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1 19:44 (목)
[Journey의 싱글라이프- ㉟] ‘비밀’이 가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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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 ㉟] ‘비밀’이 가진 힘
  • Journey
  • 승인 2021.05.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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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싹수가 노랗다

 

의미 :잘될 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부터 보이지 아니하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때로 어떤 관계에 있어 처음부터 예측이 가능할 때가 있다.

첫 만남부터 느껴지는 그 사람의 어두운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이나 화려한 외모로 인한 선입견, 도무지 나를 설득하지 못하는 세일즈맨, 왠지 모르게 밉상인 사람 등 특별한 이유도 없이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깊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경우 말이다.

주변에 매일 싸우는 커플이 있다. 이제 만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먼 미래까지 꿈꾼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의 대화를 보면 이 관계가 과연 진지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가득해진다. 그들은 아주 사소한 문제들부터 비교적 중대한 일까지 다양한 문젯거리를 만들어 매일 싸우고 화해를 반복하는데 예컨대 술 좀 그만 먹어라, 쇼핑을 그만해라, 잠을 제시간에 자라, 식사할 때 허겁지겁 먹지말아라 등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들을 볼 때마다 제3자인 나는 굉장한 피곤함을 느낀다.

“저럴 거면 그냥 각자 살지 왜 저렇게 서로를 달달 볶아.”

이런 생각과 함께 그들이 꿈꾸고 있는 미래의 그림과는 달리 서로 소송을 하고 있거나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그림이 그려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말 못 할 사연도 있다. 남자는 남들이 모르는 작은 장애가 있고(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초소형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여자는 과거 2번의 결혼과 이혼 경험 그리고 아이도 2명이 있다.

그들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사연, 비밀, 진실...그것이 그들을 묶는 연결고리일까?

최근 오랜 인연이 있는 사업가 대표님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20년 차 베테랑 사업가인 그는 18년 전 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눈빛으로 구상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새 비즈니스에 일원으로 자신의 사업에 뛰어들겠냐는 제안이었는데 그의 근거있는 자신감과 눈빛에 나는 그가 머릿속의 그림을 설명하는 일을 마칠 무렵,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다.

“그래서 거기서 제가 할 일은 뭔가요?”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실현하는 일”

그의 당찬 태도에서 나는 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확신했고, 내가 조인하여 성공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미래의 어느 날이 그려졌다. 그리고 우리 대화의 마지막은 약속이었다.

“이 비즈니스 구조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돼! 우리만 아는 거다!”

내 주위에 서로 얽혀있는 관계들이 있다.

D는 A의 소개로 B와 C를 알게 되었고 B와 C가 다투고 절교하자 A는 B와, C는 D와 각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B와 C사이에 있었던 일을 양쪽에서 들어보지 못한 이상 누가 옳고 그른지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었던 A의 말에 의하면 C가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간질, 거짓말, 위선, 가식이 어느 정도 수면 위로 올라와 있어도 우리는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여고시절 친구들끼리 이간질하고 따돌리는 것이 유행이었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당할만큼 당해봤고, 누군가에게 해하기도 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상황과 입장이 다르고 관계를 정리하는 법은 개인의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D는 B와 C가 절교한 이후로 아직 B를 만나보지 못했지만 C와는 여전한 관계를, A와는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둘만이 공유하고 있는 진실이나 비밀이 있을 때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때로는 이런 비밀스러운 관계를 통해 앞으로의 일들에 있어서도 더욱 솔직해질 수 있으니.
새로운 관계에 있어 이유 없이 싹수가 노래보이면 한쪽이 먼저 용기를 내어 진실 또는 비밀을 고백하는 것도 관계를 만드는 데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사이에 무슨"이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관계.

내가 계속해서 생산해내고 있는 관계의 싹들은 부디 한 개 정도의 소중한 비밀은 간직한 실한 놈들이기를 바란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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