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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JOB] N잡이 대세라지만 … 여전히 많은 ‘생계형 N잡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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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JOB] N잡이 대세라지만 … 여전히 많은 ‘생계형 N잡러’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5.18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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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35세 김지용씨는 최근 신사동에 둥지를 튼 한 IT 스타트업의 팀장이다. 하지만 그의 업무는 늦은 저녁부터 새벽시간 대엔 바뀐다. 카카오T 대리기사 앱을 실행시키고 ‘출근하기!’를 터치하면서 그는 대리운전 기사가 된다. 이 시장은 김씨에겐 무시무시한 생존의 전쟁터다. 좋은 콜은 배차 목록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씨의 하루는 2~3건 정도의 콜을 수행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전동휠을 타고 인근 찜질방이나 PC방에서 눈을 붙이면서 끝난다.

“이젠 평생직장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김씨와 같은 직장인은 이런 현실을 여실히 느꼈다. 고용불안은 심화됐고, 퇴직 연령은 빨라졌다. 부동산 가격상승률과 비교하면 내 임금상승률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투잡에 뛰어드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투잡’하면 자연스럽게 대리운전을 떠올리던 때가 많았는데, 요샌 꽤 다양해졌다.

특히 점심이나 주말에 산책 겸 ‘배달 하나 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오토바이가 없어도 되고, 회사나 고용주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직장인에게도 매력적인 수입 수단이다. 가령 쿠팡플렉스는 플랫폼에 기사로 등록해 원하는 요일과 시간대를 지원해 배송 캠프에서 상품을 수령한 후 배달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배민커넥트도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자신의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음식배달 업무를 하는 일로, 부업으로 시간을 맞추기 상대적으로 쉽다. 하루 1시간도 일할 수 있다. 단순히 대리운전, 배달 뿐만 아니라 유튜버, 창업, 재능공유 등으로 다양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 시장엔 ‘생계형 N잡러’가 적지 않다. 신한은행이 2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만 명을 설문조사해 최근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 2020’에 따르면, 사람들이 투잡하는 이유는 소득을 위한 생계형(65.7%)이 여전히 많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투잡을 뛰거나, 창업·이직·노후 준비 목적의 자기계발을 위한 그럴듯한 N잡러는 많지 않다.

김지용씨 역시 생계형에 속한다. 그가 창업한 회사엔 운전자본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업에 부어지는 투자금이나 지원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업을 장난으로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음에도 그는 투잡에 나섰다. 아랫단의 후배들에게 임금을 쥐어주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t 대리는 생각보다 수익이 크지 않다.[사진=플레이스토어 캡쳐]
카카오t 대리는 생각보다 수익이 크지 않다.[사진=플레이스토어 캡쳐]

거대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가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요금의 경우 기본 1만2000원부터 시작하며 거리와 시간에 따라 1000원 단위로 추가되는데, 카카오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20%로 적지 않다. 좋은 콜을 받기 위해선 단독배정권 프로모션 이벤트에 참가해야하는데, 여기에도 비용이 든다.

하지만 본업인 스타트업 업무시간인 늦은 오전부터 7시까지의 시간을 빼고 나면 마땅히 해낼 만한 업종이 없다.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공유해 투잡을 할 수 있다지만, 이 시장 역시 진입장벽이 높았다. 탈잉, 숨고, 크몽 등 재능공유 플랫폼에도 참여해봤지만, 수익이 뚜렷하게 나진 않았다. 김지용씨가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도 1년째 대리운전 투잡을 뛰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김씨와 같은 플랫폼 노동은 근로기준법의 바깥에 있어 수수료를 비롯한 노동자 보호에 대한 규제가 뚜렷하지 않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갈 길은 멀다. 특별법의 골자는 IT업계와 배달 기사, 대리기사 등 16개 직종 별로 ‘표준 계약서’를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내용이다. 표준 계약서에는 수수료 지급 기준이나 금액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에 대한 직접 규제는 없다. 표준계약서 도입마저 권고 사항에 불과해 활용 가능성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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