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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이슈] 싱글족 박씨의 고민 “법 바뀌면 휴대전화 정말 싸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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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이슈] 싱글족 박씨의 고민 “법 바뀌면 휴대전화 정말 싸질까”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5.3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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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싱글족 박희연씨는 최근 휴대전화 교체시기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카메라 기능이 매력적인 최신 스마트폰으로 새롭게 약정을 맺고 바꾸려고 했는데, 뉴스에서 정부가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친한 지인에게 ‘불법 성지점’의 ‘좌표’를 받아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성지점은 휴대전화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리점을 뜻한다. 좌표는 이런 대리점들의 주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서 성지점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휴대전화도 더 싸진다는 설명에 박씨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지금 바꾸는 게 좋은가, 아니면 법이 바뀌고 난 뒤에 바꾸는 게 좋은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추가 지원금 확대’다. 그간 단통법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단말기 지원금 공식을 정해뒀다. ‘이통사가 각각의 단말기에 책정한 공시지원금+이통사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추가지원금’. 이 계산을 뛰어넘는 지원금은 모조리 불법이었다. 그런데 이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추가지원금’의 비중을 최대 30%까지 올리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지원금이 늘어나면 통신비 부담이 가벼워질 거란 판단에서다.

개정 추진의 속내는 또 있다. 이른바 ‘성지점’으로 불리는 불법 지원금 유포 매장을 근절하겠다는 거다. 성지점은 법이 정한 금액을 웃도는 불법 지원금을 주는데도 소비자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법을 어기는 것도 문제지만, ‘시장 왜곡’ 논란으로도 번졌다. 성지점을 찾는 소비자만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구입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공식 지원금만 받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불법 지원금을 추가로 받아 더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유통매장의 추가 지원금을 두 배로 끌어 올리면, 소비자들이 굳이 불법 매장을 찾지 않아도 될 것”이란 게 정부가 생각하는 개정안의 효과다.

하지만 정부 기대대로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성지점은 불법을 감내하면서 스팟성으로 지원금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성지점을 양성화하는 것과는 무관한 일”이라면서 “개정된 혜택보다 ‘싼 물건’을 찾는 소비자의 움직임을 일일이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각 통신사 로고.[사진=각 사]
각 통신사 로고.[사진=각 사]

개정에 따른 소비자 혜택이 큰 것도 아니다.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21’을 KT 통신사를 통해 구입한다고 가정해보자. 5GX 프라임(8만9000원) 요금제를 선택하고 2년 약정을 고를 경우, 갤럭시S21의 공시지원금은 45만원이다.

정상적인 유통매장이라면 45만원의 15%인 6만7500원까지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단통법이 개정돼 이 비율이 30%로 늘어도, 추가 지원금은 13만5000원에 그친다. 이동통신 유통매장 관계자는 “성지점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단말기 값에 얹어주는 불법 지원금은 수십만원 수준”이라면서 “추가 지원금이 몇만원 늘어난다 한들 불법 지원금 행태가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단통법엔 과거 ‘지원금 상한 조항’이 있었다.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최신형 단말기를 두고 지원금을 최대 33만원 이내로만 지급할 수 있도록 선을 그었다. 이 조항은 단통법 시행과 함께 3년만 유지되는 일몰 규정이었기 때문에 2017년 9월 사라졌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당시에도 업계에선 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는 만큼, 이통3사가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뿌릴 거란 기대가 팽배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파격적인 지원금 정책을 시행하는 이통사는 없었고, 일부 매장에서 공시지원금을 웃도는 불법지원금을 뿌리는 일만 횡행했다. 지난해 7월 방통위가 이통3사에 불법 차별 지원금을 지급했단 이유로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에 이 불법지원금의 재원은 통상 ‘리베이트’로 불리는 판매장려금이었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유통매장에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지급된다. 이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별도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유통점에서만 고객에게 법망을 넘어 싼 값에 단말기를 제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단통법의 실효성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욕을 먹는 법이다. 시행(2014년 9월)한지 7년이 흘렀음에도 이 법은 여전히 국민들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물론 단통법 개정안의 실제 적용 여부는 국회에 달려 있다. 추가지원금 한도 상향을 위한 단통법 개정은 법률 개정 사항으로, 향후 입법예고 등 정부입법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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