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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20명 중 1명은 니트 …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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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20명 중 1명은 니트 …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까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3.2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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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 니트족 급증과 장기화 문제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사태로 고용 환경이 악화하면서 ‘니트(NEET)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니트(NEET)’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첫 글자를 딴 말로 취업 의지가 없는 청년층 무직자를 뜻한다.

지난 3월 22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니트족은 43만6000명으로, 2019년보다 8만5000명(24.2%)이나 증가했다. 연구원은 니트족을 통계청이 집계하는 ‘그냥 쉰’ 15~29세 미혼 청년으로 잡았다. 그냥 쉰 이유로는 육아, 가사, 재학, 수강 등 다양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청년들의 ‘쉬었음’이 급증했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 고용 환경이 좋지 않자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했을 공산이 크다.

장기적인 추세로 봐도 니트족의 증가세는 뚜렷하다. 2016년 26만2000명이었던 국내 니트족은 빠르게 급증해 지난해 1.7배인 43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청년에서 니트족 비율도 2016년 2.8%에서 지난해 4.9%로 상승했다. 청년 20명 중 1명이 니트족이란 얘기다.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수많은 청년들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취업을 포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5.2%에서 9.1%로 3.9%포인트 증가했다.

니트족 현황.[자료=현대경제연구원]
니트족 현황.[자료=현대경제연구원]

니트족 현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문제가 많다. 지난해 니트족 가운데 남성은 24만5000명, 여성이 19만10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10만 명대 초반 수준을 유지하던 여성 니트족 규모는 201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을 나오고도 일할 의지가 없는 전문대졸 니트족 규모는 27만5000명으로 2016년(17만2000명)에 비교하면 10만3000명이나 확대됐다. 더 큰 문제는 장기화된 것으로 무직 1년 이상인 니트족 규모가 12만명으로 2017년(6만6000명)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전직 경험이 없는 니트족도 11만8000명에 달한다.

국내 니트족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 높다. OECD는 청년층 중 취업자와 학생을 제외한 인구를 니트족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2017년)으로 보면 한국 청년층에서 차지하는 니트족 비중은 18.4%(170만8000만명)로 OECD 평균(13.4%)보다 높다.

국가별 니트족 비중 비교.[자료=현대경제연구원]
국가별 니트족 비중 비교.[자료=현대경제연구원]

니트족 급증은 일본 사례에 비춰보면 심각한 사회문제다. 일본에서는 자산 거품이 꺼지고 경기 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의 청년층(1970~1980년대 초반 출생)이 ‘취직 빙하기’를 겪었다. 이들은 높은 실업률 탓에 경력을 충분히 쌓지 못했고 이후에도 저임금·고용불안정에 시달려 ‘잃어버린 세대’라고 불린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이들의 니트족 비율은 청년 니트족보다 숫자가 많다. 신규 졸업자 위주 채용 관행이 있는 일본 사회의 특성 때문에 취업 적기를 놓친 청년 니트족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나이가 들어 중년 니트족이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청년층의 취업 절벽이 심화하면서 이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실제로 청년들의 취업난은 더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향후 경기가 개선흐름을 탄다고 해도 고용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긴 힘든 실정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업들이 채용을 미루거나 줄이는 추세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알짜 중견·중소기업도 저마다 운영난을 이유로 채용을 아예 하지 않거나 채용인원을 크게 줄이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국내 500대 기업 중 63.6%가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1명도 채용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니트족의 증가와 장기화는 부모세대 부담 가중, 사회적 비용 유발, 노동투입량 감소 등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과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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