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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 ㉜] 연애,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일일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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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 ㉜] 연애,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일일드라마
  • Journey
  • 승인 2021.04.05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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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싱글들의 화려한 금요일 밤, 싱글녀 둘이 바에서 만나 자신의 취향대로 바텐더에게 술을 주문했다. 외모만큼 마음 씀씀이도 사랑스러운 수진이는 자신을 닮은 핑크레이디, 나는 위스키 베이스에 달콤한 뒷맛의 러스티 네일을 홀짝거렸다.

우리는 수십 번의 연애를 해보면서 문득 얼마나 진실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진이가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들은 자신에 대해 생각보다 모를 뿐 아니라 여자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그 남자는 매사 모든 일에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쳤다. 내가 본 그의 모습은 당당한 건 좋은데 대체 무슨 근거로 저렇게 자신감을 겉으로 표출하나 싶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오빠는 자기 물건 크기에 만족해?"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가 너무 당당해서 놀라웠다며, 사실 본인은 잠자리 때 남자의 중요 부위가 너무 작아서 아무 느낌이 없다고 했다. 자신감 넘치게 열심히 임하는 남자친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매번 은밀한 시간에 자신도 최대한 좋아하는 '척'을 했다고 말이다.

그는 넘치는 자신감답게 하는 행동도 권위적이고 자존심이 굉장히 셌다. 그녀는 그가 점차 자신에게 집착하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잦아지자 결국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성품이 온화하고 잠자리도 매우 만족스러운 남자를 만나면서 왜 이 좋은 걸 그간 포기하면서 자신의 젊은 세월과 젊은 몸을 낭비했는지 후회했다.

전 남자친구는 피해의식에 가득 차서 여자를 함부로 대하며 겉으로 센 척이나 하는 남자라며 헤어질 때까지 이 말을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네 옹졸한 성격처럼 네 물건도 너무 작아서 끔찍했어. 이 쪼다새끼야!"

 

 

상대를 배려한 나머지 상대의 최대 약점을 말해주지 않았던 그녀의 거짓말.

그것은 악의적인가 선의적인가?

 

수진과 나는 우리의 또 다른 친구인 민정이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정이는 8살 연하의 남자친구와 2년의 연애 끝에 헤어졌다.

그녀는 온라인 유통 전문가로 돈도 잘 벌고, 남자들과의 비즈니스나 술자리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이른바 배포를 가진 강한 여자였다.

그녀의 외모는 사실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일반 여성들의 평균보다도 훨씬 작은 키에 잦은 음주로 인해 살집도 두둑하고 피부와 머리 결은 늘 푸석거렸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몸 좋고 잘생긴 연하 남으로 함께 다니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뒤돌아보며 커플을 번갈아 살펴보며 숙덕거렸다.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늘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돈벌이가 시원찮다면서 자신이 용돈을 주며 거두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막상 자기 곁에 함께 있을 때에는 상냥하게 대해주었다.

한껏 상냥하게 해주다가도 어느 타이밍에는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 어느 순간 마치 자신의 부하 직원처럼 이래저래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보면서 친구들은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내렸다.

"필요에 의한 관계야. 둘 다 진심이 아닌 것 같아."

어느 날은 그녀가 말하길 남친이 너무 젊어서 밤에 자기를 가만두지 않아 피곤해 죽겠다고 했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 둘은 서로 합의한 관계에 의해 누군가는 외로움을 달랬고 누군가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연애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채우고 있는 관계. 왠지 씁쓸하지만 그 것이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그런 관계를 2년간 유지하다가 어느 날 그는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직장에 취직했고, 그녀는 일이 더욱 바빠졌다는 이유로 이 씁쓸한 관계는 은밀히 마무리되었다.

수진과 나는 오래전 우리와 헤어진 친구, 즉 손절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진이는 그 당시 남자친구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곧 헤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좋은 관계인데 왜 헤어질 예정인지 이해가 안간 우리에게 그녀는 상상초월의 대답을 했다.

 

“좋기는 한데 오래가기는 힘들 것 같아. 남자친구가 곧 골프채

세트를 사주기로 했는데 이것만 받고 헤어지려고.”

 

순간 우리들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너 양아치니?”

 

우리의 거침없는 비난에도 그녀는 당당했다. 잠깐 좋아했지만 계속 만나기에는 좀 안 맞는 부분이 많다면서 받을 거 받고 정리하겠다고 했다. 마치 이것이 쿨한 연애 방식인 것처럼.

그리고 그녀는 순진한 남자친구에게 골프채를 받아내고 정말 일주일도 안 되어 헤어졌다는 소식을 아무렇지 않게 전했다. 그날로 우리 친구들은 이 비도덕적이고 질 나쁜 친구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손절했다.

그녀의 순진한 남자친구였던 그는 최근 아주 좋은 집안에서 바르게 자란 6살 연하의 여자와 곧 결혼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건너 전해 들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가볍고도 계산적인 만남, 그 안에 온통 거짓뿐인 애정 표현, 그리고 이런 식으로 이용하려 했던 남자들에게 가끔 뒤통수를 맞을 때마다 예전의 그보다 순수하고 진실 된 남자가 없다는 걸 수없이 느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도 스스로 진짜 그들을 사랑했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기에 우리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없이 반복한 거짓된 관계들 속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거짓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게 된 것은 아닐까?

 

당신의 연애는 얼마나 진실한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믿는 당신 자신의 감정에는 얼마나 진실한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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