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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결산] 정치·코로나에 물든 올림픽, 선수의 땀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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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결산] 정치·코로나에 물든 올림픽, 선수의 땀이 승리했다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8.09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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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도쿄올림픽 CI.[사진=도쿄올림픽]
도쿄올림픽 CI.[사진=도쿄올림픽]

한국의 2020 도쿄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파란만장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개최시기가 불투명하다보니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0 도쿄올림픽의 또다른 이름은 ‘코로나19 올림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열렸지만, 여정은 험난했다. 

특히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난 건 불안요소였다. 지난 7월 29일 일본 전역에서 신규 확진자 수는 1만699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전날 신규 확진자 9576명이 보고된 데 이어 이틀 연속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올림픽 관련 감염 사례도 꾸준히 늘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인원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 역시 130여명으로 적지 않았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개최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짙어졌지만 일본 정부는 어찌됐든 강행의지를 피력했다.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올림픽을 취소하면 배상금 명목으로 막대한 금액의 돈을 IOC에 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쿄 올림픽에선 ‘무관중 경기’라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외교적으론 우리나라와 불편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이 도쿄올림픽 누리집 내에 올라간 성화봉송 루트를 표시하는 지도에 독도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지도에도 독도를 일본의 영토처럼 표기했다. 이에 한국 정치권에서 불참하자는 강경한 반응을 내놓았지만, 끝내 지도는 수정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추진했던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악화된 한일 관계를 되돌릴 해법을 찾으려 했지만, 주한 일본대사관의 소마 히로히사 전 총괄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성적 표현을 동원해 폄훼하면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인근 호텔에 급식지원센터를 개설하고 한국 선수에게 도시락을 전달했는데, 일본은 이를 두고도 트집을 잡았다. 급식 지원센터가 후쿠시마현 식자재를 피할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후쿠시마산 식자재는 안전이 확보돼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뜬금없는 지적이었다.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해 현지에 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한식을 제공하는 것은 2018 평창을 포함해 올림픽에서만 이번이 여섯 번째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영양 관리가 주요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현황.[사진=네이버 스포츠]
도쿄올림픽 현황.[사진=네이버 스포츠]

이처럼 대회를 둘러싼 잡음이 상당했음에도 올림픽에 참여한 한국 선수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우리나라는 29종목에 237명(남자 132명·여자 105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마지막 날인 8일 최종 메달 집계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총 20개의 메달을 따내며 선전했다.

한국 여자양궁, 올림픽 9연패 쾌거

가장 돋보인 종목은 양궁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단체전이 도입된 이래 한국 여자양궁은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한 차례도 놓치지 않고 9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9연패는 케냐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 미국 수영 남자 400m 혼계영과 한국 여자양궁뿐이다. 남자대표팀도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신설 종목인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 역시 여자대표팀 막내 안산 선수와 남자대표팀 17세 고등학생 김제덕 선수였다. 안산 선수는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을 달성했다. 

구본길, 김정환, 오상욱, 김준호로 구성된 남자 펜싱 사브르팀 역시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재환 선수 역시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승전에서 이겼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여홍철(은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양학선(금메달) 이후 9년 만의 일이었다.

메달 달성은 못했지만, 투혼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의 찬사를 받은 선수들도 있다. ‘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 선수는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69년 만의 최고 성적인 5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의 뒤를 잇는 '뉴 마린보이'의 등장으로, 이번 올림픽을 통해 황선우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새로운 희망이 됐다.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여자부 8위에 오른 서채현 역시 향후 대회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이번 대회는 스피드, 볼더링, 리드를 합쳐 순위를 정했지만 파리에서는 서채현이 가장 약한 스피드가 별도 세부 종목으로 분리되기 때문이다. 남자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에 오르며 한국 다이빙 역사상 최고 올림픽 순위를 남긴 우하람 선수, 한국 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 최고 순위(11위) 기록을 갈아 치운 김세희 선수도 2024 파리 올림픽을 꿈꾼다. 

한국 선수단의 최연소 선수였던 ‘탁구 신동’ 신유빈은 경기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큰 감동을 안겼다. 자신보다 41살 많은 고수 니시아렌과 대결한 여자단식 64강전이 백미였다. 베테랑의 변칙적인 공격에 적응하며 조금씩 자신의 경기로 만든 신유빈은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올림픽을 대하는 여론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은·동메달을 ‘패배’라고 여기던 시선은 없어졌다. 은·동메달에도 금메달 못지않은 박수를 보냈고,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종목에서 새로운 기록을 써낸 선수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올림픽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 순간을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납득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 13년 만에 복귀한 올림픽 야구에서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승자 준결승 일본전, 패자 준결승 미국전에 이어 동메달 결정전까지 내리 3연패를 당한 채 대회를 마쳤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가 전체 6개 팀 가운데 4위라는 성적도 민망하지만 수십억 원의 몸값을 받는 선수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수차례의 득점 기회를 맞고도 타선은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미숙한 베이스 커버 등 허술한 수비로 실점의 빌미를 주기도 했다. 성적이야 어찌됐든 투지와 근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조롱과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야구 대표팀이 잘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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