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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㉛] 인생의 덧없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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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㉛] 인생의 덧없음에 관하여
  • Journey
  • 승인 2021.03.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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胡蝶之夢(호접지몽) : 나비가 되는 꿈

(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기는데, 나비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분간하지 못해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았다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비유해 호접지몽이라 한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불안한 시대에 살았던 장자는 인간의 참 자유를 추구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그 결과 물(物)의 시비(是非)·선악(善惡)·미추(美醜)·빈부(貧富)·화복(禍福) 등을 구분 짓는 일이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고, 만물은 결국 하나의 세계로 귀결된다[物我一體]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제창하였다. [출처] 莊周之夢(장주지몽)|작성자 존자 최영수 감독

요즘 내 주위에 가장 가까이 있는 몇 명의 지인들을 지켜보며 호접지몽을 떠올렸다.

A녀에게 전화가 왔다.
“나 남친 생겼어! 같이 보자구!”

그녀는 20대에 결혼해서 3년 전 이혼을 했고, 전 남편이 양육하는 아들을 매 주 한번씩 보는 것을 커다란 기쁨으로 여긴다. 이혼 후 매일 연애와 파티로 삶을 즐기는 그녀의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은 매일 한 시간 이상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다이어트 식을 만들어 먹는 일에 쓰인다.

전화를 할 때마다 반 이상은 늘 피트니스에 있고, 저녁엔 거의 술을 마시고 있다.

그녀와의 단골 대화는 “나 살쪘어!”, 아니면 “이거 먹고 운동하러 가야지”

그녀를 보며 대체 왜 매번 인생에 닥치는 모든 일 들을 과하게 대응하는지가 궁금했다.

과하게 먹고 마시고 운동하고 섹스하는 이 본능적인 일과의 반복을 통해 그녀는 과연 무엇을 얻고 있는가?

B녀의 꿈은 20대 초반부터 단 한 가지였다.

’평생 일하지 않고 돈 많은 남자를 잘 만나 편하게 사는 것‘

그리고 마흔에 이르러 드디어 그 꿈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녀는 남자친구와 이미 약 1년 전부터 동거를 하고 있는데, 그 1년 사이에 참 많이도 변해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1년 만에 무려 18 킬로그램이 쪄있었고, 이전에 없던 편안한 미소가 통통해진 얼굴을 가득 채웠다. 약간의 꺼벙한 웃음소리는 덤. 그녀는 매일 아침 남자친구의 밥을 차려주고, 낮에는 베이킹이나 쇼핑을 한다. 저녁이면 퇴근한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드라마를 본다. 그녀의 20년을 지켜본 결과 그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상태임에 틀림이 없다. 그녀는 그저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매일의 꿈이다.

C녀는 불과 한달 전 가정법원에 출두했다. 이미 오랜 별거 끝에 드디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난 후 그녀의 얼굴은 기쁨이나 시원함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로움과 쓸쓸함이 보였다. 그리고 매주 소개팅을 하는데, 때로는 그 자리에 나를 초대하기도 한다.

한 중소기업의 임원이었는데 이른 새벽 출근에 오후가 되면 업무를 마치고 거래처 사장님들과 낮술을 즐기던 그녀는 이혼과 비슷한 시기에 약 2주 정도의 격차를 두고 회사도 그만두었다.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저명한 마당발답게 매일 점심, 저녁 약속이 빼곡하다.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시간일까? 연이은 음주로 피곤한 얼굴의 그녀, 그녀의 내일도 여전히 피곤할 것 같다.

나는 오전 8시 30분이면 회사에 출근해서 오전 업무를 보고 나머지 시간은 그야말로 내 스케줄 대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내 사업이기도 하지만 프리랜서 개념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스케줄은 스스로 조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나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규정 속에서 움직이며, 항상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나를 속박하는데 예를 들면 나는 항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자격증에 대해 계속 도전하기 위해 시험일자를 받아놓은 후 그 일정에 맞추어 자투리 시간에 공부를 한다.

완벽한 싱글답게 항상 연애 중이지만, 스스로의 규정에 의해 연애 시간이 뒷전인 경우가 허다하다. 일 외의 시간이 생기면, 당연히 연애를 해도 부족할 판국에, 주어진 잉여시간에 내가 무엇을 하면 나에게 더욱 이롭고 생산적일지를 고민한다.

사실 우리 모두의 출발선을 같았다.

졸업이라는 학업의 과정을 마치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사회로 진출하거나 결혼을 했고, 누군가는 출산과 육아를, 누군가는 사회에서의 커리어를 쌓는데 집중하며 살아왔다. 그 중 누군가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또다시 학업에 도전해 더 높은 스펙을 쌓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스펙을 쌓아야만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학업에 재도전하기도 했다.

결혼, 출산, 육아, 직업 이 모든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내던 이들도 어느 순간 이혼을 경험하거나 재혼을 하기도 했다. 여전히 가정생활을 유지하며 행복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내 주변에는 사실 더 많았다. 물론 싱글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연애가 한창이다.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편 90:10

성경에서 언급하였듯이 사람의 인생은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일이나 사랑이나 학업이나 결국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시작과 끝이 있다.

기껏해야 70~80살, 길어야 100살인 인간의 수명을 가지고 우리는 매일 너무나 과한 고통 속에 스스로를 가두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마치 거대한 우주 속에 먼지보다도 작은 인간이 세상 모든 근심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을 포기하고 내일을 걱정하며 오늘을 슬프게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나, 당신, 우리. 오늘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 믿고 살자.

참지 말고, 모른척하지 말고, 미루지 말자.

오늘 안에 우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우리에게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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