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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내 재산 누구를 줄까’ 트라우마에 빠진 비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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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내 재산 누구를 줄까’ 트라우마에 빠진 비혼족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1.05.06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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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유언 남기는 싱글족 “가족 말고 재단에 기부하겠다”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여기에 더불어 크고 작은 재산까지 남긴다. 만약 재산을 힘들게 모았다면 더 소중할 것이다. 싱글족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내 피가 섞인 조카에게 물려줘야지’라는 다짐을 하다가도 조카가 밉게 행동하거나 성실하지 못하면 ‘차라리 사회단체나 장학재단에 기부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싱글들은 ‘내 재산 죽을 때까지 마음껏 쓰다가 떠나야지’라고 마음먹지만 때로는 ‘조카들 중 누구에게 줄 것인가, 조카 수대로 대등하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고민 역시 하게 된다.

싱글족, 유언 통해 일찌감치 재산의 향방 결정지어놔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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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싱글족(40대 이상 비혼자 수·2015년 기준) 수는 168만여 명에 달한다. 1966년(6791명)에 비해 250배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은 5년마다 연령대별 비혼 인구를 집계하며 2020년 싱글족 수는 300만명이 넘어섰다. 만약 이들이 평생 싱글로 남는다고 가정하면, 20~30년 뒤 싱글족 재산은 큰 이슈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반영한 듯, 일부 싱글족은 유언을 통해 일찌감치 재산의 향방을 결정짓고 있다.

50대 변호사 임모씨는 최근 자신의 재산을 모두 따져봤다. 그는 15억 상당의 아파트 외에 주식·펀드·예금·보험 등 15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그는 “요즘 30억정도면 많은 재산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돈을 벌고 있고 돈쓸 곳이 없으니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혼자살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 아프면 어쩌지’라는 불안감 때문에 가입 할 수 있는 보험은 거의 다 들어놨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보험 및 간병인 보험까지도 모두 들어놨기 때문에 노후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 중 50% 정도를 자신의 동생과 동생의 아들·딸에게 물려주겠다고 결심했다. 나머지는 김씨가 병에 걸릴 경우 생활비와 의료비로 쓰도록 했다.

부모·자식·배우자가 없을 경우 형제·자매가 유산 가져가도록 규정

[사진=구글이미지]
[사진=구글이미지]

개그맨 박수홍씨의 경우도 최근 형제간 재산문제가 증폭이 됐는데 지금처럼 법적으로 비혼으로 남다가 먼 훗날 세상을 떠난다면, 그의 재산은 박씨의 조카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2년 인터뷰에서 박수홍은 “조카가 와서 ‘삼촌 유산 내 거예요’라고 하더라” 라고 밝힌 적이 있다.

우리나라 민법은 부모·자식이나 배우자가 없는 사람의 유산은 형제·자매가 가져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형제·자매가 이미 세상을 떴다면 그의 자식, 즉 조카가 상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혼인 60대 여성 박모씨는 지난 2019년 조카를 상속자에서 완전히 제외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었다. 박씨에게는 오빠와 동생이 있는데,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오빠, 오빠 자녀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내 재산은 20억원 정도 되는데, 오빠의 자식은 제외하고 대신 여동생 자식들에게 주기로 하고 유언을 썼다”고 말했다.

싱글족 유산, 가족 아닌 공익재단이나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경우 늘어나

재산을 아예 기부하겠다고 나선 싱글족도 있다. 40대 비혼 남성 김모씨는 10억원(아파트 5억원·펀드 5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공익재단인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하고 증권사에 맡겼다. 단 자신이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경우에는 어머니가 재산을 물려받도록 했고,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면 어머니가 쓰고 남은 재산을 기부하도록 유언을 썼다. 그는 “여동생 한 명과 그의 자식들이 있는데, 여동생은 어머니를 크게 돌보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의 재산을 빨리 나눠달라고 보채고 있다”며 “내가 죽고 여동생 가족이 내 재산을 가져간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검증된 기관에 기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업가 송모(52)씨도 “남동생이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았는데 평소 가깝게 지내지도 않고 연락도 뜸하게 한다”면서 “얼굴도 거의 보지 못한 조카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느니 유니세프같은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이 된 조카가 명절 때 만나면 ‘삼촌 주식 많이 올랐어요? 많이 올라야 내가 나중에 편히 사는데’라고 장난삼아 말할 때면 얄밉다”면서 “삼촌 재산은 당연히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500만달러 반려견 양육에만 써달라고 유언하기도 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국에선 반려견과 같은 애완동물에게 거액의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도 있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사는 사업가 빌 도리스씨는 작년 11월,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8세 보더콜리 반려견에게 500만달러(약 56억원)를 물려줬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싱글족이었는데 생전에 자신이 사망할 경우 반려견의 새 주인으로 이웃에 사는 88세 마사 버튼이라는 할머니를 지정했고, 재산을 남겼다.

그는 “혼자 사는 동안 보더콜리는 내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였고 인생의 동반자였다”며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은 사랑과 애정, 위로를 해준 존재다”라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재산 관리인에게 사후 영수증을 제출해 승인을 받는 형태로 반려견 룰루의 양육비를 충당하고 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민법상 상속 권리는 법인이나 사람에게만 있고, 반려동물은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접 유산을 받을 수는 없다”며 “다만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자신의 유산을 특정 반려동물을 위해 써달라고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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