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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슈] 가상화폐 무더기 상폐, “애초에 잡코인 상장시킨 거래소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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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슈] 가상화폐 무더기 상폐, “애초에 잡코인 상장시킨 거래소가 문제”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6.22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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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거래소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잡코인이 많은 건 확실히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상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더 큰 문제 아닙니까. 그 코인을 거래소에 등록한 것도 결국 거래소들의 결정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쏟아 부은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가상화폐 투자자 문영철(34·가명)씨의 하소연이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잡코인 퇴출’ 이슈로 시끄럽다. 지난 18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코인 24종을 상장 폐지하면서다. 한 번에 상장 폐지를 결정한 걸로는 업비트 출범 이후 최대 규모였다. 문씨는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된 코인 '피카'에 1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들 코인은 오는 28일 낮 12시에 최종 상장 폐지된다. 지난 11일 이미 5개 코인에 대해 원화 거래 중단을 발표한 것까지 포함하면 일주일 사이 무려 29개 코인이 상장폐지된 셈이다.

업비트의 상장폐지 결정.[사진=업비트 홈페이지]
업비트의 상장폐지 결정.[사진=업비트 홈페이지]

업비트에 이어 업계 2위 빗썸도 4개 코인을 상장폐지했다. 일부 거래소는 한 번에 145개 코인을 일시에 정리하는 절차를 밟기도 했다. 상장폐지 대상으로 지목된 코인은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대부분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김치코인’이다 보니, 국내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팀 역량 및 사업 등에 관한 평가에서 내부 기준에 미달한 게 거래소가 밝힌 상장폐지 사유였다. 하지만 진짜 배경엔 오는 9월 25일 시행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있다.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따라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상장된 코인이 많을수록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무분별하게 코인을 상장했다가 당국 감독이 강화되자 부리나케 불량 코인 상장폐지에 나선 셈이다.

최근 1년간 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사진=코인베이스]
최근 1년간 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사진=코인베이스]

이는 가상화폐의 거래소에 상장하는 절차인 가상화폐 공개(ICO)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ICO는 외부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하는 걸 뜻한다. 기업공개(IPO)가 투자금을 받고 그 대가로 주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절차로 보면 된다. 사업계획서(백서)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데다 전 세계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가상화폐 스타트업에는 필수요소다. 업계는 ICO는 가상화폐 시장의 핵심동력으로 꼽는다. 동시에 불량코인이 남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ICO는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다. IPO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IPO는 거래소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이 정보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검증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평가할 접점이 생겨 해당주식을 살지 말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절차도 까다로운 데다,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IPO에 실패하기도 한다. 투자를 받은 만큼 기업의 책임도 커진다. 경영실적 등을 꼬박꼬박 보고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정보가 유출될 리스크도 안아야 한다.

반면 ICO는 백서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 이 백서가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어도 이를 검증하기 어렵다. 여기 담긴 정보가 대부분 기술적인 문구이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자금만 모으고 잠적해버려도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다. IPO의 증권거래소처럼 관리·감독하는 기관도 없다. 민간기업인 가상화폐 거래소의 심사를 받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거래가 중단된 코인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거래 중단을 결정하는 기준이나 거래 유의 종목 지정 후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까지 걸리는 기간도 거래소마다 제각각이다. 그나마 업비트나 빗썸 같은 대형 거래소는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소명 기간이 주어지지만, 소규모 거래소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특정 코인의 거래가 중단되는 일도 있다. 거래소에서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을 결정해 버리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가상화폐 투자 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거래소들의 무분별한 상장에 대한 지속적인 경고가 있었던 만큼, 위험성이 높은 코인에 투자금을 넣은 것은 본인 책임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애초에 문제 소지가 있는 코인을 상장시킨 거래소 잘못도 적지 않은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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