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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인사이드] 포토그래퍼의 잡(JOB)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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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인사이드] 포토그래퍼의 잡(JOB)다한 이야기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05.1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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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아버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셨다. 항상 나를 데리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필름 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10년째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포토그래퍼 김재일 씨의 이야기다.

사진 한 장에는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는 물론 찍는 이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또 시간이 흐르면 사진은 추억의 매개체로서 가치있는 산물이 된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SNS가 활성화되고 감성을 쫓는, 일명 '감성러'들이 늘고 있다. 나만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카메라가 활용되면서 사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필름카메라를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는 실시간으로 사진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기억의 방부제 역할을 하던 사진이 이제는 트렌디한 소통 수단이 되어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JOB인사이드] 이번 편은 카메라와 진득한 인연을 맺은 포토그래퍼 김재일 씨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포토그래퍼 김재일 씨와의 잡(JOB)터뷰]

김재일 사진가 : 안녕하세요. 10년째 사진 작업 중인 포토그래퍼 김재일입니다. 저는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졸업 이후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현재는 개인 작업을 하며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재일 사진가 : 2016년 성공문화재단으로부터 협동프로젝트 작업을 제안받아 사진기록팀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당시 정릉 지역의 철거 직전 아파트에 대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었고, 사진 자료를 수집하는 데 참여했습니다.

2019년에는 서울시 작은도시재생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정원 사진과 다방 리모델링 관련 사진 등을 작업했습니다.

또 충무로 카페 옥키에서 사진 작가들이 협업해 진행하는 기획전시에 참여했고, 2019년 서울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집 ‘레시픽’의 제작 참여 작가로도 활동했습니다.

다양하게 많은 경험을 하셨네요.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재일 사진가 : 어릴 적 아버지가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셔서 저를 많이 찍어주셨습니다. 카메라는 저에게 굉장히 익숙한 물건이었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또 어느 날 가수 김동률 씨가 포토그래퍼로 출연하는 ‘출발’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아, 나도 저런 풍경이나 다큐를 담아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와의 추억, 우연히 본 뮤직비디오 영상 등이 제가 진로를 정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로를 정한 후에는 어떻게 준비를 하셨나요?

김재일 사진가 : 처음에는 기초적인 것을 배우기 위해 문화센터를 찾았습니다. 당시 강사님의 제안으로 사진과 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습니다.

입시 학원에서는 암실 테크닉부터 필름 장착 방법, 조명 등 사진 촬영의 기본이 되는 이론을 배웠습니다. 기초 지식을 습득한 이후에는 실제 작가들의 사진 작품을 보며 감각을 키웠고,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쳐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계원예술대학과 서울예술대학에 지원했습니다.

서울예대 입시 시험은 조형물을 구도에 맞춰 촬영해 총 36장을 제출하는 것이었고, 제출한 사진으로 구술 면접이 진행됐습니다. 계원예대도 작품을 제출한 후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입시결과에 따라 저는 계원예대에서 꿈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그 때 당시 계원예대는 학부 체제였는데 사진과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면접을 봐야 했습니다. 면접에서 교수님은 ‘왜 사진과로 왔느냐’고 물으셨고, 저는 "평생을 사진으로 먹고 살려고 왔다"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입시 면접과 전공 면접을 통해 사진과를 전공하게 됐는데요. 전공수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김재일 사진가 : 패션사진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저는 저만의 작업 스타일을 갖게 됐습니다. 건물과 풍경 위주의 사진을 주로 찍던 제가 인물사진에 매료되면서 포토그래퍼로서 저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패션사진가를 꿈꾸신 건가요?

김재일 사진가 : 네, 원래는 패션사진가가 되기 위해 관련 서적, 잡지 등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VOGUE(보그), ELLE(엘르), W(더블유), COSMOPOLITAN(코스모폴리탄) 등 잡지에 실리는 사진 등을 보면서 제 꿈을 키워갔습니다.

그 시작은 어시스턴트였습니다. 전문적인 일을 배우기 위해 어시스턴트에 지원했지만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꼈고 ‘이 길이 아닌가보다’ 라는 생각에 꿈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의 끈을 놓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카메라를 들었고 혼자 부딪치고 경험을 쌓겠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컨셉을 정하는 일부터 모델, 장소 섭외, 촬영, 보정 작업까지 모든 것을 홀로 해나갔습니다.

