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미리 선을 긋지 말고, 일단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며, 다수에 속하지 않는 것에 주눅 들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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