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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라이프] 성인 4명 중 3명, ‘혼자가 더 편한 나홀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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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라이프] 성인 4명 중 3명, ‘혼자가 더 편한 나홀로족’
  • 이윤진 기자
  • 승인 2021.04.23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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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소중해”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놀고 혼자 드라이브를 한다. 수업도 혼자 듣고, 영화도 혼자 보고, 심지어 캠핑도 혼자 다니는 ‘나홀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혼자서도 큰 불편 없이 자유롭게 떠나고 싶을 때 여행하고 주말 아침 일찍 눈이 떠지면 조조영화를 보는 젊은층들은 “친구들과 서로 스케줄을 확인하며 시간 맞추지 않아도 되고 혼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배고플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으니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혼자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 줄며 나홀로족 증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5월에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알바천국과 잡 서치의 조사에서는 성인의 4명 중 3명이 자신을 “나홀로족에 가깝다”고 대답했다. 연령별 비율을 보면 30대, 40대가 82.9%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78.3%였다. 나홀로족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인 의견(75%)이 부정적인 의견보다 세 배나 높았다. 문화평론가인 김헌식 교수(동양방송예술대학)는 “나홀로족은 결혼이나 주거형태에 상관없이 평소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1인 가족이나 싱글족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혼자 행동할 때 느끼는 불편함은 주로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들어 혼자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줄어들면서 나홀로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무런 터치 받고 싶지 않아”…내 시간은 나를 위해 쓴다

회사원 박 모 씨(29)는 혼자 독립해 살고 있다. 그는 금요일 퇴근 후 마트에서 필요한 것들을 잔뜩 사놓고 주말동안은 집에서 푹 쉰다. 하루 종일 넥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외출이라고는 강아지 산책을 위해 1시간 남짓 공원을 도는 것이 다이며 그 외에는 친구도 만나지 않고 부모님댁도 잘 가지 않는다.

그는 “주말동안 밀린 잠을 충분히 자고 빨래도 빨고 청소를 하는 등 평일에 하지 못했던 집안일을 한다”면서 “그 외에 시간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맥주 마시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말인데도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친구들 역시 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친구를 만나지 않아도 혼자 외롭지 않게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답했다.

노무사 김모씨(36)는 주말동안 게임을 하며 신나게 주말을 보낸다. 그는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데 평일에는 아무래도 야근할 때가 많아서 주말에 몰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터치도 받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나홀로족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스로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싱글라이프의 장점인데, 굳이 연인을 만들거나 친구들을 만들어서 억지로 어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젊은층, “혼자 살아서 외로운 것보다 다양한 ‘관계’ 때문에 힘들다”

[사진=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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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홀로족의 등장배경에는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복잡한 사회 속에서 자유를 선망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들 수 있다. 현대사회의 개인화 문제를 연구해온 신경아 한림대(사회학과) 교수는 “80년대 중반 이후에 서구사회에서 진행된 개인화 현상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나홀로족”이라고 정의했다.

신 교수는 “집단주의가 강한 우리사회에 반발하여 가족이나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심리가 자발적인 나홀로족이나 싱글족의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혼자 살아서 외롭다는 의견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관계’에서 야기된 스트레스로 힘들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홀로족의 증가에 대해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나홀로족을 ‘일종의 관계로부터의 회피’라고 정의하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관계를 맺을 시간과 에너지를 상실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다른 심리학 박사 역시 “나홀로족 중에는 어린 시절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면서 “왕따나 학교폭력 등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소통이나 인간관계가 취약해지면서 스스로 집단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여기에 속한다”고 말했다.

“‘나홀로족’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과 적성의 문제일 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대학생 이모(22)씨는 “여고시절 반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아 항상 친구들을 피해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늘 가십거리로 본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본인이 하는 행동을 친구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너무 싫어 대학생이 된 후에도 혼자 다닌다”고 전했다.

반면 성동구에서 혼자의 삶을 즐기는 김 모(33)씨는 “예전에는 혼밥을 하거나 홀로 여행을 다니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서 다니는 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아 너무 편하다”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왕따를 당해본적도 없고 사람관계가 힘들지도 않지만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익숙하고 편할 뿐”이라며 “‘나홀로족’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과 적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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