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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결혼 줄고 이혼 늘었다 ‘코로나 때문에 참았던 이혼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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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결혼 줄고 이혼 늘었다 ‘코로나 때문에 참았던 이혼 급증’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1.06.10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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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이유로 자녀 못 보는 이혼가정…“삶의 의미가 없어졌다”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사례도 많아졌다. 심지어 코로나(covid)와 이혼(divorce)을 합친 ‘코비디보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로 가족들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상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을 뜻한다.

올해 3월 이혼 건수는 작년 3월에 비해 24.4%로 크게 증가

@통계청
@통계청

통계청이 3월 인구동향을 발표한 가운데 1년 전보다 크게 증가한 이혼 건수가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 이목이 집중된다. 통계청은 발표한 ‘2021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혼 건수는 작년 3월에 비해 24.4%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2021년 3월 이혼 건수는 9000건이 넘었으며 전년 동월 대비 1778건 증가한 수치로 올해 1분기 이혼 건수는 2만 5206건으로 비교 대상인 작년 1분기에 비해 3.5% 증가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혼 건수의 증가는 비교 대상인 지난해 3월 코로나19 불안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법원이 휴정하는 등 이혼 건수가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었다.

노부부간 마찰 격화되면서 ‘황혼이혼’ ‘졸혼’ 역시 늘어나

지난해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법원 휴정이 이어져 이혼 신청이나 절차 등이 지연됐다는 분석이다. 또 ‘황혼이혼’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전년 동기보다 연령별 이혼율에서 남자는 60대 이상, 여자는 50대에서 가장 크게 증가했다. 특히 혼인지속기간별 이혼 건수는 4년 이하, 5-9년, 10-14년, 15-19년, 20년 이상 카테고리 가운데 ‘20년 이상’이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1분기 8700건 가량인 것에 반해 올해는 10000건이 넘어서며 17% 증가했다.

이혼 건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한 9년 이하와 큰 차이를 보여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는 작년 1분기에 비해 17.6% 감소했다. 통계청이 혼인 통계를 포함한 인구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전년 같은 분기 대비 혼인 감소 비율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별 혼인율은 남자의 경우 30대 초반에서 여자는 20대 후반에서 가장 크게 감소했다. 또한 올해 1분기 전국 출생아 수가 7만 519명으로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88명을 기록해 저출산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내리막 걷던 이혼 24%나 증가… 중장년 파경 ↑

‘20년 이상’ 이혼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혼인 지속 기간 4년 이하(-9.9%), 5~9년(-4.7%), 15~19년(-2.1%)에서는 감소했지만, 20년 이상에서는 16.9%로 크게 증가했다. 베이비붐 세대 등 상대적으로 수가 많은 중장년층의 이혼이 늘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 지속 기간 ‘30년 이상’ 이혼으로 범위를 좁히면 증가율은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혼인 건수는 매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 혼인 건수는 1만676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95건(-13.4%) 감소했다. 30대 인구가 줄어드는 것과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혼인 건수는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동월 기준 최저치 이며 6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는 중이다. 혼인 건수는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추후 인구감소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출생아 수는 2만4054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2만6603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했다. 2549명이 자연 감소한 것으로, 인구 자연 감소는 1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분기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8명으로 사상 처음 0.9명 아래로 떨어졌다.

@구글이미지
@구글이미지

“이혼한 뒤 아이들 마음껏 볼 수 없어 속상해”

한편,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아이와 같이 살지 않는 부모가 만날 수 있도록 면접 교섭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로 만남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이혼한 김모(33)씨의 경우 엄마와 함께 사는 딸이 보고 싶으면 휴대전화 영상으로 마음을 달랜다. 이혼 직후에는 매달 두세 차례 딸을 만났지만, 1년 반 전부터는 연락조차 끊겼다. 그는 “딸이 어디에 사는지, 어느 초등학교를 다니는지 전혀 모른다”면서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면접교섭을 해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 부인이 딸과의 만남에 소극적인 게 고민이었는데, 코로나19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김 씨는 딸을 보게 해달라는 별도 소송도 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 확산세로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로 자녀와의 면접 교섭이 원활하지 않아 정부의 지원 서비스를 요청한 사례가 최근 3년 새 5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양육 부모가 감염 우려와 거리두기를 이유로 면접 교섭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유가 이유인지라 법원도 만남을 강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로 가게를 접게 되자 부인과 경제적인 문제로 마찰을 겪었고 결국 이혼하게 됐다”면서 “이혼한 뒤 코로나라는 이유로 아이들까지 마음대로 볼 수 없어 살아가는 이유조차 없어진 기분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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