그렇게 현재까지도 개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대상을 촬영하시나요?

김재일 작가 : 인물 사진을 촬영합니다. 개인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작업한 프로필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모델들도 있었습니다. 현재 제 작품은 인스타그램 @youngphotomaker(사진하는 청년)를 통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사진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 과정이 궁금한데요.   

김재일 작가 : 가장 먼저 컨셉을 기획합니다. 컨셉은 사진 작업의 기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둥이 튼튼하지 않으면 인물과 장소가 아무리 좋아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 힘듭니다.

컨셉은 보통 연예인 화보나 해외 잡지 이미지 등을 참고하는데, 요즘에는 유튜브 콘텐츠나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이미지를 뽑아내기도 합니다.

컨셉을 정한 후에는 이미지에 맞는 모델을 선정합니다. 유튜브나 SNS 등을 보고 적합하다 생각되는 분들께 인물 섭외 요청을 합니다.

다음으로 장소를 정하게 되는데 직접 가본 곳 또는 참고했던 이미지나 영상에서 장소를 찾기도 합니다.   

촬영하기 전에는 컨셉, 의상,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사전미팅을 갖습니다. 그리고 실제 촬영날에는 2시간 정도 촬영을 진행합니다. 보통 200~300장 정도 찍게 되는데, 그 중 괜찮은 사진을 골라 보정 작업에 들어가면 적게는 3~4장, 많게는 10장 정도의 결과물이 나옵니다.

Photography by. 김재일
Photography by. 김재일

여러 장을 촬영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김재일 사진가 : 수직 수평이 잘 맞았는지, 그리고 전체적인 톤과 모델의 시선, 앵글 등을 복합적으로 확인합니다. 또 색감을 조정했을 때 딱 떨어질 지를 판단해 결정하게 됩니다.

포토그래퍼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재일 사진가 :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카메라를 잘 다룰 수 있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사진 관련 서적들을 굉장히 많이 찾아보는 편입니다. 광화문이나 강남 교보문고에 가면 국내와 해외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작품을 많이 찾아보는 것도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협업 능력이 요구됩니다. 사진 작업은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데, 포토그래퍼의 실력만큼이나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의 캐미가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합이 잘 맞는 모델과 작업할 때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포토그래퍼로 일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겨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재일 사진가 : 포토그래퍼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카메라를 늘 들고 있다보니 오른쪽 어깨, 손목, 무릎 등에 통증이 생기고 신체 밸런스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신적으로는 열심히 임한 작업의 결과물이 좋지 않거나 스스로 만족할 수 없을 때, 또는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힘이 듭니다. 

때때로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정체기라고 할 수 있는데, 슬럼프를 겪을 때는 1년 간 작업을 쉬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영화, 연극,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돈시킵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확장되고 사진에 대한 개념이 재정리되면서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됩니다.

반대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김재일 사진가 : 제가 촬영한 사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저의 능력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물을 전해 받은 이들의 ‘감사하다’라는 말 한 마디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요즘에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입문자용으로 적합한 카메라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재일 사진가 : 요즘에는 가벼운 카메라를 선호하다보니 미러리스를 많이 선택하시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카메라 조작법이 익숙치 않다면 캐논 미러리스를 추천드립니다. 캐논은 초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인터페이스가 장점입니다. 카메라를 처음 다룬다면 캐논으로 입문해서 소니나 후지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재일 사진가 : 저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사진은 관계의 매듭입니다. 사진 작업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SNS에 게시한 제 작품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합니다. 카메라는 늘 저와 함께 하는 가장 친한 친구이고, 이 친구를 통해 저는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포토그래퍼로서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김재일 사진가 : 제 작품으로 전시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동네사진관처럼 사진 작업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편히 와서 사진도 찍고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그런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포토그래퍼 김재일 씨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김재일 씨는 10년째 같은 길을 걸어오면서 ‘이 길이 내 길이 맞는가’를 수없이 고민하고 방황했다.

그 순간마다 카메라를 내려놓은 두 손에는 허전함이, 꿈을 저버린 마음에는 공허함이 찾아들었고, 결국 돌아오는 답은 미우나 고우나 ‘사진’이었다.

그렇게 그는 또 다시 셔터를 누른다.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셔터 소리가 들려올 때 프레임 속 아들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아버지의 시선이 오버랩되며 그는 대상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해낸다.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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