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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싱글족 김씨의 푸념 “갤럭시·아이폰 신제품만 기다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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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싱글족 김씨의 푸념 “갤럭시·아이폰 신제품만 기다려야 하나요”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6.2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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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싱글족 김가윤씨(33세·가명)는 ‘얼리어답터’다.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점심값을 아껴서라도 꼭 산다. 이 씨의 방엔 인공지능(AI) 스피커부터 빔프로젝터, 드론, 가상현실(VR) 헤드셋까지 있다. 특히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전자기기는 스마트폰이다. 20대에는 매년 단말기를 바꿨고, 단말기 3개에 대한 할부금을 동시에 낸 적도 있었다.

이런 김씨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스마트폰 교체주기를 앞두고 있는데,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외엔 마땅히 고를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끔씩 LG전자만의 스마트폰의 독특한 컨셉이 흥미로워 좋았는데, 이젠 볼 수가 없게 됐다”면서 “새로운 스마트폰 제품에 대한 다양한 기대가 떨어져 아쉽다”고 푸념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4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고, 누적된 적자만 5조원을 웃돌면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해외 기업에 사업부 일부의 매각을 타진했지만 원만히 협상이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화면이 말려지는 방식으로 관심을 모았던 ‘LG 롤러블’ 역시 출시도 물거품이 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망[자료=KDB 미래전략연구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망[자료=KDB 미래전략연구소]

그렇다고 시장에서 LG전자 스마트폰의 존재감이 미약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장 13%의 점유율을 확보한 3위 사업자였다. 당연히 LG폰 철수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문제는 그 효과가 뻔히 예상이 된다는 점이다.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유하는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점유율 대부분을 가져갈 게 뻔하고, 나머지는 애플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양강 구도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시장 점유율 합이 85%(삼성전자 65%·애플 20%)로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LG전자만이 양강의 틈바구니에서 눈에 띄는 판매 실적을 내고 있었다. 그밖에 한국 진출을 선언하고, 사업이 궤도에 올라 시장에 안착한 사업자가 한 곳도 없다. 앞으론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 합이 사실상 100%에 달할 거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스마트폰이 국민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고, 교체시기가 1~2년 안팎이라는 걸 고려하면 소비자 선택지가 두 기업 제품뿐이라는 건 아쉬운 일이다. 알뜰폰 개통을 주로 담당하는 한 휴대전화 유통점 사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스마트폰 구매에 지갑을 여는 게 부담스러운 어르신에겐 LG전자의 Q 시리즈를 주로 추천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갤럭시의 중저가 라인업 외엔 대안이 없다. LG전자가 가격 대비 성능이나 지원금 정책 면에선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스마트폰을 소비자가 구입해 원하는 통신사에 가서 개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의 자급제가 활성화하곤 있지만 이 역시 삼성과 애플의 고가 제품을 사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고 있다.

폴더블폰 관련 주요 제조사 현황 및 전망.[자료=KDB 미래전략 연구소]
폴더블폰 관련 주요 제조사 현황 및 전망.[자료=KDB 미래전략 연구소]

그렇다고 두 회사의 제품을 빼면 아예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선 다양한 사업자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020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현황을 보자. 삼성전자(19%) 애플(15%)이 선두업체인 건 한국 시장과 마찬가지지만, 후발 사업자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 화웨이(14%), 샤오미(11%), 오포(8%), 비보(8%), 리얼미(3%), 레노버(2%) 등이 상당한 비중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화웨이·샤오미 등이 한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중국산 제품의 보안 이슈가 문제였고, 이동통신사 중심의 독특한 단말기 유통 구조도 걸림돌이었다. 삼성·애플뿐만 아니라 LG와 팬택·노키아·모토로라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2010년대 한국 휴대전화 시장과 비교하면 아쉬운 일이다. 당시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다양한 브랜드가 각각의 개성을 뽐냈다. 업계에선 두 회사를 견제할 새 브랜드가 등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만 공고해졌고, 둘을 위협할 신흥 브랜드의 등장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삼성 혹은 애플뿐인 스마트폰 진열대가 반가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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