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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TALK] 잿빛 장막에 갇힌 청년들, 비혼의 길로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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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TALK] 잿빛 장막에 갇힌 청년들, 비혼의 길로 들어서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04.05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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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청년 자녀를 둔 부모에게 물었다.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걸까요?"

부모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을 했다.
-"결혼은 꼭 해야지, 인륜지대사인데..."

그리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30대 청년에게 같은 질문을 건넸다.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걸까요?"

청년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결혼은 선택이죠. 혼자인 게 편한 사람들도 있잖아요. 또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결혼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아요."

주거 및 고용 불안, 가치관 변화 등의 이유로 비혼의 길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는 저(低)혼인 시대 미혼남녀의 세대 유형과 결혼 및 가족가치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의 고용불황과 비혼·만혼의 증가로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이 많아지고, 1인가구 중에서도 월세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 남녀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 비중은 30~34세 57.4%, 35~39세 50.3%, 1인 가구 비중은 30~34세 25.8%, 35~39세 32.7%로 나타났다.  
 
주거 형태별로 보면 부모동거 가구(캥거루족)는 70.7%가 자가인 반면, 1인 가구는 59.3%가 월세에 거주하고 있다.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미혼 남녀는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남성 18.4%/여성 23.4%)를 꼽았다.

이 밖에 미혼 남성의 경우 '소득이 적어서'(15.0%), '결혼에 적당한 나이를 놓쳐서'(10.9%),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7.5%), '결혼 생활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서'(6.0%) 등이 결혼 제약 요인이라 답했다.

반면 미혼 여성은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충실하고 싶어서'(19.3%),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2.4%), '결혼에 적당한 나이를 놓쳐서'(7.8%) 등을 이유로 언급했다.

2030세대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불안정한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비혼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거, 출산 및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비혼족에 합류하는 청년들이 결코 적지 않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청년 고용률은 41.3%에 불과했다. 청년 실업과 고용난이 심각한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값까지 치솟았다.

결국 결혼 진입장벽은 높아졌다. 청년 시점에서 혼자 살아남기도 힘든 세상에 결혼은 사치고 헛된 꿈일 뿐이다. 청년들은 점차 개인주의를 내면화하기 시작한다.

박시내 통계개발원 서기관은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가 제도·정책 변화보다 빠르고, 이는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라 밝히며 "결혼과 출산의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면서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불황과 주택비용 상승은 비혼 인구 증가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원초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청년들의 시야를 가리는 잿빛 장막을 걷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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