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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살아있다] 버려지는 것에 숨결을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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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살아있다] 버려지는 것에 숨결을 불어넣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03.30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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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6 Recycling Oriented Society 展 4월 16일까지 DDP 갤러리문에서 진행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지속 가능한...'

우리가 지향하는 삶에 빠질 수 없는 수식어다.

매일같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많은 것들이 버려진다. 매일 버려지는 헌것들은 썩지 못하고 우리 삶을 위협하는 불쾌한 존재로 남아있다.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며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변화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폐기물 신소재로 만든 지속가능한 주거공간을 선보이는 <Recycling Oriented Society>展이 개최됐다.

신진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소개해 온 'DDP 오픈큐레이팅'은 지난해 주거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디자인적으로 고찰한 '집과 디자인(Design for Home)'을 주제로 4개 전시를 선정했다. 그 중 1위로 선정된 <Recycling Oriented Society>展이 올해 DDP 갤러리문에서 소개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고 ROS(물고기/정김도원/최솔이)가 주관하는 DDP 오픈큐레이팅 vol.16 <Recycling Oriented Society>展은 폐기물을 활용한 신소재로 한 채의 집을 디자인한다. 새로운 집을 지으며 나오는 골재와 나무 부스러기, 식생활에서 생성되는 채소와 곡식의 껍질, 사용하다 깨져버린 도자기 등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우리의 삶에 들여온다.

전시는 기존 원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폐기물 신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ROS(Recycling Oriented Society)라는 지속 가능한 주거 문화를 통해 집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자 집합체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2가지, 세부적으로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세 명의 작가가 각각 건축, 도자, 자연 폐기물로 풀어내는 신소재 연구와, 연구 결과로 만들어낸 오브제 섹션이 있다. 각 전시대 위에는 섹션별 설명이 적혀 있고, 안내데스크의 리플릿과 전시대 위 QR코드를 찍으면 오디오 도슨트 이용이 가능하다.

'Do Touch'

전시장에 있는 모든 작품들은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다.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수십만 톤의 건설 폐기물이 발생하는 현재, 폐기물의 발생보다 처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첫 번째 섹션 '도시의 재질 <Re-Crete: Wave>'에서는 폐목재, 폐유리, 폐펄프와 폐도자 시멘트를 이용해 4종류의 <Re-Crete: Wave>시리즈를 제안한다.

도자기는 현대 주거 문화에서 대체 불가한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흙으로 만들어져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도자기를 친환경적 사물로 인식하게 하지만, 도자기는 표면에 유리질 성분을 입히고 1,250도의 고온에서 단단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흙에서 쉽게 썩지 못한다.

두 번째 섹션 '재사용 도자기 <실용: 01.흙>'에서는 버려진 도자기를 분쇄, 재가공해 생성된 재료로 새롭게 빚은 컵과 접시 등을 선보인다. 쓸모 없어진 도자기 조각은 다시금 재료가 되어 기존 제품 못지 않은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

썩지 않는 원료를 남용해서는 안되지만, 우리는 여전히 물질을 필요로 한다. 물질세계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는 생각을 기조로 세 번째 섹션 '바이오머티리얼 연구 <Rotting>'에서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머티리얼 연구를 공유한다.

보리껍질, 짚, 전분, 밀, 달걀 껍데기, 양파 껍질, 오렌지 껍질 등 자연 폐기물을 다양한 입자로 분쇄하고 결합해 점토 또는 슬립으로 형성한다. 건조 및 열처리 과정을 거치면 충분히 견고하지만 사용 후 땅에 묻으면 분해되는 바이오머티리얼이 생성된다.

네 번째 섹션 'ROS Object'에서는 폐기물로 만든 신소재로 한 채의 집을 디자인해 환경 위기 시대의 대안을 이야기한다. ROS의 사물은 서로 얽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고, 지속 가능한 주거 문화로부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이 그려진다.  

마지막 ROS Home에서는 거실, 주방, 서재를 모티브로 네 가지 소재 BORI보리, DAK닥, SONGI송이, HAE해를 선보인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으로 만든 소재를 활용해 필수 기능을 갖춘 가구를 만든다. 가구, 조형물, 항아리, 그릇, 인센스 홀더 등 폐기물 신소재 제품들은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조합할 수 있다. ROS Home 전시 공간에는 과시하지 않고 필요한 것만 만들어 고쳐 쓰던 한국의 생활 공예 정신이 깃들어져 있다.

'좋은 생산, 좋은 소비, 좋은 버림 Good Make, Good Use, Good Dump'

선한 재료와 공정을 통한 생산은 의미 있는 사용으로, 이후 참된 버림으로 이어진다. 작은 전시 공간 안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이 담겨 있다.

DDP 오픈큐레이팅 vol.16 <Recycling Oriented Society>展은 DDP 갤러리문에서 다음달 16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9시까지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월요일 휴관)

폐기물 신소재로 만든 '미래의 집'이 궁금한 이들에게, 선순환 사회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DDP 갤러리문을 두드릴 것을 제안한다.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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